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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중력만이 시공간 초월 … '웜홀' 통해 광속보다 빠른 행성 여행

요즘 영화 ‘인터스텔라’가 인기다. 개봉 8일째인 지난 14일 관객 300만 명을 넘어섰다. 영화는 가까운 미래 멸망의 위기를 맞은 인류가 생존을 위해 또 다른 행성으로 떠나려는 모습을 그린다. 현대 물리학의 성과를 영화적 상상력으로 버무려 얘기를 풀어나간다. ‘사랑은 시공간을 뛰어넘는다’는 영화의 메시지엔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현대 물리학이 생소한 대다수에겐 영화의 내용이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인터스텔라’를 한 번 더 보겠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제법 있는 이유다. 그래서 한국천문연구원의 박석재 박사와 권세연 박사의 도움을 받아 ‘인터스텔라 사용 설명서’를 만들어 봤다. 가급적 스포일러(영화의 줄거리를 미리 알려 주는 것)를 줄이면서 말이다.




SF영화 '인터스텔라' 사용설명서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탐험대가 가장 먼저 도착한 ‘밀러 행성’. 거대한 블랙홀 ‘가르강튀아’가 근처에 있기 때문에 시간이 상대적으로 천천히 흐르고 거대한 파도가 몰려 온다.


 169분의 ‘인터스텔라’는 하나의 공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Gμν= 8πTμν’.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중력방정식이다. ‘인터스텔라’의 처음부터 끝까지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배어 있다. 내년이면 일반 상대성 이론 탄생 100주년이 된다. 이론의 발표는 1916년이지만 아인슈타인은 15년에 논문을 제출했다.



 중력방정식을 쉽게 풀자면 ‘어떤 공간에 에너지가 놓이면 주변의 시공간이 변한다’는 거다. 우주의 비밀을 간직한 공식이란다. ‘E=mc2’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겐 난수표와 같이 보일 수 있다. 그렇다고 머리를 쥐어뜯지 말자. 일반 상대성 원리가 처음 소개됐을 때 대부분의 과학자도 이해하기 어려웠단다. 수학적으로 복잡했고, 당시의 상식과는 어긋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난해한 내용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건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인 킵 스티븐 손 캘리포니아공대 교수의 자문 덕분이다.



 ◆모든 걸 다 빨아들이는 가르강튀아=영화엔 ‘가르강튀아’라고 불리는 블랙홀이 등장한다. 이름은 프랑수아 라블레의 소설에 나오는 거인에서 유래했다. 이 블랙홀은 지구에서 100억 광년 떨어졌고, 질량이 태양의 1억 배인 것으로 설정됐다.



 대체로 큰 별이 일생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블랙홀로 변한다. 그때 별의 에너지가 다 없어지면서 크기가 쪼그라든다. 실린더를 압축하면 공기의 밀도가 높아지듯 별의 밀도도 높아진다. 크기가 점점 줄어드는 만큼 중력은 커진다. 중력이 강한 나머지 그 주위를 지나는 빛들도 휘어진다. 마침내 블랙홀이 만들어지면 주변의 빛은 아예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주변이 검게 보인다 해서 ‘검은 구멍(black hole)’이라 불린다. 왜 블랙홀은 빛까지 빨아들일까. 블랙홀로 가는 무빙워크가 광속보다 빨리 간다고 상상해 보자. 빛의 속도를 가진 사람이 반대 방향으로 걷는다고 해도 점점 블랙홀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묘사된 블랙홀 ‘가르강튀아’(오른쪽). 테두리의 밝은 빛은 블랙홀 뒤편의 별빛이다. 블랙홀 때문에 휘어져 보인다. 또 두 우주 사이를 연결하는 웜홀을 통하면 빠른 속도의 우주여행이 가능하다(왼쪽).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블랙홀 주변에서는 빛만 휘는 것이 아니다. 시간적으로도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블랙홀로 접근하는 물체를 블랙홀 바깥에서 바라본다고 하자. 물체가 블랙홀에 가까이 갈수록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블랙홀 표면에 이르러선 시간이 완전히 멈춘 것처럼 보이게 된다. 그래서 블랙홀 바깥에 있는 관측자는 물체가 블랙홀 표면에 떨어지는 순간을 볼 수 없다. 마치 지평선 너머에 있는 물체를 볼 수 없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블랙홀의 표면을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고 부른다. 이론상 태양과 지구도 블랙홀로 만들 수 있다. 태양을 반지름 3㎞ 크기로, 지구를 반지름 9㎜의 크기로 각각 줄일 수 있다면 말이다.



우주와 또 다른 우주 사이의 통로를 ‘웜홀(worm hole)’이라고 부른다. 사과 속 벌레 구멍을 떠올리면 된다. 사과 안에 살고 있는 벌레가 한쪽 표면에서부터 갉아먹으면서 다른 쪽 표면으로 나오는 모습 말이다. 만일 웜홀을 통해 이동할 경우 공간을 빨리 여행할 수 있게 된다. 우주의 지름길인 셈이다. 영화를 자문한 손 교수는 ‘시공간의 웜홀과 성간(星間) 여행에서의 그 유용성’이란 논문을 썼다. 하지만 웜홀은 수명이 있다. 웜홀을 열려면 아주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웜홀의 실제 존재 여부는 아직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



 ◆우주에서의 1시간은 지구에서의 7년=영화에서 탐험대가 탄 우주선 인듀런스는 ‘밀러 행성’에 제일 먼저 착륙했다. 이곳에서 보낸 1시간이 지구에서의 7년과 맞먹는다고 나온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 특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면서 ‘쌍둥이 패러독스’를 예로 들었다. 쌍둥이 A가 빛의 속도에 가까운 빠르기로 우주여행을 하고 지구로 돌아온다고 하자. 운동하는 물체의 시간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흐른다. 빛의 속도와 가까워질수록 시간은 더 느리게 간다. 그래서 우주여행을 갔다 온 A는 지구에 남아 있는 쌍둥이 B보다 어리다.



 하지만 ‘인터스텔라’를 이해하는 데는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이 아니라 일반 상대성 이론이 필요하다. ‘특수’ ‘일반’이니, ‘상대성’이니 어려운 개념을 떠나 단순히 생각해 보자.



 중력이 커지면 시간은 상대적으로 천천히, 중력이 작아지면 상대적으로 빠르게 간다. 밀러 행성은 엄청난 중력의 블랙홀 가르강튀아 가까이에 있다. 그래서 밀러 행성의 시간은 지구의 시간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천천히 간다.



 중력과 시간의 상관관계는 SF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구의 낮은 곳에 사는 사람이 받는 중력의 세기는 높은 곳에 사는 사람보다 강하다. 엄밀히 말하면 낮은 곳에 사는 사람의 시간은 높은 곳에 사는 사람보다 느리게 간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지구 정도의 크기와 질량을 갖는 별에서 이러한 시간 차이는 매우 작다. 정교한 실험을 하지 않는 이상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정밀한 위치 측정 장비인 GPS에선 문제가 심각해진다. 지상의 수신기와 인공위성과의 속도·중력 차이 때문에 시간 차이가 생긴다. 그래서 사소한 차이가 큰 오류를 불러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중력 방정식을 이용해 오차를 보정한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힘=흔히 엉뚱한 사람을 ‘4차원’이라고 표현한다. 이 말은 잘못됐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3차원의 공간에 시간을 더한 4차원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주도 4차원일까.



 아직까지 과학자들은 그에 대한 답을 찾지 못 하고 있다. 적어도 우리에게 우주는 4차원으로 보인다. ‘인터스텔라’에선 5차원의 우주가 나온다. 5차원은 5개의 직선이 서로 90도로 만나는 세계다. ‘초끈 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우주는 10차원이다. 5차원 이상의 ‘여분의 차원’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인식할 수 없을 정도로 작기 때문이다. 아직까진 여분의 차원을 검증한 과학자는 없다.



 자연계엔 중력·전자기력·약력·강력 등 네 가지 힘이 존재한다. 이 가운데 중력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러나 중력만이 여분의 차원을 넘나들 수 있다. 이런 사실은 ‘인터스텔라’의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영화는 또 아버지와 딸의 사랑이 시공간을 초월하는 걸 보여준다. 그렇다면 사랑은 자연계의 다섯 번째 힘일까.





[S BOX] 1902년 영화 ‘달나라 여행’선 대포에 우주선 넣고 쏴 올려



우주여행은 영화의 초창기부터 영화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소재였다.



 1902년 흑백 무성영화 ‘달나라 여행’은 세계 최초의 극영화라고 평가를 받는다. 영화에선 우주선을 커다란 대포에 넣고 달을 향해 쏘아 올린다. 달에 간 우주인들은 그곳의 원주민과 동물을 만난다. ‘달나라 여행’은 개봉 당시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모았다고 한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우주선 디스커버리는 목성으로 탐험을 떠난다. 탑승 우주인 5명 중 3명은 동면 상태다. 음식물과 같은 보급품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방법이다. 인공지능을 가진 컴퓨터 HAL9000이 동면 우주인을 돌본다. 이 영화는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한 해 전인 68년 개봉됐다. 동면 방식의 우주여행은 ‘아바타’나 ‘프로메테우스’ 등 나중에 나온 SF영화에서 따라했다. ‘인터스텔라’를 만든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도 인터뷰에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보고 난 뒤 영화감독이 되기를 꿈꿨다”고 말했다.



동면 방식의 우주여행은 한계가 있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센타우루스자리의 알파별까지 거리는 4.37광년이다. 빛의 속도로 가도 4년이 넘는다. 현재 기술로 알파별에 도달하는 데 7만5000년이 걸린다. 그래서 ‘스타트렉’이나 ‘스타워즈’ 같은 SF영화에선 시공간을 왜곡시켜 먼 거리를 짧은 시간 안에 이동하는 워프(warp)로 우주여행을 떠난다. 지난 6월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은 워프 우주선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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