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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지휘 맡은 지 21년째, 상금 5배로 키운 ‘황금손’

미국 PGA 투어를 21년 동안 이끌고 있는 팀 핀쳄이 중앙SUNDAY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프레지던츠컵 사무국]
1962년 미국 버지니아의 한 골프장에서 15세 소년인 팀은 아버지와 함께 골프를 했다. 호수를 건너는 파 3홀에서 팀은 티샷을 하다 공을 얇게 치는 실수를 했다. 공은 낮게 날아갔고 물에 빠지는 듯했다. 소년은 벌컥 화를 냈는데, 공이 물에 튕기면서 그린에 올라가 홀인원이 됐다. 아버지는 아들의 홀인원에 기뻐하지 않았다. 아들이 화를 낸 것에 매우 실망했다. 팀은 이후 한 번도 골프장에서 화를 낸 적이 없다고 한다.

미국 PGA 투어 커미셔너 팀 핀쳄

  이 소년이 미국 PGA 투어를 21년 동안 이끌면서 상금 규모를 5배로 키운 팀 핀쳄(67) 커미셔너다. 그는 운이 매우 좋은 커미셔너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임기는 타이거 우즈의 선수 생활과 거의 겹치기 때문이다. 우즈가 무대 위에서 환호를 받으며 골프 인기를 높였다면 핀쳄은 무대 뒤에서 조용히 이 성장을 기획했다.

어릴 땐 신문 배달 … 부친은 한국전 참전
PGA 투어는 우즈의 섹스 스캔들과 미국 경제위기가 겹친 2009년 위기를 맞았다. 당시 LPGA 투어는 대회가 확 줄었지만 핀쳄은 현상 유지에 성공했다. 플레이오프 제도를 만드는 등 또 다른 성장도 일궜다. 이제 그를 두고 우즈 때문에 공짜 점심을 먹는다는 비아냥은 확 줄었다. 현재 67세인 그가 70대 중반까지 커미셔너 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한국에서 열릴 프레지던츠컵과 관련해 방한한 그를 지난 5일 인천 송도에서 만났다.

 -비영어권 국가 중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한국에서 프레지던츠컵을 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은 골프에서, 특히 LPGA 투어에서 매우 뛰어난 선수들을 배출하는 좋은 나라이며 올림픽 등 큰 스포츠 이벤트를 치른 국가다. 한국 기업은 이미 PGA 투어나 LPGA 투어 대회를 스폰서 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내가 개인적으로 한국을 선호하는 것도 한국이 개최지가 된 이유 중 하나다.”

 -어릴 때 신문도 돌리고 건축현장에서 일도 했다.
 “아버지가 해병대 출신이었다. 한국전쟁에도 참전했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는 못했다. 우리 가족들은 열심히 살아야 했고 나는 인생의 레슨을 어려서부터 받았다고 생각한다.”

 핀쳄이 열 살 때의 일화다. 허리케인이 마을을 덮쳤다. 그의 어머니는 위험하니 하루 신문 배달을 쉬라고 했다. 아버지는 그래도 의무는 지켜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신문 하나하나를 비닐봉지에 싸서 배달을 했다. 비바람이 워낙 거셌기 때문에 거리엔 그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핀쳄은 위험했지만 가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신문을 배달하는 동안 폭풍의 눈이 그의 머리 위를 지나갔는데 엄청난 광경이었고 몸은 흠뻑 젖었지만 가장 멋진 모험이었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카터 정부 때 백악관 경제자문역 맡아
그는 토론 특기로 장학금을 받고 리치먼드대에 입학했다. 73년 버지니아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하다가 78년 지미 카터 행정부의 백악관에서 경제자문역을 했다. 80년대 초반에는 워싱턴DC에 내셔널 마케팅 전략회사를 세웠다. 이후 PGA 투어에 들어가 부사장 등을 역임하다 94년 커미셔너가 됐다.

 -15세 때 홀인원 사건 이후 한 번도 코스에서 화를 내지 않았다고 했다. 경기 중 분노를 참지 못하는 선수들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하는가.
 “젊은 선수들이 부모님이나 코치와 함께 다니는 경우가 많다. 부모들이 압박감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이겨 낼 수 있도록 관리를 해 주면 좋겠다. 항상 집중해야 하며 화를 내는 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그는 20년이 넘게 커미셔너를 한 노련한 인물이다. 선수들 이익집단인 PGA 투어의 월급사장으로 선수에 대한 비난 발언을 하지 않는다. 이 정도면 상당히 강한 표현으로 느껴진다. 그는 또 “경기 중 항상 화를 내던 토미 볼트 같은 선수도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기도 했으니 내 말이 꼭 맞는 것 같지는 않다”는 농담도 했다.

 -커미셔너에 취임하던 94년이 프레지던츠컵 원년이다. 대회를 만든 이유가 뭔가.
 “미국과 유럽의 대륙대항전인 라이더컵이 있었지만 그레그 노먼(호주), 닉 프라이스(짐바브웨) 등 비미국·비유럽 국가 선수들이 세계랭킹 1위가 되면서 주류로 부상했다. 라이더컵에서 소외된 그들과 성장하는 아시아 선수들을 위해 또 다른 이벤트가 필요했다.”

 -대회 이름을 프레지던츠컵이라고 지은 게 흥미롭다. 백악관에서 근무한 것과 관계있나.
 “지미 카터 대통령 행정부의 백악관에서 경제자문역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지만 카터에게 골프에 대한 영감을 받지는 않았다. 카터는 골프를 하지 않고 내가 골프조직에 들어오기 훨씬 전의 일이었다. 41대 조지 부시 대통령, 43대 조지 부시 대통령이 골프에 관심이 많았고 대회를 만드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줬다. 빌 클린턴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골프를 좋아하며 오바마는 두 번이나 명예 대회장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인상은 어땠나.
 “아주 흥미로웠고 인상적이었다. 꼭 대통령이라서가 아니라 골프에 대해 많이 알았고 특히 산업적 측면에서 골프를 얘기했다. 프레지던츠컵 대회를 통해 한국의 위상이 더 높아질 거라고 본다.”
 그는 한국과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동맹이라고 여러 번 말했다. 아버지의 한국전 참전과 관계있는 듯하다.

 -한국에서 골프는 부자들이 하는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골프는 기본적으로 코스를 만드는 데 돈이 든다. 테니스코트나 축구장보다 훨씬 넓은 땅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조금 더 비용을 낮춰 대중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프레지던츠컵은 약점이 있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앞서 흥미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역대 전적은 한국이 포함된 인터내셔널팀이 1승1무8패로 열세다. 최근 5개 대회 연속 미국이 이겼다. 인터내셔널팀은 20세기인 98년 이후 승리하지 못했다.

 -우즈를 비롯한 미국 선수들은 라이더컵에서는 성적이 좋지 않은데 프레지던츠컵에선 매우 잘한다.
 “나도 이해가 안 된다. 여러 사람이 이에 대한 가설을 내지만 잘 모르겠다. 그러나 라이더컵도 초창기에는 미국이 압도적으로 앞섰다. 현재는 유럽이 잘한다. 프레지던츠컵도 초반에는 양국이 박빙의 경기를 했다. 골프가 가장 성장하는 지역은 아시아다. 현재 미국이 앞서고 있지만 30년 후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사람들이 이 대회를 보고 21세기 초반에는 미국이 압도적으로 앞선 일도 있었구나 하고 신기해할 수도 있다.”

 -골프시즌이 너무 길어 오히려 흥미가 반감되고 다른 대중적 인기 스포츠에 치인다는 지적이 있다.
 “골프선수가 8개월만 골프를 하고 나머지는 쉬는 게 아니다. 어딘가에서 골프 연습을 하고 있다. 정상급 선수들을 제외하면 대회가 필요하다. 대회를 열면 선수들이 상금을 가져가고 자선기금이 쌓인다. 풋볼이나 야구 피크에 골프대회를 열면 아주 성공적일 순 없지만 적절히 성공적일 수는 있다.”

 -Q스쿨을 없애고 2부 투어를 통해서만 PGA 투어에 갈 수 있게 만들어 한국을 비롯한 비영어권 국가 선수들은 PGA 투어 진출이 어려워졌다.
 “Q스쿨을 통해 온 선수들은 웹닷컴 투어(2부 투어)를 통해 온 선수들보다 PGA 투어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작다. 웹닷컴 투어는 PGA 투어와 흡사해 연습 트레이닝 그라운드가 된다. 길게 보면 웹닷컴 투어를 통해 오는 것이 낫다.”


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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