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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런 식의 수능 계속해야 하나

64만여 명이 엊그제 치른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재앙에 가까웠다. 대학에서 수학할 능력과 실력을 검증한다는 시험의 본래 목적은 온데 간데 없고, 실수 안 하기 시험, 시간 안에 풀기 경쟁으로 전락했다. 단순히 출제진의 변별력 유지 실패가 문제가 아니다. 시험을 쉽게 출제하라는 대통령의 한마디에 앞뒤 가리지 않고 쉬운 시험을 고수한 교육부는 물론이고, 6·9월 모의평가와 수능을 들쭉날쭉한 난이도로 출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곳 무능하지 않은 데가 없다.



 고3 교실에서 가채점한 상황을 보면 자연계 수험생이 주로 보는 수학B형은 만점자 예상 비율이 4%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한 문제만 실수로 틀려도 2등급이며, 두 문제 이상 틀리면 3등급으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만점에 가깝지 않으면 1등급을 자신할 수 없다고 한다. 이에 비해 인문계 수험생이 주로 보는 국어B형은 어렵게 출제돼 변별력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하나 수험생들이 골탕을 먹은 건 마찬가지다. 수능을 앞두고 실시된 9월 모의평가에서 국어는 A·B형 모두 쉽게 출제되는 바람에 수능 국어가 이런 식으로 갑자기 어렵게 출제될지 수험생들은 짐작조차 못 하다 뒤통수를 맞았다. 게다가 국어 시험의 지문 길이가 평소 모의평가 때보다 더 길어 80분 안에 지문을 다 읽고 45개 문제를 푸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대학입시에서 수능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크다. 대학의 전체 모집인원 중 34%를 선발하는 정시모집에서 수능은 중요한 선발 도구이며, 수시모집에서도 수능은 최저학력기준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점이 아니면 1등급을 받을 수 없는 수능은 수험생의 실력이 아닌 시험 당일의 운(運)을 측정하는 시험일 뿐이다. 균형감각과 변별력을 잃은 수능이 계속된다면 재수생만 늘어나고 고교 교육은 파행으로 치달을 게 분명하다.



 지난해 수능 세계지리 과목의 출제 오류와 뒤늦은 정정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평가원의 무능은 인내 한계에 도달했다. 평가원이 매년 두 차례의 모의평가를 포함해 모두 세 번의 시험을 출제하는데도 시험 변별력을 유지하는 데 실패한다면 시험 출제·관리를 맡아 운영할 능력이 안 된다고 봐야 한다. 차라리 평가원의 수능 업무를 떼내 미국처럼 비영리 민간 전문기관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 대학은 수능 성적을 공짜로 활용해 학생을 선발하고 있는 만큼 대학에 출제 비용을 부담케 하고 민간의 출제기관은 문제 개발 및 난이도 조절에 집중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도 혼란을 일으키는 근원이다. 교육부는 수능 문제를 EBS 교재에서 출제해 만점자를 늘리고,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비현실적인 목표를 거둬 주기 바란다. 국민에게 고통만 안기는 수능을 이대로 둘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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