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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50년간 보물 크기조차 파악 못한 문화재청

[일러스트=강일구]

이정봉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처음엔 팔사품(八賜品)이 가짜가 아닐까 의심했습니다.” 지난달 31일 만난 자리에서 장경희 한서대 문화재보존학과 교수가 건넨 말은 충격적이었다. 문화재계엔 팔사품이 가짜라는 소문이 오래전부터 돌고 있었다. 문화재청이 작성한 보물지정서에 기재된 치수가 실물의 크기와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팔사품은 충무공 이순신의 위엄을 상징하는 여덟 가지 물건으로 경남 통영 충렬사에 보관 중이다. 1966년 보물 제440호에 지정됐다.

 장 교수가 실물 크기를 직접 측정한 결과 팔사품은 보물지정서의 치수와 터무니없는 차이를 보였다. 귀도(鬼刀)·참도(斬刀) 등의 칼은 1m나 차이 났다. 팔사품 중 실제 길이가 제대로 반영된 건 하나도 없었다.

 장 교수의 연구를 통해 팔사품이 가짜가 아님이 밝혀진 건 다행으로 보인다. 유물은 당시의 시대적·지역적 특성을 생생히 드러냈고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장 교수는 “팔사품은 진품이었지만 문화재청의 공식 기록 관리가 소홀해 오류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 오류는 조선시대 단위인 척(尺)을 미터법으로 환산하다 생긴 실수다. 66년 문화재위원회는 팔사품 크기를 최초로 기재한 1795년 책 『이충무공전서』를 참고했다. 『이충무공전서』엔 척관법(척을 기준으로 한 단위계)으로 기록돼 있다. 이를 ‘1척=30.3㎝’라는 근대 도식에 일괄 적용한 것이다.

 한마디로 실물을 한 번도 측정하지 않은 채 문헌만 보고 계산해서 만든 기록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조선시대엔 물건의 종류에 따라 1척의 길이가 서로 다른 경우가 잦았다. 팔사품에 실제로 적용된 기준은 ‘1척=20.5㎝’였다.

 60년대엔 국가적으로 민족의 영웅을 재조명하는 가운데 관련 유물들이 다수 국보·보물에 지정됐다. 그렇다 보니 지정조사보고서가 없거나 있더라도 허술하고 오류가 많다. 60년대 주먹구구식 기록은 당시의 한계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도 문화재청은 두 차례나 팔사품 실물을 확인하면서 치수 오류를 바로잡지 않았다.

 학계에선 “문화재 관리 체계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이상훈 해군사관학교 박물관 기획연구실장은 “문화재청에 도량형 전문가가 전혀 없는 등 전문성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라 이 같은 일이 언제라도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66년에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라 허술한 부분이 많다. 과거 유물에 대한 오류를 바로잡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재 충렬사의 팔사품을 베껴 만든 모사품들이 현충사 등에 보관돼 있다. 이들 물품에 일련번호나 모사품이라는 표시가 없는 것도 문제다.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이제라도 문제의 진단부터 제대로 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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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