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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속에 집이 나가고 배가 들어왔네

도심에 정박한 배 아래로 그림자가 일렁인다. 아르헨티나 작가 레안드로 에를리치(41)의 ‘대척점의 항구’가 서울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설치됐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집’이 나가고 ‘배’가 들어왔다.

아르헨티나 출신 에를리치 작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전시



 국내 최대 전시공간인 서울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서울박스’ 전시작이 개관 1년 만에 교체됐다. 서도호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이 있던 자리에 아르헨티나 출신 레안드로 에를리치(41)의 ‘대척점의 항구(Port of Reflections)’가 설치됐다.



 빨강·노랑·파랑 줄무늬가 경쾌한 요트 여섯 척이 항구에 정박해 있고, 항구의 나무 데크 위엔 가로등이 불을 밝힌 작품이다. 2개 층에 걸친 전시장 위에서 보이는 모습은 적어도 그렇다. 아래층에선 심연처럼 까만 방에 들어가 일렁이는 배 그림자를 올려다보게 돼 있다. 실은 그림자처럼 구불구불 배와 가로등 모양을 만들어 거꾸로 붙인 모습이다. 밤에 미술관 밖 조선시대 건축물인 종친부 언덕에서는 유리벽을 통해 가로등 켜진 항구의 야경을 볼 수 있다.



 “예술가는 소통을 꾀하는 사람입니다. 서울과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지구의 반대편에 있습니다. 배와 항구는 교류의 상징, 서로 다른 문화를 연결하는 표상이에요.”



 도심에 출현한 이 이채로운 작품에 대한 작가의 설명이다. 우르과이 몬테비데오에 사는 작가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작업하러 갈 때마다 2시간 반 가량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고 했다.



 가로·세로 23m, 높이 17m의 대형 전시공간을 맞닥뜨렸을 때 “무한한 양의 물감, 무한한 크기의 캔버스를 선물받은 느낌이었다”는 에를리치는 수공예적 착시효과를 즐기는 눈속임의 작가다.



 28세이던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 아르헨티나관 대표 작가로 선정됐고, 일본의 ‘빌바오’로 꼽히는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의 간판 작품 ‘수영장’(2004)으로도 이름났다. 강화유리에 물을 채운 수면을 경계로 지상과 지하의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이다.



 “우리 눈 앞의 현실은 참으로 가변적이며 여러 해석의 여지가 있다. 보는 것도 실은 찰나에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가 그 순간을 잘 포착해 사유를 이어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데, 내 작품은 이걸 가능케 해보겠다는 시도의 반복이다.”



 내년 9월 13일까지. 02-3701-9500.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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