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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보수복지·진보복지 따로 없는데 …

이가영
정치국제부문 기자
▶새누리당 이현재 정책위부의장=“시·도 교육감들이 의무사항인 누리과정(3~5세 영유아 무상 보육 사업) 예산 편성은 나 몰라라 하면서 재량사항인 무상급식 예산만 늘려 달라고 하는 건 적절치 않다.”



여 무상보육, 야는 무상급식
서로 자기 공약만 지키려 해
증세할지 무상을 포기할지
정부·정치권 머리 맞대야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비상대책위원=“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누리과정(예산) 때문에 무상급식을 하지 말라는 건 형의 밥그릇을 빼앗아 동생에게 주는 것으로 비정하고 반교육적이다.”



 7일에도 여야는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설전을 이어갔다. 논쟁은 여야와 보수·진보를 넘어 중앙정부 대 지방정부, 시·도 지사 대 시·도 교육감 등으로 입체전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홍준표 경남지사가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거부하자 6·4 지방선거에서 무더기로 당선된 진보 성향의 시·도 교육감들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고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마치 보수 정치권은 무상급식과, 진보 정치권은 무상보육과 싸우는 형국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두 주제가 이념별로 갈라져서 싸울 수 없는 한 뿌리에서 나온 정책이라는 점이다. 두 사안 모두 ‘보편적 복지’의 카테고리에 포함된다. 경제전문가 출신의 새누리당 중진 의원은 “무상급식을 찬성한다면 무상보육도 찬성해야 하고, 선별적 복지를 주장해 무상급식을 재검토해야 한다면 무상보육도 재검토하자는 게 맞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여야가 찢어진 건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을 주장한 주체가 달라서다. 무상급식은 2010년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내세운 무상 시리즈 중 하나였다. 반면 무상보육은 2012년 대선 때 박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었다. 그런 만큼 새누리당으로선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 패배의 원인이 된 무상급식에 힘을 실어주고 싶지 않을 것이며, 새정치연합도 잘 되면 박 대통령의 ‘업적’이 될 무상보육을 지원하고 싶지 않은 게다.



 문제는 여야가 정치 공방으로만 치달으면서 정작 복지와 재정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여야가 우선순위를 따지기 어려운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에 굳이 순번을 매긴 건 예산이 한정돼 있어서다. 그럼에도 이런 문제로 머리를 맞대기보다는 “내 정책만 중요하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박정수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정된 재정으로 어떤 복지 정책을 펼지에 대해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각 교육청, 여야가 모두 모여 규칙을 정하는 ‘협약’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협약 논의를 위한 협의체 구성을 고민해야지 사정이 뻔한 재정을 어디에 쓰자 말자를 놓고 고집을 피울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1인당 조세부담률은 18%다. 스웨덴(50%) 같은 복지 선진국에 비하면 한참 낮다. 정부와 정치권이 고민하고 선택해야 할 대목은 이 부분이다. 지금까지 선거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복지정책을 실천하기 위해 증세를 선택할지, 아니면 현 재정으로는 무상복지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는 고백을 할 것인지를…. 어느 쪽이든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



이가영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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