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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1인 가족

1인 가족 - 안현미(1972~ )

새벽 5시, 세탁기를 돌린다 특별시의 시민으로서 세탁기를 돌린다 얼굴도 모르는 이웃들이 함께 살고 있는 8가구 다세대주택의 새벽을 돌린다 필시 누군가의 단잠을 깨울 것이 분명하지만 특별시의 시민으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신없이 세탁기를 돌리고 출근을 하고 야근을 하고 정신없이 살아남아야 한다 정신없이도 살아남아야 한다

 새벽 5시,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을 돌린다 얼굴도 모르는 강박을 돌려야 한다 층간소음 다툼으로 살해당할 각오를 하면서도 세탁기를 돌려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신없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을 돌려야 한다 특별히 살아남기 위해서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온기를 나눌 가족 하나 없이 혼자 밥상을 차리고, 혼자 이야기하고, 혼자 잠이 든다. 인사 한 번 나눈 적 없는, 얼굴도 모르는 이웃들과 특별시의 시민으로 살아남기 위해. 이웃들에게 살해당할 각오를 하면서 이른 새벽에 세탁기를 돌리고 출근을 하고 야근을 한다. 특별할 것도 없는 특별시에서 정신없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을 돌리며, 특별시에 홀로 남겨진 고아처럼,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서. <황병승·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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