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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중국이 세계의 중앙이 되려면

[일러스트=강일구]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9월 초 일이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중국외교학원의 2014~2015학년도 개학식에 참석해 일장 연설을 했다. 그가 말한 중국이 이제까지 도달해 본 적이 없다는 세 가지 경우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중국은 지금처럼 세계 무대의 중앙에 접근해 본 적이 없고, 지금처럼 국제 사무에 전면적으로 참여해 본 적이 없으며, 또 지금처럼 세계의 평화와 발전을 지키는 중요한 책임을 맡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이 아시아의 중심을 넘어 이젠 세계의 중앙으로 우뚝 서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인가. 외국 정상들의 베이징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일부 중화권 언론은 ‘만국내조(萬國來朝, 각국 사신이 중국을 찾아옴)’라 표현한다.



 중국이 세계의 중앙이 되고 있는 걸까.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미국의 저명한 중국 전문가 데이비드 샴보가 그런 인물이다. 그는 중국의 영향력은 한마디로 과장돼 있다고 주장한다. 기껏해야 관광산업, 사치품 판매와 같은 일부 분야에서만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할 뿐이다. 외교 행보는 편협한 자국의 이익 추구에만 골몰한다. 그러니 국제적 안보 문제엔 소극적이다. 소프트 파워 또한 다른 나라의 모범이 되지 못한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란 게 그가 『중국, 세계로 가다』를 통해 내린 결론이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은 아무도 막을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중국의 성장 그 자체는 부인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중국 시장을 무시할 나라가 없는 것처럼 중국을 무시할 수 있는 나라 또한 이젠 없다. 샴보가 아무리 중국이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이 되려면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전망해도 중국은 왕이의 말처럼 세계의 중앙을 향해 한 발 한 발 걸음을 내딛고 있는 모양새다.



 중앙이 된다는 건 무슨 뜻일까. 한자 중(中)은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을 표시한 것이다. 옛날 사람은 자신의 부족을 표시하기 위해 깃발에 상징 부호를 그려 넣었다. 그리고 중대한 일이 생기면 넓은 터에 깃발(中)을 세워 사람을 불렀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모여들면 깃발이 꽂힌 곳이 중앙(中央)이 된다. ‘가운데’라는 뜻이 나온 배경이다. 중앙은 어느 한편으로 치우침이 없다는 의미를 갖는다. 아울러 스스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힘이 필요함을 말한다. 공평무사(公平無私)는 힘과 함께한다.



 중국이 세계의 중앙이 된다는 건 힘을 갖춘 중국이 세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미와 연결된다. 일찌감치 이런 시대를 전망한 이가 있다. 마틴 자크는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이라는 저서에서 중국이 세계를 지배할 경우 나타날 17가지 변화를 꼽은 적이 있다. 세계의 수도가 뉴욕에서 베이징으로 천도하고, 사람들은 시계를 베이징 시각에 맞추게 된다. 중국은 세상을 인종과 문화에 바탕을 둔 위계질서의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며, 국제사회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조공제도가 등장하는 풍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중국의 5세대 지도자 시진핑(習近平)은 ‘중국꿈(中國夢)’을 외친다. 세 가지 내용이다. 국가부강과 민족진흥, 그리고 인민행복. 인류 전체의 번영은 언급되고 있지 않다. 그의 차이나 드림은 아직 중국 국내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왕이의 말처럼 세계의 중앙에 접근하고 있다면 중국은 다음과 같은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먼저 인접국과의 분쟁 처리에 대한 중국의 기준을 명료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늘 ‘평화롭게 함께 지내자(和平共處)’고 말한다. 그러면서 중국의 핵심이익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두 말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전형적인 경우가 중국이 동남아 국가들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南中國海) 문제다. 영유권 다툼이 해양자원 쟁탈전과 함께하고 있다. 시진핑의 주변국 외교정책 근간은 ‘이웃과 친하게 지내고 성실하게 대하며 혜택을 주고 포용하겠다’는 ‘친·성·혜·용(親·誠·惠·容)’이다. 혜택을 주겠다고 말하지만 행동은 늘 중국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모습이다. 서해바다를 뒤덮는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에 대해 중국 당국이 얼마만큼 단속의 손길을 뻗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다른 하나는 인류 전체의 안전을 위해 중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북핵(北核) 문제다. 중국의 대북 압박이 이전에 비해 강도가 높아진 게 사실이지만 북핵 위기를 근본적으로 풀기엔 역부족이다. 중국은 내정불간섭 원칙을 거론하며 중국의 역할 한계를 말한다. 그러나 이면엔 북한을 크게 압박한다고 중국에 별로 이로울 게 없다는 현실적 이해관계에 바탕을 둔 사고가 작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중국이 국익을 추구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자국의 이익 추구로만 세계의 중앙이 될 수는 없다. 세계와 세계인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모두의 공공선(公共善) 추구에 더 많이 기여해야 한다. 이 경우 중국의 국익이 다소 손해를 볼 수도 있겠지만 이는 잠시의 손해다. 중국은 세계인의 마음을 얻는 더 큰 이익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아시아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조공제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인접국들로부터 존중을 받는 대신 늘 더 많은 것을 베푼 데 있었다.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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