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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원래 정치경제학 … 역사·사회 알아야지

7일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왼쪽 셋째)의 ?경제학원론? 발간 40주년 기념식을 마치고 이 책의 공동저자로 참여한 김영식 서울대 교수(왼쪽), 전성인 홍익대 교수(왼쪽 둘째), 정운찬 서울대 명예교수(오른쪽)가 자리를 함께했다. 2013년의 10판 가격은 3만7000원으로 1974년 초판 가격(3000원)의 12.3배다. [김상선 기자]

“경제학자는 역사와 사회를 알아야 해요. 당면한 현안 문제와 관련(relevance)이 있어야 합니다. 요즘엔 경제학이 있으나마나 사회는 잘 돌아갑니다. 경제학이 너무 정밀함만을 추구한 대가지요.”

 조순(86) 서울대 명예교수가 느릿느릿, 그러나 분명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7일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열린 그의 『경제학원론』 발간 4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제자인 정운찬 서울대 명예교수(전 국무총리)가 주도해 마련한 이날 행사에는 안병직·송병락·박우희·정기준· 이천표 서울대 명예교수 등 경제학계 원로와 성낙인 서울대 총장, 이정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 전·현직 교수 100여 명이 참석했다.

 조 교수의 『경제학원론』이 나온 것은 1974년. 국내 경제학계의 제대로 된 첫 번째 경제학 교과서라는 평가를 들었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74년 이전에는 폴 사뮤엘슨이나 리처드 립시의 교과서로 경제학원론을 공부했다. 74년 선생님 책이 나오자 전국에서 이 책을 교재로 선택하면서 경제학 교과서의 ‘수입대체’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조 교수가 초판 서문에 “저술 과정에서 막대한 도움을 받았다”고 거론했던 뛰어난 제자 ‘오수재(五秀才)’ 중 한 명이다. 나머지 4명은 강호진 고대 명예교수, 김승진 전 한국외대 대학원장(서울캠퍼스), 김중수 전 한은 총재, 박종안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코노미스트다. 이정우 교수는 “책 서문에 ‘이러저러한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정도로만 적는 게 보통인데, 선생님께서는 ‘오수재가 다 썼다’는 식으로 전무후무하게 파격적인 서문을 쓰셔서 당시 화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 서문 덕분에 40년 가까이 교수 생활을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오수재’라고 하니 남들이 ‘검증할 필요도 없이 똑똑한가 보다’하고 여겼기 때문”이라는 농담으로 좌중을 웃겼다.

 『경제학원론』은 9차례 개정을 했고, 중요한 순간마다 후학들이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88년 조 교수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이 돼 학계를 떠나게 되자 90년 5판부터 정운찬 교수가, 2002년 정 교수가 서울대 총장을 맡게 되자 2003년 7판부터 전성인 홍대 교수가, 2009년 8판부터 김영식 서울대 교수가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책임저자를 잃을 위기가 올 때마다 후학들이 릴레이 구원투수로 나선 셈이다. 이 책은 그렇게 지난해 10판을 냈다. 전성인 교수는 “일관된 논리, 충분한 깊이, 현실 적합성, 최근의 학계 동향 반영 등 이 책의 4가지 장점은 정운찬 교수가 저자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기간에 잘 드러났다고 많은 분들이 평가한다”고 했다.

 경제학 교과서의 ‘수입대체’ 효과를 냈던 이 책이 올해 불혹(不惑)을 맞았지만, 요즘 가장 잘 팔리는 경제학 교과서는 다시 외국 번역서인 『맨큐의 경제학』이다. 국내 학자의 책으로는 서울대 이준구 교수와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의 『경제학원론』, 안국신 전 중앙대 총장 등 3인의 『현대경제학원론』이 조순 교수 등의 『경제학원론』과 함께 대표적 교과서로 꼽힌다. 전성인 교수는 “‘쉽게 그리고 더 짧게’로 요약되는 최근 경제학 교육의 조류는 새로운 도전”이라고 했다.

 조순 명예교수는 여전히 건강하지만 다리가 좀 불편하다고 했다. 그는 행사가 끝나고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젊은 경제학도들은 연구범위를 좀 더 넓혀야 합니다. 경제학은 원래 정치경제학(political economy)이었잖아요. 경제학은 결국 정치를 좋게 만들기 위한 겁니다.”

글=서경호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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