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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계약직 장그래가 회사 상대로 부당해고 소송을 건다면?

드라마로 만들어져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웹툰 '미생'(未生)의 주인공 장그래(26)씨. 원인터내셔널 영업 3팀 2년 계약직으로 채용돼 "2년 성과에 따라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말에 희망을 품고 실적을 올리기 위해 노력한다. 상품을 수출할 나라를 연구하기 위해 주한 요르단 대사관을 찾아가고, 상사의 비리로 엎어질 뻔한 레바논 중고차 사업을 극적으로 살려내면서 제 몫을 해낸다. 같은 팀 상사들도 이런 장씨의 실적을 인정한다. 하지만 장씨는 2년 후 정규직 전환에 실패, 해고된다. 웹툰에선 장씨가 새로운 회사에 취직하면서 일단락되지만 만약 해고에 불복해 원인터내셔널을 상대로 소송을 낸다면 어떻게 됐을까. 최근 이를 엿볼 수 있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7부(수석부장 민중기)는 재단법인 함께일하는재단이 "계약직 장모씨에 대한 해고가 부당해고라는 결정을 취소하라"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부당해고가 맞다"고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함께일하는재단은 2010년 10월 장씨를 2년 계약직으로 고용했다. 장씨는 재단에서 팀장급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재단 측은 2년 뒤 장씨를 해고했다. 이에 불복한 장씨는 중노위에 구제신청을 했고, 재심을 거쳐 "부당하게 해고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을 받아냈다. 재단 측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1심은 재단 측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은 이를 뒤집었다.

쟁점은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다'는 정당한 기대가 있었는지 여부다. 항소심 재판부는 재단 측이 장씨에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규직으로 채용될 것"이라고 말한 점,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한 점, 이전의 기간제 근로자들 중 정규직 전환을 원했던 3명이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된 점, 실무총괄을 담당하는 고위직으로 근무했던 점 등의 근거로 들어 근로계약을 기대할 수 있었다고 봤다. 그러면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은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된다"고 봤다.

대법원 판례도 이와 같다. 대법원은 2011년 4월 "기간제 근로자는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당연 퇴직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다만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이를 위반해 부당하게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다"고 판단했다.

물론 정규직 전환을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었다면 정규직 전환이나 재계약을 요구할 수 없다. 지난 4월 서울행정법원은 수련지도원으로 1년간 근무하다 계약이 갱신되지 않은 우모씨 등 2명에 대해 "학생수련원에서 근로계약을 갱신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자격증 취득 없이는 근로계약이 갱신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며 부당해고로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 관계자는 "기간제 계약의 남용을 방지해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개정 기간제법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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