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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감사 편지의 기적

가을이 되면 자연스레 흥얼거려지는 노랫가락이 있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고은의 시어다. 그 못지않게 노래로도 널리 알려진 이 곡 ‘가을 편지’를 내가 더욱 좋아하게 된 데에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 덕이 크다. 몇 년 전 그의 글귀들을 모아 정리한 책을 내면서 이 곡이 그의 애창곡인 것을 알았을 때,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라는 저 아름다운 시어처럼 그의 생애는 결국 ‘누구’도 예외 없이 ‘그대’로 여기며 열린 사랑의 편지를 썼던 격이 아닌가. 김 추기경은 모 TV방송과의 마지막 인터뷰에서도 애창곡을 불러달라는 주문에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올가을에 들어보는 노랫말은 유독 애잔하게 들려왔다. 노래를 듣노라니 뜬금없이 ‘감사의 손 편지’ 생각이 났다. ‘올해 쓰는 가을 편지는 좀 색다르게 써보면 어떨까. 그래, 감사의 손 편지로 대신해 보는 거야”라고 말이다.

솔직히 나는 요즘 편지를 거의 안 쓴다. 특히나 가을엔 전혀! e메일과 문자 전송에 의해 밀려난 오늘의 공통된 현상이겠지만, 가을에 쓰는 편지는 나이 먹은 독신남을 더욱 쓸쓸하게 할 듯싶어서.

하지만 감사의 손 편지는 좀 다르다. 내가 그 매력과 효용을 알게 된 것은 책 한 권을 번역하면서다. 몇 년 전 한 출판사로부터 『365 Thank You』라는 책 번역 의뢰가 들어왔다. 본래 나는 번역 작업을 잘 안 하지만, 이 청탁에는 왠지 구미가 당겼다. 그래서 번역을 수락하고 작업에 착수했다.

2011년 안식년을 보내면서 번역한 이 책은 한 미국인 변호사의 실화를 담고 있다. 이야기는 개인·가정·사업 등 총체적으로 파산에 직면한 변호사 존 크랠릭의 심리적 공황에서 출발한다. 절망과 방황의 늪에 빠져 있을 때 그는 여차 저차 해서 “네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에 감사할 줄 알기까지는, 너는 네가 원하는 것들을 얻지 못하리라”는 하늘의 음성을 듣는다. 달리 방도가 없었던 그는 일단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의 손 편지를 써보기로 한다. 놀랍게도 일단 실험적으로 시작한 손 편지는 즉각적이며 연쇄적인 성과를 가져온다. 그동안 삐걱거렸던 모든 인간관계는 물론 계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던 사업에서도 기대하지 못했던 치유와 화해 그리고 극적인 반전을 가져다준다.

이 책은 감사에 대한 나의 생각을 보다 실제적이고 깊이 있게 만들어 주었다. 이후 나에게 감사 정보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지인들이 날라다 준 체험담도 모였다. 감사 나눔으로 파산에서 되살아난 기업도 보았고, 책을 읽고 그대로 실천해 자신에게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는 독자도 여럿 있었다. 감사를 주제로 한 특강 요청도 빗발쳤다. 은연중에 나도 몸소 뛰는 감사 전도사가 됐다. 그럴수록 감사할 거리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단순히 입으로 전하는 감사보다 손 편지로 전달하는 감사는 왠지 더 소중하다. 손 편지가 아니라면 문자 감사 편지도 좋을 듯싶다. 연초에 모 기업 대표가 억울한 누명을 써서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기에 감사의 손 편지 쓰기를 권했다. 그는 형편상 문자 감사 편지로 대신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 문자 감사 편지를 받은 이들이 호의를 갖고 나서주어 모든 상황이 문제 발생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것이었다.

서로 남 탓 공방으로 올 한 해 소통 문화에는 냉랭 전선이 드리우곤 했다. 혹시 이 가을 써보는 감사의 손 편지가 먹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차동엽 가톨릭 인천교구 미래사목연구소장. 『무지개 원리』 『뿌리 깊은 희망』 등의 저서를 통해 희망의 가치와 의미를 전파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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