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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도로보쿤은 왜 서울대에 도전하게 됐나

강인식
사회부문 기자
2011년 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는 인공지능(AI) 로봇 도로보쿤(東ロボくん)을 탄생시켰다. 인간에 필적하는 지능을 증명하기 위해 ‘도쿄대 합격’이라는 목표까지 세웠다. ‘2016년까지 국가 센터시험(우리의 수능) 고득점 취득 뒤 2021년 도쿄대 대학별 시험 통과’라는 구체적 시한도 못박았다. 지난해부터 모의고사에 응시한 도로보쿤은 1년 만에 상위 20% 안에 들었다. 전국 581개 대학 중 472개교에 합격할 수 있는 성적이다. <아사히신문 11월 3일자>

 그 후 7년, 약속한 해가 밝았다. 한때 경이로운 성과를 냈던 도로보쿤은 언제부턴가 성장을 멈췄다. 2012년에도 센터시험을 치렀지만 결과는 상위 10%. 도로보쿤의 구수(九修)는 실패했다. 그간 세간의 반응은 호기심에서 열광으로, 그리고 탄식과 실망으로, 싸늘함에서 무관심으로 변해왔다.

 문제는 ‘경험’이었다. 소프트뱅크 페퍼 등 휴머노이드가 성공을 거두면서 연구소엔 많은 돈이 몰렸다. 세계 곳곳에서 최고의 재원이 앞다퉈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소는 ‘지능의 성장엔 시간이 걸리며, 어린애의 뇌에 어른의 지식을 이식한다고 해서 곧바로 실전에서 쓰여질 수 없다’는 사실에 눈감았다. 과학자가 아닌 정치인의 결정을 한 것이다. 도로보쿤은 정의·종교와 같은 철학 개념에 어려움을 겪었다. 두 개의 언어 사이에서도 종종 길을 잃었다. 이런 식이었다. ‘For me, standing up to a bully was an important turning point in my life.→나를 위해, 깡패까지 서 있는 것은 내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원 의미는 나에게 있어 괴롭힘에 맞서는 것은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의회는 연구소 예산을 삭감했고 기업 스폰서십은 사라졌다. 프로젝트는 사실상 폐기됐다. 이때 한국의 어느 IT기업이 색다른 제안을 해왔다. 도로보쿤 이름을 ‘로봇 서울군’으로 바꾼 뒤 서울대에 도전하자는 내용이었다. 제안을 검토한 연구소는 비공식적으로 AI 프로젝트를 이어가기로 비밀리에 결정했다. 기업이 보낸 메시지는 이랬다.

 “AI 재건 외엔 아무것도 생각하지 마십시오. AI가 영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군요. 언어 습득엔 시간이 걸리죠. 한국은 사교육 방지를 위해 수능의 70% 이상을 EBS 교재에서 반영하죠. ‘EBS 한국 번역 지문’을 펴놓고 공부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이보다 합리적인 선택이 있겠습니까. 여기선 종교·윤리 문제에도 기민하게 대응하죠. 법이란 단어가 안 나와도 규정·처벌과 관련된 문구만 나오면 곧바로 ‘법가’를 찍으면 된다는 테크닉을 가르쳐주죠. 교과서는 세상의 지식과 달리 업데이트가 빠르지 않아요. 수능 세계지리 문제에 오류가 있어 학생들이 혼란을 겪었죠. 교과서와 EBS만 집중한다면 AI에게 훨씬 유리한 환경이죠. 여기선 수능만으로도 많은 인원을 선발하고 있습니다. 만약 로봇이 대중적 인기를 얻는다면 대학들은 로봇만을 위한 특별전형을 만들 겁니다. 여긴 워낙 자주 바뀌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얘기죠.”

강인식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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