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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카메라 속의 12년, 한국 아이들의 12년

최근 1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보이후드(Boyhood)’를 봤다. 여섯 살 소년 메이슨(엘라 콜트레인)이 열여덟 살이 되기까지 12년간의 성장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놀라운 건 영화 속 12년이 실제 12년이라는 사실. 감독(리처드 링클레이터)은 배우들과 12년간 매년 만나 조금씩 이 영화를 완성했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지만 극적인 사건은 별로 없다. 부모의 이혼과 재혼, 전학과 친구, 첫사랑 등 누군가는 겪었을 삶의 보편적인 순간이 담담하게 이어질 뿐이다. ‘해리 포터’를 보고 돌아와 “아빠, 세상에 마법은 없는 거지?”라고 묻던 소년이 “엄마의 삶 역시 나만큼 혼란스러워”라고 깨닫게 되기까지. 우리 모두 그렇게 자라 여기까지 온 것이 분명한데도 소년의 성장을 스크린으로 확인하는 건 매일 쑥쑥 자라는 식물을 바라보는 양 경이롭다.



 영화를 보며 요즘 한국 소년의 모습을 저렇게 기록한다면 어떤 영화가 탄생할까 상상해봤다. 그들에게도 반짝이는 일상이 있겠지만, 그 배경은 대부분 학교 아니면 학원일 가능성이 높다. 아버지와 단둘이 캠핑을 하며 인생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암실에 틀어박혀 사진 인화에 열중하는 에피소드는 연출이 아니고서야 나오기 어렵지 않을까. 주인공 메이슨이 여러 경험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재능을 찾아내고, 이를 인정받아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진학하는 에피소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영화 같은’ 줄거리였다.



 한국의 18세 미만 어린이·청소년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60.3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라는 뉴스. 삶에 대한 만족도라는 게 수치로 측정해 순위를 매길 수 있는 것인가 의구심은 들지만 역시 슬프다. ‘한국인 행복지수 꼴찌’ 소식이야 새로울 게 없지만 아이들 역시 그렇다는 게 확인돼서다. 이들이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학업 스트레스, 학교폭력, 인터넷 중독 등이 꼽혔다고 한다. 아이들이 자라는 데 필요한 물질적 조건과 사회적 조건의 결여 수준을 나타내는 아동결핍지수도 54.8%로 최하위다. 특히 음악·스포츠·동아리 활동 등 여가활동 관련 항목의 결핍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내일(13일)은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날이다. 수험생들의 12년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았다면 대부분은 이 하루를 향해 달려온 날들로 채워졌을 것이다. 행복하지 않은 아이에서 행복하지 않은 어른으로 향하는 길목, 하루만이라도 100점짜리 해방감을 느낄 수 있길. 수험생들의 건투를 빈다.



  이영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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