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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직의 바둑 산책] 공부 꾸준하면 슬럼프 없다 … 나현·이동훈·최정의 반란

지난 2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열린 명인전 결승에서 이동훈 3단(왼쪽)이 박영훈 9단과 제2국을 두고 있다. 이 3단이 이겨 1대1을 기록했다. [사진 사이버오로]


나현 5단(左), 최정 5단(右)
나현(17) 5단이 제1회 오카게배 신예바둑대항전에서 한국 우승의 수훈을 세웠다. 지난 1~2일 일본 미에(三重)현 이세(伊勢)시에서 열린 주장전에서 중국 주장 커제(柯潔·17) 4단을 이겨 우승을 결정했다. 나현은 올 초까지 중요한 대회의 예선 결승에서 많이 졌지만 최근엔 제10기 물가정보배를 우승하는 등 안정적인 성적을 올리고 있다.

신예들 부진 씻고 최근 좋은 성적
“징크스는 불안정한 실력 방증”
대표팀 만든 뒤 ‘열공’… 위기 탈출



 이동훈(16) 3단의 행보도 주목된다. 지난 2일 서울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42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결승 2국에서 박영훈(29) 9단에게 이겨 종합 성적 1대 1을 만들었다. 우승은 10~12일 열리는 3번기로 결정된다. 지난해 이 3단은 열 판을 계속해서 지는 등 부진의 늪에 빠진 적이 있었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2일엔 최정(18) 5단이 제주도에서 열린 국제신예바둑대항전에서 중국의 신인왕 위즈잉(於之瑩·17) 6단을 1년 3개월 만에 처음 꺾었다. 그동안 최 5단은 위즈잉에게 1승 후 다섯 번 연속 패배해 나쁜 징크스가 있는 게 아닌가 걱정을 안겨주었다.



 최근 한국 10대 기사들의 선전이 놀랍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어떻게 부진한 성적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 3일 오후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중진 기사들을 만났다. 이들은 세 기사를 가까이서 지켜봤던 선생들이다.



 먼저 최정 5단을 어릴 때부터 봐왔던 한종진(35) 9단은 반론부터 폈다. “부진했던 게 아니다. 실력만큼 성적을 못 낼 때 ‘부진하다’고 해야 한다. 과거 최 5단이 진 것은 약했던 게 이유였다. 최근의 성적은 최정이 성장했기에 당연하다. 9월 3일 궁륭산병성배 세계여자바둑대회 우승도 실력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누구나 다 징크스를 말하고 부진(不振)을 말한다. 바둑에서 ‘부진’하다는 현상은 없다는 건가.



 최규병(51) 9단은 “징크스나 슬럼프가 없다는 건 아니다”고 전제한 후 “프로라면 누구나 ‘반짝’ 성적을 내는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을 실력으로 여기면 안 된다. ‘반짝’이 잠깐이 아니라 지속되는지는 실력의 안정성 여부에 달렸다. 성적이 좋지 않을 때 기사들은 징크스나 슬럼프 표현에 안주하면서 자신을 위로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KB바둑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티브로드팀의 이상훈(41·9단) 감독도 최 9단의 이해에 동감했다. 이 9단은 “우리 팀의 동훈이를 보자. 원체 열심이다. 매일 대표팀 훈련이 5시에 끝나도 또 남아서 공부한다”며 “실력이 안정적이지 못하면 슬럼프를 겪을 수 있다. 요컨대 슬럼프는 ‘불안정한 실력’의 다른 표현”이라 말했다.



 한 9단은 “문제는 슬럼프에 대처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그는 “동훈이는 지난해 성적이 좋지 않자 곧 입단 전에 공부하던 양천도장으로 돌아갔다. 정신적으로 편한 기분을 먼저 느꼈던 거 같다. 그리고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공부하지 않고 슬럼프 운운하는 건 모순”이라고 말했다.



 최 9단은 “사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먼저 실력이나 공부에서 문제점을 찾지 않고 정신력과 같이 모호한 것으로 핑계를 대는 건 곤란하다. 예를 들자. 지난해 한국이 중국에 많이 밀렸는데, 정신력에서만 문제를 찾았다면 최근의 회복 기운은 없을 것이다. 대표팀을 만들고 실력 배양에 주력한 게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김성룡(38·9단) 국가대표팀 전력분석관도 “1990년대 이후 우리가 세계 1위라는 자부에 한국은 안주했었다. 눈앞에 보이던 일본을 이기자 곧 목표가 사라졌고 발전이 정체됐다”며 “최근 젊은 기사들의 분발은 중국 신예들의 성장에 자극 받은 때문인데, 동기부여와 노력만큼 부진의 극복 요인은 없는 거 같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이들이 말하고픈 메시지는 하나였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먼저 높은 산에 올라가 보라. 그러면 주변 산이 다 낮게 보일 것이다. 높은 산에 오를 때까지는 노력밖에 수가 없다. 먼저 도전하라”로 요약된다.



 1970년대 일본의 양대 타이틀인 명인과 혼인보(本因坊)를 움켜쥐었던 ‘컴퓨터’ 이시다 요시오(石田芳夫·66) 9단이 83년 한국 방문 때 토로한 말이 있었다.



 “도전정신이 없다면 누구라도 곧 정상에서 내려온다. 나도 도전자였을 때가 좋았다. 조치훈(58·당시 명인) 9단도 도전하는 만큼 명인 자리에 남아있을 것이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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