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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 극대화 vs 개발 독재형 … ‘金의 방식’에 엇갈린 시선

중앙포토
“지금 사회에서 부족한 건 비정함이다. 조직은 이겨야 하고, 선수의 자존심보다 더 중요한 건 조직의 승리다.”

청와대까지 간 ‘야신’ 리더십

청와대가 지난 7일 ‘야신(野神·야구의 신)’ 김성근(72) 감독을 초청해 ‘조직을 강하게 하는 리더’를 주제로 특강을 들었다. 대통령 비서실과 국가안보실 직원 250여 명을 대상으로 열린 강연에서 김 감독은 “리더는 지나간 다음에 존경받는 자리에 서는 것이다. 존경보다 중요한 건 신뢰이며 결과 없는 리더는 쓸모없는 사람”이라며 특유의 ‘성과주의’ 리더론(論)을 설명했다.

4년 만에 프로야구 감독으로 복귀한 김 감독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신(神)이라 불리는 남자. 스타 선수라도 가차 없이 교체하는 냉혹한 승부사. ‘500번 펑고(수비훈련을 위해 배트로 공을 쳐 주는 것)’로 대표되는 지옥훈련. 그리고 구단 운영 전권을 휘두르는 강력한 카리스마. 언뜻 ‘독재’로까지 비치는 70대 노감독의 리더십에 왜 야구 팬들은 절대적 지지를 보낼까. 사회현상으로까지 떠오른 김 감독 리더십의 실체는 뭘까.

김성근 리더십에 대한 분석은 넘친다. 김 감독 스스로 리더십에 대한 책(『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 2013년 출간)을 쓴 적도 있다. 중앙SUNDAY는 김 감독과 함께했던 야구인 10여 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현직 프로야구팀 코치 A씨의 분석이 흥미로웠다. 김성근 리더십이 한국 사회와 닮았다는 것.

“김성근 리더십에 대한 옳고 그름을 차치하면 얕은 저변과 한정된 자원, 부족한 시스템하에서 세계와 겨룰 수 있는 몇 안 되는 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A씨는 “우리나라 기업이 열악한 여건 속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제품이나 성과를 내는 과정도 비슷하다”며 “이상적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열악한 여건에서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내야 하는 우리 사회의 특성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고 진단했다.

김성근 리더십은 성과를 위해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시한다. 조직이 살아야 개인도 그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주의다. 리더십 학자들은 이런 리더십 유형을 독재형·권위주의형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김 감독과 함께했던 야구인들은 “그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강하고, 무엇보다 개인적인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항변한다.

“한국 상황 반영한 리더십의 전형”
김 감독 밑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B씨는 “김성근 리더십에 대해 가장 잘못 알려진 것이 무조건 강압적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훈련을 왜 해야 하는지 납득시키는 과정을 먼저 거칩니다. 운동장 100바퀴를 뛰는데 이유를 모르고 뛰면 벌이 되지요. 실제로 이런 지도방법을 고수하는 감독이 지금도 있어요. 하지만 왜 뛰어야 하는지 알고 뛰면 훈련인 겁니다.”

김성근 리더십은 종종 구단·프런트와 갈등을 빚는다. 성과를 내지만 오래 머물진 못했다. 김 감독 스스로 “열세 번 목이 잘렸다”고 한다. 현직 프로야구팀 C코치는 “김 감독은 이기는 야구를 하는 사람”이라며 “우리나라 구단·프런트는 야구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경영의지도 없다. 김 감독은 이기기 위해선 자신이 단장·사장의 역할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SUNDAY는 전문가들과 함께 김성근 리더십의 유형에 대해 분석해 봤다. 분석에는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 F E 피들러의 상황리더십 모델(그래픽 참조)을 사용했다. 20세기 조직심리학의 대가였던 피들러는 상황에 따른 리더십 유형을 최초로 제시한 학자다.

전문가들은 “김성근 리더십은 강한 과업지향성을 나타내지만 관계지향성에 있어선 상향(구단·프런트)과는 대립하는 경우가 많고, 하향(선수)에는 선택적 지향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통합형과 독재형의 경계에서 독재형에 치우친 형태다”고 분석했다.

야구인들은 김성근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장기적으론 바뀌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선수 출신의 프로야구팀 프런트 간부 D씨는 “야구에 대한 열정은 높이 사지만 한 사람의 리더십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올해 거인(요미우리 자이언츠)이 일본시리즈에 나가지 못한 것, 미국 스몰마켓 팀인 캔자스시티의 돌풍은 그런 방증”이라고 말했다.

“시스템 기초한 전략적 리더십 정착돼야”
현직 프로야구팀 E코치도 “언제까지 쥐어짜는 야구만을 할 순 없다”며 “김성근 야구가 민주적인 분위기에서 자란 요즘 선수들에게 먹히지 않는 순간이 올 수 있다”고 했다.

김성근 야구가 한국 사회를 반영한다는 주장에 대해 영화심리학자인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교수는 “흥미로운 분석”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 시절 홍일점 야구부원으로 활동했던 야구 매니어다.

심 교수는 “김 감독이 성과를 내고도 번번이 경질됐던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조급한 성과 지향 사회인지 보여 준다”며 “LA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뒤 왜 감독이 아닌 단장을 교체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사회의 지나친 스타 리더십 의존 역시 바뀌어야 한다”며 “황우석 사태에서 경험했듯 결과 중심, 인물 중심 리더십은 몰락했을 때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시스템에 바탕을 둔 전략적 리더십이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리더십 전문가인 정동일 연세대 경영대 교수도 “위기상황에선 카리스마적·상명하달적 리더십이 빛을 발하지만 조직이나 사회가 안정됐을 때에는 ‘인에이블러(Enabler·조력자)’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리더 개인의 역량에만 의존하면 조직이 지속가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청와대가 김 감독 특강을 듣고 어떤 교훈을 얻었을지 궁금하다”고도 했다.

“한 조직이 리더십 강의를 요청할 때에는 그들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리더십을 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와대가 그리는 리더십이 김성근식 리더십일 수도 있겠지요. 경제 골든타임이니 하는 인식이 현재를 위기상황으로 보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국가 경영은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과정을 중시하고 이상을 실현해야지요. 결국 리더십은 떠난 뒤 레거시(유산)를 남기는 작업입니다. 있을 때에 인정받고 각광받기를 원해서는 좋은 리더십이 될 수 없습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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