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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병원 말 다르면 차트로 의료사고 따져

공연 중인 생전의 신해철씨. 40대인 그의 나이로 보아 심낭에 구멍이 뚫리지 않았다면 생존이 가능했을 것으로 전문의들은 판단하고 있다. [중앙포토]
가수 신해철씨의 사망 원인을 놓고 유족과 병원 측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신씨가 이번 사건과 연루된 서울 S병원에서 받은 첫 번째 수술은 비만 수술의 일종인 위(胃) 밴드술이다. 2009년에 위에 밴드를 끼웠지만 2012년 밴드를 제거했다.

‘신해철 사망’ 후 주목 받는 의료 분쟁

의료계에선 그의 사인이 위 밴드술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을 것으로 추정한다.
위 밴드술은 비교적 안전한 수술이고 밴드를 뺀 상태이기 때문이다. 30일 내 사망률이 0.05%로 국내 병·의원에서의 위암 수술 사망률(0.5%, EU 8.9%)보다 낮다.
신씨 유족들은 S병원이 고인과 보호자 동의 없이 위 축소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위 축소술이 위 밴드술인지, 아니면 위의 실제 용적을 줄이는 위 축소술을 가리키는지는 불분명하다.
비만 수술 전문 의사들은 “고도 비만 환자가 위 밴드와 위 축소술을 시차를 두고 둘 다 받을 수는 있다”며 “환자나 가족의 수술 동의서와 치료비를 받아야 하는 병원이 환자에게 알리지도 않고 수술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
신씨가 위 밴드를 받아야 할 만큼 비만한 상태였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영국의 경우 BMI(체질량지수, 자신의 키를 체중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비만 판정의 척도, BMI 35 이상이면 고도 비만)가 35∼40이면서 제2형(성인형) 당뇨병·고혈압 등 심각한 관련 질환을 함께 갖고 있거나 BMI 40 이상인 고도 비만 환자에겐 위 밴드 등 비만 수술을 권한다.
고려대 안암병원 위장관외과 박성수 교수는 “국내에선 비만 수술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수술 대상을 제한하는 기준이 없다”며 “환자가 (수술을) 원하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낭 천공이 결정적 사인
신씨는 S병원에서 지난달 17일 장협착 수술과 위 부위 수술을 함께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S병원 측은 “위 수술은 하지 않았다”고 부인한다.
부검을 실시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부검에서 위 수술 흔적이 또렷하게 나왔다”고 반박했다.
신씨의 시신에 나 있는 0.3㎝ 크기의 심낭(심장을 감싸는 막) 천공(구멍)이 누구 잘못이냐에 대해서도 양측이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이는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툴 때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과수는 3일 신씨 시신을 부검한 뒤 기존에 알려진 1㎝가량의 소장(小腸) 천공 외에 심낭 천공이 추가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이날 국과수는 심낭 천공이 결정적인 사인이라고 밝혔지만 그 원인과 책임 소재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자 S병원 측은 “장협착 수술만 했지 심장 수술을 하지 않았으므로 우리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S병원 측 변호사는 “(지난달 17일) 복부 수술 땐 심장 쪽을 열지도 않고, (심낭과 복강은) 횡격막으로 분리돼 있는데 심낭에 천공이 생겼으므로 우리 잘못이 아니라 복부심장 수술을 실시한 A병원이나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긴 것 ”이라고 말했다.
이 주장은 바로 국과수와 A병원의 반격을 받았다.
국과수는 “장이나 심장이 아닌 위 수술을 하다 심장을 건드렸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되받았다.
신씨는 지난달 22일 S병원에서 혼수상태로 A병원에 후송됐고 이 병원에서 곧바로 장절제와 장유착 박리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5일 만인 10월 27일 오후 8시쯤 생을 마감했다. A병원 측은 국과수의 부검 결과가 나오기 전엔 심낭 천공을 언급하지 않았다.
S병원 측이 A병원의 책임 가능성을 거론하자 A병원은 “심낭에서 깨 같은 물질이 나왔다”며 이미 심낭에 구멍이 뚫린 상태에서 신씨의 생애 마지막 수술이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심낭에 구멍이 생기는 원인은 크게 보아 수술 도중 의사의 실수이거나 복강 내 염증 등이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성인경 교수는 “(S병원에서) 복강경으로 장협착 수술을 했다면 수술 도중 복강과 심낭을 가로지르는 횡격막을 건드렸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며 “이 ‘통로’(뚫린 횡격막)를 통해 복막염 때문에 더러워진 복강의 내용물(복수 등)이 심낭으로 넘어갔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복막염이 심낭염으로 이어져 신씨의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졌을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신씨 사망의 첫 단추가 된 장협착은 왜 일어났을까?
장협착은 말 그래도 장이 좁아진 것이며 장유착은 장이 뭔가에 붙은 것이다.
장유착과 장협착은 함께 올 수 있다. 신씨처럼 위 밴드 수술을 받은 사람에게 먼저 생기기 쉬운 것은 장유착이다.
성인경 교수는 “위 밴드를 비롯해 맹장염·담낭염 등 배에 절개 상처를 내는 수술 뒤 장유착이 생길 수 있다”며 “장유착이 있어도 별 증상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많지만 장협착이 동반되면 토하고 복통이 생기는 등 증상이 나타나 대부분 병원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병원에선 장협착 환자에게 하루 이틀 정도 금식하라고 권하거나 약을 처방한다.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대개 달라붙은 유착 부위를 풀어주는 수술을 받게 된다. 방치하면 장이 늘어나 마치 부푼 풍선이 터지듯이 장에 구멍이 뚫릴 수 있어서다.

장 천공 상태에서 음식 먹으면 재앙
성 교수는 “신씨가 심낭 천공 없이 장 천공만 갖고 있었다면 40대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생존 가능성이 컸을 것”으로 예상했다.
장 천공이 있는 상태에서 음식을 먹는 것은 ‘재앙’이나 다름없다. 구멍 부위를 통해 세균 덩어리인 음식이 복강으로 빠져나갈 수 있어서다. 복강은 원래 세균이 없는 깨끗한 상태인데 음식이 들어가면 복막염이 필연적으로 동반된다.
이를 근거로 S병원 측은 “금식 지시를 어긴 신씨 본인 과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S병원은 신씨가 매일 극심한 고통을 호소할 때도 ‘곧 괜찮아질 것’이란 말만 거듭했다”며 “미음이나 죽을 권하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치료 중 금식을 지시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박성수 교수는 “누구 말이 맞느냐의 판단 근거는 차트(진료기록부)밖에 없다”며 “만약 차트에 ‘금식 지시’라고 기술돼 있는데 유족이 ‘우리는 못 들었다’고 주장한다면 법정에선 차트에 쓰인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불의의 의료사고를 예방하려면 차트에 쓰인 의료진의 지시를 충실히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만일의 (의료사고) 사태를 대비해 의료진의 말을 환자나 가족이 모두 녹음한다면 의사와 환자의 신뢰관계가 깨지고, 대다수 의사가 말문을 아예 닫아버리는 부작용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신씨의 유족은 “S병원에서 물을 마시라고 했다”는 사실도 성토한다.
이에 박 교수는 “환자가 큰 수술 뒤 물을 마시는 것은 큰 문제가 안 된다”며 “위절제술을 한 뒤 물 마시기를 허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A병원의 책임론에 대해서도 말들이 나오지만 이미 ‘게임 오버’(책임 없음)란 의견이 더 많다.
박 교수는 “심장 정지와 복막염까지 생긴 상태에서 환자가 이송돼 왔다면 (A병원이) 어쩔 수 없이 수술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아무리 수술을 잘했더라도 단장(短腸) 증후군으로 결국 숨졌을 것”으로 예상했다.

부검에 대한 인식 바꿔야 사고 줄어
신씨의 사망사고가 의료사고인지는 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내려질 것이다. 의사들은 의료사고는 100% 예방은 불가능하며 원인 불명인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의료 선진국에서도 의료사고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
성 교수는 “신씨 사건에서처럼 장차 부검에 대해 소극적이던 국민의 인식이 바뀌면 의료사고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과수술의 경우 수술 합병증에 대해 집도의가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이 의료사고를 줄이는 방법이다.
박 교수는 “수술 후 합병증은 집도의가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다”며 “합병증 발생 후 최단시간 내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생명을 살리므로, 수술 기술보다 수술 후 적절한 대처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은 해외에 나가기 일주일 전엔 큰 수술을 절대 하지 않는다고 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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