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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의 자연, 그 비밀] 수입 종자 자운영·금국·패랭이 … 산과 들 뒤덮다

지난 2일 오후 세종시 고운동 가락마을 4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산자락이 깎여나갔고 급경사가 생겼다. 녹화작업을 해서 경사지는 양잔디로 푸르게 덮여 있었다. 종자가 섞인 흙을 뿜어 붙이는 씨드 스프레이(seed spary) 공법이 적용된 곳이다. 군데군데 산국·패랭이·기생초 등이 꽃을 피웠고 어린 자귀나무도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국산 씨앗 채집 인건비 너무 비싸
13년 동안 7133t 외국서 사들여
도로·하천변 등에 뿌려 급속 확산
유해식물도 섞여 생태 교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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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공주시 웅진동의 금강 공주보. 어도(魚道)를 따라 족제비싸리·자운영·금국·산국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강 건너편 경사면에도 산국·금계국이 자라고 있었다.



 이들 지역은 대규모 공사로 몸살을 앓았지만 토종식물들이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면서 땅이 회복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조경·녹화 전문업체인 일송환경복원㈜의 김경훈 상무는 “꽃들이 국내 재래종처럼 보여도 종자는 대부분 수입된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택지 개발을 담당한 LH공사 세종특별본부 단지사업부 관계자는 “복원공사 때 외래종 2종과 (국내에도 서식하는) 재래종 12종을 심었지만 씨앗은 14종 모두 수입했다”고 시인했다. 공주보 공사를 관리한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도 “끈끈이대나물·수크령·패랭이 등의 씨앗을 수입해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경기도 광주시 직동 성남~장호원 자동차전용도로 건설 현장이나 대전~당진간 고속도로의 공주휴게소 주변에서도 확인됐다. 한국도로공사 공주지사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납품하는 곳이 없어 수입한 산국 종자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국립공원도 예외는 아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모임 윤주옥 사무처장은 “국립공원 내 건설현장에는 국내 씨앗을 사용하자는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의 권고가 과거부터 있었지만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지 사후 모니터링을 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김경훈 상무는 “국내에서 야생식물 씨앗 1㎏을 채집하려면 인건비가 10만~15만원은 들어간다”며 “높은 인건비 탓에 수입 씨앗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수입 야생식물 종자가 한반도의 산과 들에 매년 수백t씩 뿌려지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검역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화훼(꽃) 종자는 820.7t, 수목(나무) 종자는 74.7t에 이른다. 2009년과 비교하면 5년 새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씨앗은 중국을 중심으로 종별로 평균 3개국에서 수입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에게 제출한 종자수입업체 명단을 보면 무역회사 아니면 종묘업체·복원공사업체였다. 일부 씨앗은 관공서나 학교에 납품돼 ‘우리 자생꽃’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2001~2013년 국내에 수입된 화훼·수목 씨앗은 7133t에 이른다. 서울시 면적(605㎢)의 절반이 넘는 356㎢에 ㎡당 20g씩 뿌릴 수 있는 양이다. 더욱이 식물은 자체 번식하기 때문에 지난 10여년 동안 얼마나 넓은 면적으로 퍼져나갔는지 짐작도 할 수 없다.



 동북아식물연구소 현진오 소장은 “국내 자생식물과 동일한 종이 외국에서 들어와 퍼져나갈 경우 유전자가 오염돼 순수한 우리 토종식물들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종이기 때문에 벌·나비·바람이 꽃가루를 옮기면 유전자가 뒤섞일 수밖에 없다. ‘식물계의 황소개구리’라는 가시박처럼 씨앗 수입 과정에서 생태계 교란 우려가 있는 식물의 씨앗이 섞여 들어올 수도 있다.



 농림축산검역원은 병해충을 옮길 우려가 있어 수입금지 식물로 지정됐거나 국내에서 퍼져나갈 우려가 있어 ‘잡초’로 분류된 외래종을 제외하고는 수입을 규제하지 않는다.



 야생식물 종자 수입을 완전히 막는 게 불가능하다면 국립공원·백두대간 등 생태계 보호가 필요한 곳 만큼은 국내산, 그것도 인근지역에서 채취한 씨앗을 사용토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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