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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취직률 아닌 취업률을 평가하라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인사조직학회 회장
지금은 작고한 스티브 잡스가 처음 아이폰을 들고 나와 소개하면서 자신의 영감은 인문학에서 얻었고 그것이 테크놀로지와 만났다고 말했다. 그때 우리나라도 잠시 인문학 열풍이 불었다. 그러나 불과 몇 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대졸자 채용에서 문과생들을 외면하고 이공계 졸업생 위주로 채용하고 있다.

 한 해 평균 대졸자가 30만 명에 이르고 그중 절반이 인문계 출신임을 감안한다면 이들의 취업난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이 같은 산업현장의 인력 수급 미스매치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대학의 학과·전공 구조조정 필요성이 한편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2025년 유엔미래보고서에서 미국 정부는 현존하는 직업의 80%가 10년 내에 사라지거나 진화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우리가 현재 떠올리는 유망한 직업이 미래 우리 아이들에게는 구시대의 산물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대학의 구조조정된 학과와 커리큘럼으로 교육받은 졸업생이 사회에 진출하는 4∼5년 후엔 이미 산업현장의 수요가 바뀌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산업 요구와 수요를 반영해 대학이 반응한다면 매번 ‘뒷북’만 치고 학생들만 희생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대학 같은 고등교육에서 필요한 것은 환경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융합적 마인드와 창의력을 배양하도록 교육시키는 일이다. 예를 들어 인문계열의 전공생들에게는 요즘 강조되는 소프트웨어 역량 교육을, 상경계열 학생들에게는 기초적인 엔지니어링 소양 교육을 해주는 것이다.

 아울러 좀 더 긴급한 해결책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정부가 전공별·대학별 취업률 순위를 매겨 대학평가에 반영하는 제도부터 바꿔야 한다. 더군다나 취업률 산정 방식을 보면 ‘건강보험 직장가입 취업자’ 위주로 돼 있다. 대학교육의 목표가 마치 ‘회사원’이 되는 것을 암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저성장 기조의 확산으로 기업들의 채용 규모는 향후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피고용자 숫자를 앞세운 단순 취업률 공개로 대학을 압박하는 대신 보다 근본적인 정책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 ‘취업률’이라고 하지만 내막은 ‘취직률’을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보다는 대학생들이 창업자가 되어 자신의 ‘업’을 개척하고 나아가 동료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해주면서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창업이 극소수 학생의 관심 분야로만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 대안으로 창업가의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대학과 정부는 실효성 있는 정책과 제도를 모색해야 한다.

 졸업 후 창업은 불확실성과 신분의 불안감 때문에 부모들이 가장 앞장서 반대하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창업에 대한 학생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떨쳐주는 길은 재학생 시절에 보다 실질적인 창업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대학이 재학 중 창업활동을 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우리 대학들이 캠퍼스 건물을 짓기 위해 동문 모금을 하는 노력의 일부를 후배들의 창업기금으로 지원한다면 구체적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창업의 도전과 실패를 교육과 훈련의 범주로 인식해 학교 안에서 재학생 신분으로 하는, 이른바 ‘캠퍼스 창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전공생들이 창업팀을 구성해 도전하면 전공 간 벽을 허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마크 저커버그의 신화를 보자. 당시 19세이던 그는 하버드대 기숙사에 사이트를 개설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탄생시켰다. 미국 스탠퍼드대도 페이스북 같은 캠퍼스 창업을 북돋우기 위해 캠퍼스 중심 창업문화 조성에 힘쓰고 있다. 이른바 ‘창업학교’로 변신 중이다. 창업 후 학교를 중퇴하는 학생들 문제가 불거지자 인재들을 학교에 붙잡아 두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존 헤네시 스탠퍼드대 총장은 대학이 보유한 기금의 투자 방향을 학생 중심의 미래혁신 기업가 양성에 맞추고 있다. 이미 성공한 창업기업들이 구글·야후 등 거대 기업들로부터 혁신기술을 인정받고 있다.

 창업 도전이 중요한 것은 비단 대학생 개인의 인생 진로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초기 창업에 성공하고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 이상 되는 기업들을 공시하고 있는데 그 대상이 미국·중국·영국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미국의 뒤를 이어 창업 엘리트 국가로 우뚝 선 것은 놀랍지 않은가.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평생 여러 개의 직업을 갖고 살며 1인이 제조업을 쉽게 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정부는 취직률이 아닌 진정한 취업률을 평가해야 한다. 이때 각 대학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재학생들의 캠퍼스 창업을 지원하는지를 평가 요소에 포함시킨다면 아마도 대학의 정책 방향과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더 늦기 전에 교육부는 취업률에 따라 대학을 줄 세우기 하는, 시대에 맞지 않는 평가 방식을 바꿔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캠퍼스 창업을 위한 실질적 지원을 해준다면 많은 학생이 새로운 도전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인사조직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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