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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이 유연해져야 외교도 유연해진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베이징에서 곧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 그동안 중·일 관계는 한·일 관계 못지않게 냉랭했다. 시 주석은 1937년 중일전쟁 발발의 도화선이 됐던 ‘7·7사변’ 77주년 기념식에서 일본을 ‘도적(日寇)’이라고 지칭한 적이 있다. 그런 시진핑이 아베를 만나는 건 호오(好惡)를 떠나 국익추구가 외교의 본질임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건’이다.

 두 정상의 만남에 대해 우리 정부는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의연하게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라 한다. 그러나 속내는 다를 것이다. 중국과 일본의 접근으로 한국만 소외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고심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됐다.

 강대국들 사이에 낀 한국의 외교는 필연적으로 탄력성과 유연함을 요구한다. 중·일 관계 급진전이 우리에게 속박이나 부채로 작용해선 안 된다.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베이징의 기류를 직시하면서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환경 조성과 타이밍 포착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예컨대 얼마 전 불거진 독도 입도지원센터 건립 유보 논란을 의식해 일본과의 접촉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여론을 의식하기 앞서 국익을 위해 할 일을 하는 자세가 절실한 시점이다. 야당과 국민도 마찬가지다. 한반도를 둘러싼 작금의 국제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냉철한 판단을 요구하고 있다. 외교는 내치의 연장이라 했다. 국민이 유연하지 않으면 정부도 유연한 외교를 할 수 없다.

 한국은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시간이 쌓일수록 우리 땅임이 기정사실화되니 ‘조용한 외교’를 펴는 게 합리적이다. 일본의 도발에 흥분해 불필요하게 목청을 높이거나 우리끼리 싸운다면, 국제사회에서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각인시키려는 일본의 전술에 말려들 뿐이다. 정부는 55명밖에 남지 않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모처럼 국제사회의 관심을 모으기 시작한 위안부 문제를, 우리가 실효지배하고 있는 독도 이슈로 가릴 이유가 없다. 야당은 자기모순에서 벗어나야 한다. 야당 역시 과거 집권당 시절엔 독도의 분쟁화를 피하려는 입장 아니었나.

 이제부터 국민과 정치인 모두 독도 얘기에 흥분하기보다 독도를 진정 우리 땅으로 굳히고, 위안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반일감정이 뜨거웠던 2월 말의 한 여론조사에선 “한·일 정상회담은 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54.9%)였다. 우리 국민의 대일 의식 저변엔 실용주의가 깔려 있다는 의미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신념과 용기를 갖고 대일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친일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길이 보인다.

 물론 회담을 위한 회담은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과거사 폭주를 중단하는 일본 측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아베가 위안부 문제에 전향적 입장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이른 시일 내에 한·일 정상이 만날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 한·일관계가 이대로 가면 국교 정상화 50주년인 내년은 축제가 될 수 없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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