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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빈민가 소년이 가난의 수렁을 벗어난 비결

저자 존 호프 브라이언트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의 언어를 읽는 기술, 즉 ‘금융독해력(financial literacy)’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참여하는 비영리단체 오퍼레이션 호프(Operation HOPE)가 미국의 메릴 중학교에서 청소년 금융교육을 하고 있다. [사진 중앙북스]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자본주의를 구하는가

존 호프 브라이언트 지음

박종근 옮김, 중앙북스

244쪽, 1만4000원




우선 빈곤층을 정의해보자. 쉽게 떠오르는 기준은 당연히 돈이다. 미국 정부는 4인 가구 기준으로 연 소득 2만3050달러(약 2500만원) 이하면 빈곤층으로 규정한다. 이렇게 하면 미국인 16%가 빈곤층이다.



 그런데 저자는 다른 숫자를 들이민다. 소득 아닌 지출을 본 것이다. 25~75세 미국인 중 58.4%가 정부가 정해놓은 빈곤층 지출 기준보다 돈을 적게 쓴다. 즉 벌어들이는 돈으로 빈곤층을 정의하는 것은 충분하지 못하다. 그리고 빈곤층의 범위는 예상보다 넓다.



 나아가서 빈곤은 돈과 재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난한 이에게 100만 달러를 쥐어준다고 해서 계층이 바뀌진 않는다. 부유층과 빈곤층의 결정적 차이는 돈이 아니다. ‘희망’이다. 주위에 롤 모델 삼을만한 사례가 있는지, 교육자원은 풍족한지, 돈을 벌거나 성공할 기회를 꿈꿀 수 있는지 여부가 부유층과 빈곤층을 가른다. 그래서 저자는 빈곤층의 희망을 찾아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이게 무슨 순진한 소리냐고 할지 모른다. 노동 아닌 자본이 돈을 버는 때다. 그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징벌적 과세까지 논의되는 요즘이다. 그런데 가난한 이들의 마음·자세·시각을 바꾸는 것이 급선무라고? 하지만 희망을 찾아주는 방법은 꽤 구체적이다.



존 호프 브라이언트
 우선 빈곤층에게 금융교육을 해야 한다. 이들이 계층을 벗어나지 못하는 큰 이유는 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2000년대 후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를 보라.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에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적용했다. 그런데 정작 대출을 받은 이들은 이자율 대신 납입금만 살폈다. 결국 무분별하게 대출을 받은 것은 금융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해결책은 이어진다. 개인이 신용 점수를 늘 체크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또 가진 것 없는 창업자들이 자유롭게 기업가 정신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빈곤층을 살려야 자본주의도 산다. 이들이 거대한 소비자·납세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21세기 자본주의에서도 계층 이동이 정말 가능할까. 저자는 자신의 예를 든다. 그는 로스앤젤레스 외곽의 빈민가 콤튼에서 자랐다. 열 살쯤 학교에서 한 은행가의 금융 과목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양복과 넥타이를 갖춘 그의 말을 다 알아듣진 못했지만, 젊은 기업가에게 자금을 대준다는 말만큼은 또렷이 기억했다. 또 금융지식이 자신을 구원할 것이라는 예감을 하게 됐다. 끊임없이 빚을 지고 가난의 굴레를 벗지 못했던 아버지에게서는 배울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공부를 했고, 도전했다. 현재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자문기구인 금융역량강화위원회 위원이며 전세계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부유층의 세금을 늘린다고 해서, 또는 빈곤층에 경제적 지원을 확대한다고 해서 한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 있을까. 부의 불평등은 꼭 부의 재분배로 해결해야 할까. 최근의 뜨거운 논의를 재검토해보게 된다.





[S BOX]총성에 날아간 링컨의 금융교육 실험



링컨 대통령은 1865년 한 은행 설립 법안을 통과시켰다. 노예해방선언에 서명을 마치자 마자 통과시킨 법안이다. 은행은 백악관 바로 왼편, 대통령 집무실에서 잘 보이는 곳에 세워지도록 했다. 은행 이름은 프리드먼스예금신탁회사. 노예에서 해방된 흑인들에게 경제를 교육하는 임무를 맡았다. 은행은 흑인들이 금융을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저축도 늘리도록 도왔다.



 그러나 링컨 대통령은 법안 통과 한 달 후 암살당했다. 바뀐 대통령 아래서 세워진 은행은 투기 거래에 손을 댔고 흑인 7만 명의 돈이 날아갔다. 이 은행이 잘 운영됐다면 어땠을까. 금융 교육을 받지 못한 미국 내 흑인 3000만 명의 삶이 달라졌을 수 있다. 이들은 자본을 활용해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 번 하위계층은 영원한 하위계층이 되는 현실도 바뀌었을지 모른다. 저자는 빈곤 문제에 대한 자신의 접근법이 링컨 대통령의 미완의 시도와 연장선상에 있다고 주장한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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