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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리포트] '한국과 유럽, 악기로 만나다' 특별전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너. 네 거인 듯 네 거 아닌 네 거 같은 나.”



대나무로 만든 대금과 금속 플루트 16세기엔 쌍둥이 같았죠

지난 5일 국립국악원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과 유럽, 악기로 만나다’ 특별전에서 동서양의 전통 악기를 보고 떠오른 노랫말입니다. 유럽 각지에서 모인 고(古)악기들은 우리네 악기와 닮은 듯 다른 매력을 선보였는데요, 서로 다른 문화 안에서 어떻게 악기가 발전하고 이어져 왔는지 알아보았습니다.



글=김대원 인턴기자 , 사진=김대원 인턴기자·국립국악원 제공



음을 내는 원리, 모양도 비슷



전시는 벨기에 브뤼셀 악기 박물관에서 온 고악기 22점과 국립국악원이 보유중인 국악기 16점으로 구성됐다. 전통적인 서양의 분류법에 따라 관악기와 현악기로 구분해 놓았는데, 관악기는 ‘가로로 부는 악기’와 ‘세로로 부는 악기’로 나누어 전시했다. 현악기는 손으로 현을 튕겨 연주하는 ‘발현악기’, 활로 현을 긁는 ‘찰현악기’, 해머로 현을 두드리는 ‘타현악기’로 세분화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벽에 적힌 악기의 기원이 눈에 들어왔다. 원시 인류가 일상에서 접하는 소리의 특징을 파악해 악기를 발명했다는 내용이다. 소라껍데기를 불면 아름다운 소리가 나고, 활시위를 당겼다 놓으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나며, 속이 빈 항아리를 두드리면 울림소리가 나는 것에서 힌트를 얻어 관악기·현악기·타악기가 탄생했다.



이번 특별전이 의미하는 바가 바로 여기에 숨어있다. 어떤 악기든 원형을 비교해보면 음을 내는 원리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시작은 함께였다. 사람들이 살아간 시대와 정신에 따라 각자 다른 모습으로 변화했을 뿐.



전시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6세기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플루트(Flute)다. 국악기인 대금(大<7B12>)과 매우 유사했다. 가로로 부는 연주방법 뿐 아니라 숨을 불어 넣는 위치, 손가락으로 짚는 구멍까지. 다른 점이라곤 재료 정도였다. 우리 조상들은 속이 빈 대나무를 그대로 사용한 반면, 서양인들은 은행나무나 회양목을 깎아 만들었다.



오보에(Oboe)의 원형으로 알려진 트레블 숌(Treble Shawm) 역시 16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우리나라의 피리와 나발을 합쳐놓은 듯한 생김새다. 특이한 점은 동서양 모두 세로로 부는 관악기를 연주하기 위해 리드(reed)라는 보조장치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을 서(舌)라고 부르며 갈대나 대나무를 갈아 만든다. 악기에 따라 한 겹으로 만든 홑서(싱글 리드)나 두 장을 겹쳐 만든 겹서(더블 리드)를 쓰는 것도 같다.



18세기를 기점으로 급격히 달라져



시대에 따른 악기의 변화 중 가장 눈에 띈 것은 서양 악기의 ‘금속화’다. 전시된 악기들은 18세기를 기점으로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관악기의 경우 손가락으로 구멍을 막는 대신 키(kye)라는 금속 장치를 덧대었다(플루트·오보에). 현악기는 동물의 내장을 말려 사용하던 거트(gut)현을 철이나 나일론 현으로 바꿨다(류트 기타). 보다 정확한 음을 내기 위해서다. 나무나 동물의 내장과 같이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만든 악기는 습도나 온도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 또, 관악기의 구멍을 손가락으로 막으면 바람이 새어나갈 경우 음정이 바뀐다. 오케스트라가 유행한 18세기 유럽은 다양한 소리가 조화를 이루는 화성의 시대이기도 했다. 따라서 악기 또한 자신의 위치에서 정확한 음을 내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는 서양의 합리적인 문화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반면 우리 악기는 오랜 세월 변화를 겪지 않았다. 합주문화가 발달하지 않아 홀로 자유분방한 연주를 즐겼기 때문이다. 연주자들은 매번 소리를 떨거나 꺾는 등 기교를 달리했다. 즉흥적이고 자연스러움을 중시하는 동양 문화의 특징이다. 서양식 합주문화를 국악에 접목하기 시작한 1960년대 국악기의 개량이 시작됐다. 그러나 어느덧 서양악기와는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많은 악기가 되어버렸다. 금속제로 변한 플루트와 한결같은 대금이 보여주는 차이가 그러하다.



국립국악원의 신성웅 학예연구사는 “서양 악기는 있어 보이고 국악기는 없어 보인다는 사람들에게 모든 악기의 원형이 유사하다는 점과 문화권에 따라 달라졌을 뿐 좋고 나쁨은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국악기에 대한 편견이 사라져 기타가 아닌 가야금을 뜯으며 노래를 부를 날이 올 수 있을까. 전시관 안에 놓인 ‘25현 가야금’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일반 가야금(12현)이 지닌 음역의 한계를 넘어 50가지 음을 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국립국악원에는 이역만리를 넘어 만난 동서양의 악기들이 서로를 밀고 당기며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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