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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니들 싫어’ 국회 낙서해 화제된 대학생들 알고 보니







‘나 니들 시러’.

지난달 26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건물 2층 기둥에 검은색 래커로 쓴 낙서가 발견됐다. 낙서를 한 범인은 서울의 한 사립대 재학생인 문모(25)씨와 김모(22)씨. 이들은 이날 오후 5시 20분쯤 국회 남문을 통해 본청 건물에 들어와 기둥에 큼지막하게 ‘나 니들 시러(싫어)’라고 적었다. 국회 상황실 근무자와 순찰 중이던 기동대 직원에 의해 발견돼 현행범으로 체포된 이들은 경찰에서 “일상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을 광고 영상으로 표현하라는 과제물이 있어서 낙서하고 촬영하려 했다”며 “죄가 되는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국회 기둥에 적힌 이 낙서는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화제가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각종 SNS 등에는 이들의 낙서가 국정감사 중이던 국회에 대한 비판 메시지로 해석되면서 “동감한다”, “말는 말이다”, “속이 시원하다” 등의 댓글이 수백 개씩 달렸다. 페이스북에는 '나 니들 시러'라는 페이지가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과 학교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씨와 김씨는 정치와는 무관한 영상학과에 재학중인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같은 학과에 재학중인 한 학생은 이들에 대해 “대외활동도 전혀 하지 않고, 운동권과는 완전히 거리가 먼 조용한 친구들”이라며 “본인들이 과제물을 제출하면서 약간 오버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측에 따르면 이들은 이번 학기 ‘광고연출’이라는 수업을 들었다고 한다. 해당 수업의 박 모 교수는 중간고사 프로젝트로 “2~3명이 한 조를 짜서 크리에이티브한 방식의 광고영상물을 제출하라”는 과제를 냈다. 그러면서 ‘스틸프리(Still Free)’ 광고 영상을 참고 동영상으로 보여줬다. 이 영상은 지난 2006년 칸 광고제 사이버부문 대상을 수상한 미국 광고대행사 ‘드로거파이브(Droga5)’가 패션브랜드 ‘에코(Ecko)’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광고 작품이다.

3분 가량의 이 광고 영상은 두 명의 청년이 미국 뉴욕시가 상정한 낙서금지법안에 항의하기 위해 워싱턴 D.C. 교외에 있는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잠입한 뒤,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검은색 래커로 ‘Still Free(그래도 자유다)’라고 낙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로 에어포스원에 낙서를 한 것이 아니라 합성을 한 ‘페이크 영상’이었다. 당시 이 광고는 인터넷에 익명으로 게재되면서 수 주만에 미국 내 수십 개의 인터넷 사이트와 지역 TV뉴스 등에 소개되며 인기를 끌었다. 2600만명 이상이 이 영상을 시청했다고 한다. 논란이 커지자 급기야 미 국방부에서는 에어포스원이 ‘낙서테러’를 당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학교 관계자는 “교수가 소개해 준 영상을 보고 문씨와 김씨가 ‘국회에 낙서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범행을 저지른 모양”이라며 “학생들이 현재는 많이 반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학교 측에서 징계는 따로 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해당 수업을 맡은 박 교수 역시 서울 영등포 경찰서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이들의 정상참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등포서 관계자는 9일 “문씨와 김씨에게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해 지난주 초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채승기ㆍ장혁진 기자 che@joongang.co.kr
사진=뉴스1, Still Free 사이트 캡처

※'Still Free' 영상은 http://www.stillfree.com/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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