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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유럽 돈풀기에 낀 한국, “손 놓고 있지 않겠다” 했는데 …

한국은행은 오는 13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연다. 최근 엔저 가속화와 관련 지난 7일 이주열 한은 총재가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이달엔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 바로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역대 최저인 연 2%로 낮췄기 때문이다. 한은이 두 달 연이어 기준금리를 낮춘 전례는 드물다. 1999년 정책금리 제도를 도입한 이래 연속으로 금리를 인하한 건 미국 9·11 테러 전후 (2001년 7월~9월)와 금융위기(2008년 10월~2009년 2월) 때 뿐이었다. 시장 역시 이달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작게 본다. 신영증권 홍정혜 연구원은 “세월호 침몰 이후 내수 부진이 회복되고 있고 원화도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어 한은이 당장 기준금리를 내릴 요인을 찾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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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건은 다음 수순이다. 시점의 문제일 뿐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거란 시장의 기대는 점점 부풀고 있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나라 안팎 상황 때문이다. HMC투자증권 이정준 연구원은 “내부적으로는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외부적으로는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이 돈 풀기에 나서고 있어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6일(현지시간) “전면적 양적완화(통화 풀기)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10조 엔(약 95조원) 이상의 양적완화를 선언한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BOJ) 총재에 이어 통화 전쟁에 참전하겠다는 드라기의 선전 포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드라기의 발언을 두고 “양적완화를 단행할 준비를 마쳤다는 의미”라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드라기는 유럽 경제를 살리려 1조 유로(약 1355조원)를 투입할 것”이란 전망을 곁들었다. 국제통화기금(IMF)까지 나서 이들의 선택에 힘을 실어줬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유럽중앙은행과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계획에 대해 “적절하고 합당한 조치”라고 평했다. 엔화와 유로화가 대량으로 풀린다는 소식에 이들 통화값은 내리막길을 걷는 중이다. 원화의 상대 가치는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낮춰 원화값을 같이 떨어뜨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 배경이다.

 그러나 한은이 섣불리 행동에 나서긴 쉽지 않다. 저금리를 타고 급증하는 가계부채에, 내년 정책금리 인상을 저울질 하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움직임 때문이다. 수십 조원에서 수천 조원을 주무르는 미국과 일본, 유럽 선진국의 돈놀이에 낀 상황에서 한은의 금리 인하가 원화가치를 안정시키는데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도 미지수다. 한은의 고민이야 어떻든 채권 투자자들은 벌써부터 또 한번의 기준금리 인하에 배팅하고 있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2.8%대에서 움직이던 국고채 3년물 금리(수익률)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한 올 7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최근 사상 최저치를 갱신했다. 지난 7일 거래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090%였다. 5개월새 0.7%포인트 넘게 하락한 셈이다. 기준금리는 0.5%포인트가 떨어졌는데 채권금리가 그 이상 하락했다는 건 시장이 추가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기준금리 조정 시점을 두고는 올 12월 인하론과 내년 상반기 인하론으로 갈리는데 대세는 후자다. 신한금융투자 강성부 채권분석팀장은 “내년 1분기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 번 더 내린 뒤 저금리 상태가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12월 인하론도 소수긴 하지만 존재한다.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화투자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일본은행의 예상치 못한 양적완화로 환율 방어와 경기회복을 위해 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1~2개월 정도 당겨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현숙·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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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