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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다이어리] 초등 1학년 엄마 생존 투쟁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구희령
경제부문 기자
몰랐다. ‘고3 엄마’의 애환, ‘중2병 엄마’의 속앓이, ‘아들 엄마’의 고단함은 셋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나조차 익숙했다. 그런데 ‘초등 1학년 엄마’ 앞에도 거대한 장애물이 놓여 있다니. 외동딸의 입학을 코앞에 두고서야 처음 들었다. “곧 학부모가 된다”고 홀가분한 표정으로 말하는 내게 취재원의 걱정이 쏟아졌다. “어머, 어떡해요. 휴가는 받으셨어요.” “정말 힘드시겠어요.”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학교에 들어가면 한결 나을 줄 알았는데. “1학년 때가 초등학교 6년을 좌우한다” “일하는 엄마는 왕따당한다”는 얘기가 이어졌다. 조금 불안했지만 웃어넘겼다. 화장실에서 젖 먹이기, 30분 단위로 쪽잠 자기, 12시간 연속 도우미 아주머니 면접, 아픈 아기 두고 해외 출장…. 그동안 넘어온 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리라.



 입학식은 평일이다. 신문사는 수시로 연차를 쓸 수가 없다. 아침보고를 마친 뒤 팀장께 양해를 구했다. 입학식만 부랴부랴 보고 다시 일하러 갔다. 입학식 날이라 급식이 안 나왔다. 딸은 도우미 아주머니와 둘이서 점심을 먹었다. 초등학교 첫날에.



 오후 5시부터 8시까지였던 학급 첫 모임엔 당연히 못 갔다. 별 보며 퇴근한 날이었다. 빠져도 괜찮은 줄만 알았다. 입학 3주 만에 딸이 ‘앞에 앉은 A엄마인데 B엄마 전화번호만 몰라서요…’라는 쪽지를 들고 오기 전에는. A엄마에게 감사 전화를 한 뒤 알았다. 35명 반 엄마 중에 그날 안 간 사람이 나 혼자라는 걸. 나만 빼고 단체 카카오톡 대화를 하루 수백 건씩 나눴다는 걸.



 유치원을 옮겨도 사흘이면 활개를 치고 다니던 말괄량이 딸의 입에서 친구 이름이 몇 안 나온다는 것도 알아차렸다. 하루 종일 함께 노는 게 수업인 유치원과 학교는 달랐다. 쉬는 시간 10분에 화장실까지 다녀오려면 앞·뒤·옆에 앉은 친구 말고는 말할 틈도 없다고 했다. 주위에선 “엄마가 친구를 만들어줬어야지!”라며 나를 탓했다. 한 달 가까이 다른 엄마들은 학교에 출근하다시피 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 아침에 등교시키고 커피숍에서 함께 몇 시간씩 보낸 뒤 학교가 마치면 아이들이 어울려 놀게 했다는 것이다. 일하는 엄마도 휴가를 내고 ‘초기 네트워크’에 집중했다고 했다. 롯데백화점에서 초등학교 입학용 한 달 휴가제도를 만들었다는 기사를 쓰면서 먹먹했다. 딸의 초등학교 입학 때문에 퇴직했다는 한 엄마 앞에선 죄인이 된 것 같았다.



 결국 시간이 답이었다. 짬짬이 엄마들과 대화할 수 있는 단체 카톡방은 구원이었다. 회사가 쉬는 토요일 놀이터 모임도 고마웠다. 더디지만 상황은 조금씩 나아졌다. 딸은 이제 2학년이다. 친구가 아주 많다.



구희령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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