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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식 기자의 새 이야기 ⑨ 흑두루미

















오늘(7일)은 물과 땅이 언다는 입동(立冬)이다. 이즈음 철새도래지는 공항 대합실 같다. 환송이나 영접 같은 의식은 없지만 떠나는 자의 분주함과 찾아온 자의 설렘은 매한가지다. 여름철새가 떠난 빈 들판은 속속 내려앉는 겨울철새가 차지할 것이고, 그들의 날개 속에 품고 온 북녘의 찬 바람은 이 땅에 겨울을 가져올 것이다.

흑두루미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이맘때다. 두루미라 하면 하얀 색을 떠올리지만, 검은 백조가 존재하는 것처럼 검은 두루미도 있다. 선발대야 시월 중순이면 날아와 터를 닦아놓지만, 수백 마리 본대가 합류하는 것은 동지 즈음이다.

번식지인 시베리아를 이륙해 우리나라에 내려오는 흑두루미 집단 가운데는 일본 가고시마 현 이즈미(出水)까지 왕복하는 무리도 있다. 이런 장거리 비행에는 중간 기착지가 중요하다. 휴식과 재충전 그리고 안전한 잠자리는 생존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을 두루 갖춘 1차 기착지가 충남 서산 천수만 간척지고, 2차 기착지가 전남 순천의 순천만 연안습지다. 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 어디든, 먹이를 공급하는 드넓은 들판이 있고, 천적으로부터 안전한 담수호나 바다를 끼고 있다.

하루 해는 속절없이 짧아지고 어쩌자고 밤은 자꾸만 길어지는지. 그것은 화려한 노을빛 속에 암흑이 잉태되기 때문이 아닐까. 원시의 아름다움을 낳는 저 핏빛 산통! 그 사이를 무심히 가로지르는 흑두루미의 노랫소리에 노을은 검붉은 빛으로 짙어가고 고이 접는 날갯짓에 겨울밤도 깊어 간다.

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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