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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카탈루냐, 분리독립 주민투표 강행

스페인 카탈루냐 주가 9일 끝내 분리독립을 묻는 주민투표를 강행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중세로 되돌아 가자는 거냐"며 경고하고 헌법재판소의 제동에도 불구, '나의 길'을 간 것이다. 하지만 비공식적인 이번 투표의 법적구속력은 없다. 결과와 상관 없이 카탈루냐 주는 스페인 17개 주 중의 하나로 계속 남게 된다.



그런데도 카탈루냐의 아르투르 마스 주지사가 투표를 강행한 이유는 뭘까. '일단 나부터 살고 보자'는 속셈이다. 카탈라니즘이라 불리는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 정치적 이익을 얻자는 계산인 것이다.



카탈루냐가 스페인에 병합된 지 올해로 정확히 300년이 된다. 오랫동안 고유 언어와 문화를 말살 당하다시피 해온 점을 고려하면 분리독립의 이유는 충분히 있다. 카탈루냐는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물러난 1975년 이후 민족 정체성 회복과 자치권 확보를 위해 힘을 써왔다. 그러나 북부 바스크 주처럼 격렬한 무장투쟁을 벌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높은 생활수준을 누렸다.



하지만 스페인 재정위기가 터지고 강력한 긴축정책이 실시되면서 그 동안 눌려왔던 불만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카탈루냐에서 걷힌 세금의 24%가 중앙정부로 들어가지만 돌아오는 혜택은 9%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낮잠(ciesta)과 축제(fiesta)'의 나라 스페인을 떠나 우리끼리 잘 살아보자는 정서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마스 주지사는 2012년 선거에서 바로 이점을 활용, 분리독립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공약해 높은 지지율로 당선됐다. 하지만 마드리드 중앙정부와 헌재가 투표를 막고 나서 곤란한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야당인 카탈루냐공화좌파당(ERC)이 정식 주민투표 강행을 강력히 주장하면서 정치적 부담이 더욱 커졌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마스 주지사의 집권 카탈루냐통합당(CiU)의 지지율이 ERC보다 떨어져 마스는 더 이상 물러나기 어렵게 됐다. 2016년 주 총선을 생각하면 비록 헌재가 주민투표를 불법이라며 보류시켰더라고 편법으로라도 투표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문제는 투표 이후 독립을 위한 행동계획 청사진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하나의 국가로 독립하기 위해서는 경제는 물론, 외교·안보의 틀이 마련돼야 한다. 카탈루냐 주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지 않거나 발표하지 않았다. 실제 분리독립 의사가 강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그래서 카탈루냐가 스코틀랜드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코틀랜드는 지난 9월 영국 중앙정부의 동의 아래 실시된 합법적 주민투표에서 반대표가 55%로 더 많아 분리독립에 실패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런던을 압박해 자치권 대거 이양이라는 전리품을 얻어냈다. 카탈루냐의 이번 주민투표 강행도 자치권 확대를 위한 목적일 수 있다. 카탈루냐 주 정부는 세제를 포함해 각 분야의 자치권을 바스크 주 수준으로 확대하길 바라고 있다.



카탈루냐 주민투표일인 9일은 마침 동서 통합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베를린장벽 붕괴 25주년이기도 하다. 게다가 올해는 1차대전이 발발한 지 100주년이다. 100년 전 유럽은 민족주의로 분열돼 있었다. 그때와는 사정이 조금 다르기는 하겠지만 유럽이 다시 옛날로 되돌아 가는 것은 그만큼 더 불안해진다는 것을 카탈루냐는 물론 스코틀랜드도 잘 알고 있다.



중앙SUNDAY 외교·안보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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