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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이 러시아보다 잘한 일

어린 시절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은데 살 돈이 없었던 기억을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부모에게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으니 사 달라고 조르는 것뿐이다. 이때 보통 부모들의 답변은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 사 줄게’이거나 ‘안 돼, 다음에 사 줄게’ 또는 ‘네가 어떤 것을 하면 사 줄게’라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 어린이가 30~40년 전 소련에 살았다면 어떨까. 또 다른 답변을 들었을 것이다. “주변에 있는 빈 병들을 모아 깨끗이 씻은 다음 이를 팔아 아이스크림을 사 먹든지, 원하는 것을 구입하도록 해”라는 것이다.

독특한 주문이다. 하지만 이는 그 당시 소련이 쓰레기 재활용 문제에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잘 보여 준다. 현대사회의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인 쓰레기 문제에 대해 1970~80년대 소련은 나름대로 합리적으로 대처하고 있었던 것이다.

소련 정부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도 제공했다. 이로 인해 금속이나 유리 폐품 등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들은 대거 수거돼 다시 쓰일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정책은 당시 소비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였다. 우리가 강조하는 녹색성장이나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추진한 정책은 아니다. 하지만 자원의 활용도를 최대한 높이겠다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10여 년간 세계적으로 녹색성장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끌게 됐다.

각국 정부들은 경쟁적으로 혁신적인 녹색성장 정책을 내놓고 있다.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는 급증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미국과 유럽에 비해 늦게 출발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시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분리수거다. 한국에서 산 경험이 있는 외국인이라면 한국의 재활용 시스템이 얼마나 자발적이고 효율적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재활용을 위한 분리수거를 상당히 귀찮은 일로 여긴다. 분리수거가 몸에 배어 있는 한국인들과 달리 “내가 비용을 지불하고 쓰레기를 버리는데, 또 수고스럽게 분리까지 해야 하느냐”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구에서는 분리수거가 한국처럼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곳이 적지 않다. 일부 환경론자에 의해서만 실행되는 특별한 사회적 활동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남아 있다.

환경단체들뿐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들도 “재활용 쓰레기는 적은 비용을 들여 새로운 자원을 만들어 내는 귀중한 인류의 자산이며 녹색성장의 밑거름”이라며 자원 재활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효과가 만족스럽지만은 않다. 앞서 언급한 소련의 모범적인 사례도 이젠 러시아에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로 급격히 변화하는 과정에서 재활용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는 과거 계획경제에서의 자원 재활용정책이 더 효과적이었다는 탄식마저 나온다. 이게 경제체제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자원 재활용에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주인의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리나 코르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의 국제경제대학원을 2009년 졸업했다. 2011년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의 HK연구교수로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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