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에르메스 장인의 서울 시연회 가보니

장인 나디아 아마주가 새들 스티치를 선보이고 있다.
수 억짜리 모피 코트, 수 천만 원짜리 가방…. 상상을 초월하는 가방과 옷들을 보면 저렇게 비쌀 이유가 대체 뭔가 싶다. 그럴 때마다 듣는 생산자의 논리는 분명하다. 최고급 소재만 쓰고, 장인이 만든다는 점이다. 특히 후자는 오랫동안 기술을 연마한 숙련자가 수작업을 한다는 데 방점이 찍힌다. 말 그대로 ‘장인의 한 땀 한 땀’이다.

두 개의 바늘로 첼로 연주하듯 ‘한땀 한땀’

이 같은 주장의 대표 주자가 에르메스다. 천 만원을 훌쩍 넘기는 가방이 상당수인데다, 돈이 있다고 바로 살 수도 없다. 그래서 가격과 물량 공급에 대해 회자될 때마다 내세우는 건 단 하나. “우리는 한 명의 장인이 한 개의 가방을 책임지고 만들기 때문”이라는 자부심 섞인 한 마디다.

그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최근 확인할 기회가 있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3일까지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무역센타점) 에르메스 매장에서 열린 장인 시연회다. 한 명의 장인이 나흘에 걸쳐 한 개의 가방을 완성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 행사로, 남자 서류 가방인 ‘삭 아 데페쉬(SAC À DÉPÊCHES)’의 시작과 끝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했다. ‘삭 아 데페쉬’는 버킨백·켈리백이 나오기 전인 1928년 처음 선보인 이래 매 시즌 새로운 소재와 색상이 소개된다.

두 개 바늘을 한 구멍에 교차시키는 ‘새들 스티치’
2일 오전 매장을 찾았을 때, 공간 정면으로 한 평 남짓한 ‘미니 공방’이 마련돼 있었다. 마치 교탁처럼 앞이 막힌 높다란 테이블 위로 가위·실·염료·붓 등 각종 도구들이 보였다. 그 앞에서 11년차 장인 나디아 아마주가 능숙한 솜씨로 바느질에 한창이었다. 가방은 앞 뒤판과 양옆 판이 하나로 연결되고, 가방 커버가 완성된 상태라 어느 정도 틀을 갖추고 있었다.

가방의 경우 장인들은 가죽 재단을 제외한 모든 과정을 진행한다. 아마주도 파리에서 공수 받은 가죽 조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가죽 조각들이 한 트레이에 담겨져 오면 준비를 하죠. 가장자리를 다듬고 정리하고, 제품의 윤곽선을 미리 초크로 표시하는 게 첫 단계에요. 특히 초크 표시는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중요합니다. 완벽한 직선을 얻기 위해서는 정확해야 하니까요.”

몸통에 앞서 손잡이를 만들고, 이를 덮개에 박음질 해두는 과정을 먼저 거친다. 그것이 완성되면 퍼즐을 맞추듯 가방 형태를 잡는다. 바닥과 앞·뒤·옆 네 개 면을 접착제로 붙여 몸통의 형태를 만들어 낸다. 그는 이 과정이 전체에서 가장 까다롭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꼽았는데, 말 그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가죽이 여러 겹 겹치게 마련인데, 바느질을 더욱 쉽게 하고 날렵한 마감 처리를 위해 끝을 비스듬히 잘라내는 작업을 추가한다.

아마주는 이 복잡하고 긴 설명을 하면서도 연신 바느질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두 개의 바늘을 한 구멍 안에 통과시키며 엑스(X)자로 교차시키느라 손놀림이 바빴다. 두 번의 박음질로 견고함을 주려는 일명 ‘새들 스티치’였다.

수작업이라 세월 지나도 언제든 고칠 수 있어
장인의 바느질은 가방에 따라 최소 0.2mm 간격을 주는데, 그것을 일정한 힘을 유지하며 진행시켜야 한다는 점이 보는 내내 더 놀라웠다. 자세 역시 특이했다. 테이블에 가방을 올려놓고 몸을 구부리는 식이 아니라 커다란 나무 집게 안에 가방을 넣고 마치 첼로를 잡고 있는 듯한 모습을 취했다. 집게는 가죽이 엇나가 꿰매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하는 장치라고 했다.

한 시간 넘게 다음 과정 진행을 기다려 봤지만 무리였다. 가방 하나를 완성하는 데 21시간. 그 중 새들 스티치에만 12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했다. 잠시 쉬는 시간을 이용해 아마주가 완성까지 과정에 대해 설명을 하며 맛보기 시연을 해줬다.

“바느질이 끝나면 모든 가죽의 끝 부분을 정리하는 일이 남죠. 사포로 부드럽게 문지른 뒤 가죽 색보다 더 어두운 컬러로 붓 칠을 해요. 여러 겹의 가죽을 하나로 보이게 하는 효과죠. 그리고 나서 열처리 과정을 수차례 반복합니다.”

금속 부품 부착은 순서가 딱히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마무리 과정에서 주로 하게 된다. 자물쇠와 버클을 박으며 작은 구슬 못을 쓰는데, 망치로 두드리며 못의 머리를 동그랗게 구부리는 데 시간을 들인다. 그게 끝인가 싶은데, 정말 중요한 작업이 남아 있다고 했다. 완성 연도와 장인의 표식을 새겨넣는 일이다. 이와 함께 제품마다 파리 공방의 번호 코드가 새겨진다. 이 시연품은 ‘메이드 인 프랑스’가 아니기에 일단 본사로 보내진다고 했다.

그는 1928년 가방이 처음 나왔을 때와 지금의 제작 과정이 똑같다고 소개했다. 도구만 조금 더 가벼워졌을 뿐이라면서.

자랑스러워 하는 그에게 이 모든 작업을 왜 굳이 손으로 해야 하냐는 우문을 던져봤다. “수작업 한 가방은 망가지면 무엇을 고쳐야 할지 금세 알죠. 기계라면 달랐을 거예요. 어떻게 제작됐는지 과정조차 모르니까요. 그 기계가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릴 수도 있고요. 고쳐 쓰면서 대를 물려 쓰는 가방이라면 그래서는 안 되지 않을까요.”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 에르메스 코리아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