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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글은 사랑이다 … 소설가가 털어놓은 ‘글쓰기 비밀’

소설가 김연수의 산문집 『소설가의 일』은 소설 쓰는 노하우를 적바림한 산문집이다. 그는 “오래 살아남을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일이 정작 소설의 내용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진 정민영]


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문학동네, 268쪽

1만3000원






책을 열심히 쓰는 부지런함, 높은 독서 만족도 때문에 ‘믿고 읽게 되는’ 소설가 김연수(44)의 산문집이다. 산문집이라고 했지만, 중구난방 계통 없는 신변잡사는 아니다. 제목이 시사하듯 자신의 직업 비밀을 고스란히 털어놓은 기획상품이다. 그러다 보니 플롯 포인트(plot point) 같은 업계의 전문용어도 나온다. 시나리오든 소설이든, 심지어 인생이든 하나의 이야기, 서사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처음에는 닥치는 대로 살다가 삶의 태도가 바뀌는 전환점을 맞게 되는데, 그 전환점을 업자들은 플롯 포인트라고 부른다고 소개하는 대목에서다.



 초점이 소설 쓰는 법, 소설가 되는 법에 집중되다 보니 다음 같은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하는 ‘페이지 터너(page turner)’라면 모를까, 바빠 죽겠는데 왜 소설 쓰는 법을 읽어야 하나.



 산문집의 마지막 장 ‘그럼에도, 계속 소설을 써야 하는 이유’가 답이 될 것 같다. 요약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절망과 오해와 불행 속에서 죽어간다는 것, 타인을 웬만큼 이해하기도 불가능하리라는 것, 그럼에도 이 세상에는 사랑이라는 게 존재하기 때문에 타인을 이해하고 돕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노력의 한 방법이 소설 쓰기라는 얘기다.



 사실 그런 이유라면 소설 쓰기에만 해당되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그런 마음 한 자락 품어야 살 만한 것 아닐까. 그래서 책은 결국 우리 인생에 관한 얘기다. 산문집 속 ‘소설’이라는 단어를 ‘삶’이나 ‘인생’으로 바꿔도 무리가 없다.



 2012년 초부터 1년 가까이 출판사의 네이버 카페에 연재했던 글을 모았다. ‘그 이유란? 원래는 뭔가 데리다적이고 라캉스럽고 폴 드 만다운(“얘, 지금 뭐래니?” “제가 지금 졸다가 뭐라 그랬나요?”) 설명이 있었으나 지금은 다 잊어버렸고….’ (94쪽) 인터넷 특유의 튀는 대목이 잦은 건 그래서다.



 책 많이 읽기로 소문난 김씨의 독서 취향을 엿보는 일도 즐겁다. 가령 김씨는 읽은 소설 중 나중에 꼭 다시 읽고 싶은 작품만 서가에 꽂아 둔다. 채 200권이 안 되는 까다로운 장서 목록에는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 살만 루슈디의 『한밤의 아이들』 같은 책이 포함돼 있다.



 소설가는 결국 긴 세월의 폭력을 견뎌 살아남는 견고한 문장을 쓰는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빈도수 염력사전’이라는 개념을 고안해 낸다. 실생활에서 덜 쓰여 문장을 참신하게 할 가능성이 높은 단어일수록 이 사전의 뒷부분에 실리는데, 사전의 페이지는 오직 마음의 힘으로만 넘길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고심해야 만족스런 단어, 문장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요소가 뒤섞여 페이지 터너처럼 술술 읽히는, 지적이고 유쾌한 산문집이다.





[S BOX] 소설가는 좀 호들갑스럽다고?



산문을 읽는 묘미의 하나는 글쓴이의 진솔한 내면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김연수 소설에서는 어떤 절실함 같은 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 실체가 무엇인지, 따져 볼 수 있는 단서가 이번 산문집 안에 있다.



 ‘이건 아마도 소설가라는 직업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원래 소설가는 좀 호들갑스럽다. 왜냐하면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믿으니까.’(67쪽) 작가는 세상의 중심이기 때문에 그 분신인 소설의 주인공이 겪는 고통과 좌절은 끔찍할 수밖에 없다. 소설의 인물이 상처 치유 또는 삶의 수수께끼 해결을 위해 평생 떠도는 것도 그래서다.



 2009년 소설집 『세계의 끝 여자친구』(문학동네)에 실린 평론가 신형철의 해설은 김씨 소설의 비밀을 훨씬 설득력 있게 풀이한다. 요약하면, 세계 붕괴에 맞먹는 고통을 당한 주인공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삶의 진실을 찾아 나서고 그 과정에서 타인과 연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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