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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준의 줌마저씨 敎육 공感] 네 잘못이 아니야

강홍준
논설위원
“미리 알면 지킬 수 있습니다.” 탤런트 채시라의 내레이션은 요즘도 TV의 공익광고에서 이렇게 나온다. 동화 빨간모자 소녀가 동네에 사는 성범죄자의 얼굴을 미리 알고 성범죄자와 마주치자 “늑대가 나타났어요. 도와주세요”라고 외친다. 이 광고가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를 홍보하려는 취지라는 건 알겠으나 동화 속 소녀가 맞닥뜨리는 상황이 실제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광고에선 성범죄자가 갑자기 나타나 “어디 가는 중이니? 내가 데려다줄까”라고 묻자 빨간모자 소녀는 단호하게 “아니요”라고 말한다. 사실 아동 성폭력의 실제 사례를 보면 가해자들은 이런 식으로 유혹하거나 위협해 끌고 가는 게 아니라고 한다.

 이현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가해자들은 보통 먹이를 노리는 포획자처럼 짧게는 4시간 전부터 길게는 몇 년까지 피해 아동을 길들이는 과정을 선행한다”고 설명했다. 물건을 준다든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강아지 같은 동물을 보여준다든지 해서 유인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 교수는 “길들이기 과정을 그루밍(grooming)이라고 하는데 성폭력 예방을 위해선 무엇보다 그루밍을 깨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루밍을 깨려면 아이가 우선 하루 동안 자신이 경험한 걸 부모 등 보호자에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보호자도 이 얘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오늘 아파트 놀이터에 갔는데 어떤 아저씨가 강아지를 보여주면서 만져보라고 했어요. 너무 귀여웠어요”라고 말하면 보호자는 “누구였는데? 아는 사람이야?”라고 되묻고, 이어서 “나랑 같이 가보자”라거나 “혼자 있지 말고 친구랑 같이 있어야 해”라고 답변하는 식이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나이부터 이런 훈련을 쌓게 하는 게 현실적인 예방책이라는 게 이 교수의 조언이다.

 게다가 “미리 알면 지킬 수 있다”는 내레이션은 “모르면 (네 몸을) 못 지킬 수 있다”로 읽힌다. 인터넷을 통해 성범죄자의 얼굴을 숙지하지 못했거나 ‘아니요’라고 말하지 못한 게 피해자의 잘못처럼 받아들이게 한다. 얼마 전 12세 여아가 공사장에 끌려가 울기만 한 채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대 성범죄자에게 법원은 달랑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19세 이상 성폭력 피해자의 60%가 가해자에게 저항하다 치명적인 신체적 부상까지 당했다는 통계가 있는데도 광고를 만든 여성가족부나 범죄자를 정죄한 사법부나 아이들이 처한 극한 상황에 어쩌면 저리 무감각할 수 있는지. 성폭력당한 게 아이 잘못인가. 그렇지 않다.

강홍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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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