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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질도 통미봉남 … 미 국가정보국장에게 2명 내줘

북한에 억류된 지 2년 만에 전격 석방된 케네스 배(46)가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루이스매코드 공군기지에 도착해 마중 나온 어머니 배명희씨와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이날 함께 도착한 매슈 토드 밀러(24?왼쪽 둘째)가 마중 나온 가족을 만나는 모습. [워싱턴 AP·로이터=뉴시스·뉴스1]

제임스 클래퍼
북한이 오랫동안 억류해온 미국인 케네스 배(46)와 매슈 토드 밀러(24)를 석방했다. 미 CNN방송 등은 지난 8일 밤(현지시간) 두 사람을 태운 비행기가 워싱턴주 루이스-매코드 연합기지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어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케네스 배는 2012년 11월 관광객을 인솔하고 북한에 들어갔다 체포돼 반공화국 적대범죄로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받았다. 밀러는 지난 4월 북한에 들어가 망명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여권을 찢고 소란을 피운 혐의로 노동교화형 6년을 선고받은 뒤 복역해왔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눈여겨볼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석방하기까지의 과정이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두 미국인의 석방을 위해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직접 북한을 방문했다. 클래퍼 국장은 지난 7일 방북해 하룻밤을 묵었다고 한다. DNI 국장은 장관급이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미 연방수사국(FBI) 등 미국의 16개 정보기관을 관할하는 ‘미 정보사령탑’이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매일 정보사항들을 취합해 보고하는 최측근이다. 그런 만큼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로 무게감이 상당하다. 장관급인 클래퍼 국장의 방북은 현직 관리로는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방북한 이래 최고위급이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만일 성 김 6자회담 수석대표가 방북했다면 클래퍼 국장보다 직급은 낮지만 미국의 북핵정책 측면에서 주는 함의가 달랐을 것”이라며 “정책이 아니라 정보를 하는 인사를 보낸 건 미국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없음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 언론들의 보도를 분석해보면 클래퍼의 역할은 그 이상이다. CNN과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클래퍼 국장이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전달했다”며 “오바마의 친서에는 ‘이 사람이 미국인들을 조국으로 데려올 내 개인 특사’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보도했다. 클래퍼 국장을 메신저 삼아 오바마 대통령이 김정은과 간접 대화를 했다는 의미다. 클래퍼 국장이 김정은과 직접 만났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북한이 두 미국인을 풀어준 타이밍도 절묘하다. 다음달 유엔 총회에선 북한 지도부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내용의 북한인권 결의안이 다뤄진다. 그런 점에서 억류 미국인을 석방한 조치는 일종의 유화책인 셈이다. 미국의 중간선거 직후에 석방이 이뤄졌다는 점도 유심히 볼 대목이다. 아산정책연구원 봉영식 선임연구위원은 “국제사회의 인권 압박 강도가 강해지고,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며 ‘대북 매파’들이 상원을 장악하자 북한으로선 지금 반응을 보이는 게 전략적 이익에 맞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금이 ‘인질 카드’를 쓸 적기라고 판단했다는 거다.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기습 유화책을 씀에 따라 외교가에선 인질 석방 카드로 통미봉남(通美封南)을 구사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도 하고 있다. 북한은 일본과 북·일대화를 가동시킨 데 이어 이번에 미국과도 직접 접촉하는 태도를 보였다. 반면 한국이 제안한 남북 고위급 접촉에 대해선 거부한 상태다. 그뿐만이 아니다. 케네스 배 건과 비슷한, 13개월째 북한이 억류 중인 김정욱 선교사의 근황이라도 알려달라는 우리 정부 요구에도 묵묵부답이다.

 그래선지 정부는 미국이 억류자 석방과 관련해 한국과 면밀히 협의해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8일 자정 무렵 외신들이 석방 소식을 긴급 타전하자 외교부는 곧바로 출입기자단에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충분한 시간을 두고 필요한 설명을 들어왔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30여 분 뒤 미 정부가 이를 공식 확인하자 노광일 대변인 명의로 “이를 환영하며, 김정욱 선교사도 속히 석방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침례교 소속 선교사인 김정욱씨는 2007년부터 중국 단둥(丹東)에서 탈북 주민을 지원하며 이들이 제3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돕던 인물이다. 2012년 10월 자신이 숨겨준 탈북 여성 12명이 중국 공안에 잡혀 북송되자 이들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평양에 들어갔다가 체포돼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9일에도 기자실을 찾아 “주한대사관을 통해 관련 내용을 협의해왔고, 며칠 내로 미국으로부터 협상 과정에 관한 추가 설명이 있을 것”이라며 “ 미국의 대북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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