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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수천만 팬 거느린 스타 ‘소신 발언’ … 대중문화 권력-정치 권력 충돌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지지한 연예인들에게 중국 공산당이 철퇴를 휘둘렀다. 지난달 중국 정부는 ‘우산혁명’에 동조한 연예인 47명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중국에서의 보도·연예활동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리스트에는 ‘영웅본색’으로 홍콩 누아르의 전성기를 열었던 저우룬파(周潤發·주윤발)와 ‘천장지구’의 류더화(劉德華·유덕화), ‘중경삼림’의 량차오웨이(梁朝偉·양조위), ‘무간도’의 황추성(黃秋生·황추생) 등 세계적인 배우들이 대거 포함됐다.



중국 심기 건드린 ‘소셜테이너’

대중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정치 소신을 밝히는 소셜테이너들이 늘고 있다. 홍콩 민주화 시위를 옹호하며 중국 정부를 비판한 홍콩 배우 저우룬파·류더화·량차오웨이·황추성(왼쪽부터). 중국 정부는 이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중국 내 활동을 전면 금지시켰다. [중앙포토]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정치·사회 이슈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직접 개입하는 연예인들을 의미하는 ‘소셜테이너’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셜테이너는 소사이어티(society·사회)와 엔터테이너(entertainer·연예인)를 합친 말이다. 이번에 블랙리스트에 오른 47명의 배우는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2017년 행정장관 선거안 철회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온 홍콩 시민과 학생들에게 공개적으로 지지의사를 밝혔다.



저우룬파는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은 이성적이면서도 용감하다”며 “지나친 무력을 사용한 중국 정부가 잘못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황추성은 프랑스혁명을 다룬 영화 ‘레미제라블’의 주제곡이자 홍콩 시위대를 대표하는 곡으로 떠오른 ‘사람들의 노랫소리가 들리는가(Do you hear the people sing?)’를 불렀다. 그는 “어느 나라건 아픔이 있을 수 있다. 피로 물든다 해도 평화는 찾아올 것”이라는 메시지로 홍콩 시민들을 울렸다. 황야오밍(黃耀明)과 데니스 호(何韻詩) 등 홍콩 인기 가수들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리안(左), 조지 클루니(右)
황야오밍은 9월 말 ‘센트럴을 점령하라’ 시위에 직접 참석해 “민주주의 만세”를 외쳤으며, 데니스 호는 ‘우산을 들어 올리자’는 노래로 현장에서 공연을 펼쳤다.



 이들 소셜테이너에 대한 정부의 압박도 전방위적이다. 중국 공산당의 간부양성소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은 “블랙리스트 연예인들 정보가 인터넷에서 일절 검색될 수 없도록 삭제하자”는 퇴출운동까지 주도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지난달 22일 “우리(중국)의 음식을 먹으면서 단지를 부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돈을 벌면서 중국을 모욕하는 건 용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블랙리스트의 타격은 컸다. 당장 배우들의 중국 내 활동이 모두 취소됐다. 홍콩 연예인들의 수입 가운데 80% 이상은 중국 본토에서 나온다. 시장 규모가 작은 홍콩 대신 중국 본토에서 대작 드라마나 영화를 촬영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해당 연예인들의 반응은 ‘쿨’했다. 저우룬파는 얼마 전 한 기자간담회에서 “활동 중단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돈은 조금만 벌어도 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홍콩 시민들은 “영원한 따거(큰형)는 역시 다르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들과는 반대로 정부를 비호하는 소셜테이너들도 있다. 홍콩 시위대를 비판하고 중국 정부를 옹호한 액션배우 청룽(成龍·성룡)과 영화감독 왕징(王晶)은 향후 중국에서 더욱 활발하게 활동할 것으로 홍콩 언론들은 전망했다. 청룽은 “이번 시위로 홍콩이 본 경제적 손실이 3500억 홍콩달러(약 50조원)에 달한다”며 “하루빨리 홍콩 시민이 이성을 되찾아 시위를 중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29일 “쿵후 대결에선 저우룬파와 청룽 중 누가 이길지 몰라도 적어도 이번 홍콩 시위에서만큼은 저우룬파가 ‘공산당 옹호론자’ 청룽을 단박에 이겼다”고 평가했다. 금전적인 손해는 봤을지언정 소신 있는 행동과 발언으로 대중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색소폰 연주자 케니지도 예민한 중국 당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고잉 홈’ 등으로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는 지난달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홍콩 민주’라는 글귀가 적힌 곳에서 시위대 학생들과 찍은 사진을 올렸다. “모든 사람에게 평화롭고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도 썼다. 중국 정부가 즉각 나섰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불법 점거사태에 대해 어떤 외국인도 언동을 삼가야 한다”며 케니지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중국 네티즌들의 케니지 트위터 접속도 즉각 차단시켜 버렸다. 케니지는 “나는 홍콩의 전반적인 상황은 잘 모른다”며 “단지 홍콩 거리를 거닐다가 현장에 가게 된 것일 뿐”이라고 발을 뺐다.



 중국에서 소셜테이너와 정부가 대립각을 세우는 건 홍콩 민주화 시위 이전부터 비일비재했다. 중국인 배우 탕웨이는 2007년 리안(李安·이안) 감독의 영화 ‘색,계’에서 친일파를 죽이는 계략을 꾸미다 그와 사랑에 빠지는 여성으로 열연했다. 이듬해 중국 당국은 그가 “상하이 친일정부와 변절자를 미화시켰다”며 중국 내 연예활동을 전면 금지시켰다. 탕웨이는 이후 중국 국적을 버리고 홍콩 국적을 취득했다. 탕웨이는 최근 인터뷰에서 “영화 속 이야기나 캐릭터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소신이 있다면 흔들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소셜테이너에 대한 재빠른 대처는 일본 정부도 마찬가지다. 영화 ‘역도산’으로 한국 관객들에게도 얼굴을 알린 배우 야마모토 다로(山本太郞)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말없이 테러국가를 거드는 역할은 그만두겠다”며 원전 폐기를 주장했다. 야마모토는 이 발언 이후 캐스팅됐던 드라마에서 강제 하차하게 됐고, 소속사에서도 퇴출당했다. 일본 방송·연예계에선 전력회사가 주요 스폰서인 만큼 그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국민그룹 스맙(SMAP)의 리더 나카이 마사히로(中居正?)는 지난 6월 후지TV에 출연해 경색된 한·일 관계를 언급하며 “일본 정부가 사과할 점은 사과하는 게 좋다”고 말해 일본 국내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일부 일본 네티즌이 나서 그의 TV 프로그램 출연 금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태국은 유명 배우와 연예인들이 탁신·잉락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레드셔츠’와 반탁신세력 ‘옐로셔츠’로 나누어져 갈등을 빚고 있다.



 서구 사회에서는 소셜테이너에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일본·중국처럼 정치적 사안이 아닌 인권 향상, 빈곤 퇴치 등 인도적인 문제를 주로 다뤄 왔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에이즈 퇴치에 일생을 바쳤고 비틀스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는 지뢰 반대운동, 앤젤리나 졸리는 빈민지역의 아동 구제활동에 힘썼다.



 그러나 늘 비정치적인 활동만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이라크전쟁 등에 대해서는 할리우드 배우·감독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유명 배우 조지 클루니는 부시 정부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 “미국이 중동을 착취하는 것이다” “이라크를 침공하면 죄 없는 민간인들만 학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예인 못지않은 지명도를 가진 스타 감독들은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제작하기도 한다. 할리우드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가 대표적이다. 그는 자동차회사 GM의 노사 문제를 다룬 ‘로저와 나’, 부시 정부의 무자비한 전쟁을 담은 ‘화씨 9/11’ 등을 제작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4월 한국에서 개봉한, 이라크전쟁의 참상을 보여 주는 영화 ‘리댁티드’의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는 “배급사와 극우 보수단체의 압력으로 영화를 일부 수정했다”고 밝혀 파문이 일기도 했다.





[S BOX] 레이건·슈워제네거·에스트라다 … 정계 입문 ‘폴리테이너’도



소셜테이너들은 직접 정치계에 입문하기도 한다. 이들은 정치인(politician)과 연예인(entertainer)의 합성어로 ‘폴리테이너’라고 불린다. 제40대 미국 대통령(1981~89) 로널드 레이건은 대표적인 배우 출신 정치인이다. 그는 정계 진출 전부터 할리우드 내 공산주의자를 찾아내던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공조하며 정치인 면모를 보였다. 영화 ‘터미네이터’로 유명한 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역임한 뒤 다시 할리우드로 돌아갔다.



 배우 조지 클루니도 슈워제네거처럼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미 언론은 전한다. 클루니는 2010년 자신과 가까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 “내전으로 분열된 수단 문제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 특별대사로 활동 중인 앤젤리나 졸리도 조만간 폴리테이너로 변신할 가능성이 있다. 졸리는 지난 5일 한 인터뷰에서 “정치·외교 공직으로 진출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원전 반대시위에 앞장서 온 ‘역도산’ 야마모토 다로(山本太郞)는 “탈원전을 더 쟁점화해야 한다”며 지난해 7월 참의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필리핀 대통령(1998~2001년)을 역임한 조셉 에스트라다 마닐라 시장은 영화계와 정치계를 꾸준히 왔다 갔다 하고 있다. 배우 시절 필리핀 내 미군 기지에 반대하며 서민들의 대변인으로 자리매김한 그는 상원의원·부통령을 거쳐 98년 대통령에 취임했다. 2001년 시민운동으로 대통령직에서 쫓겨나 영화계로 복귀했던 그는 지난해부터 마닐라 시장으로 일하고 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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