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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탈북민의 눈물, 탈북민의 소망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탈북민을 처음 만난 후 필자는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탈북하다 남편은 총 맞아 죽었고 큰딸은 잡혀 북한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담담히 말한 후 고개를 숙이고 만 탈북 여성의 눈물을 본 날이었다.

얼마 후 하나원에서 연구 조사를 하다 만난 탈북민은 남한에 먼저 정착한 딸에게 전화로 “사랑해”라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곧 만날 그리운 딸과의 해후, 자유에 대한 기대와 함께 앞으로 먹고살 것에 대한 염려가 섞여서인지 그의 목소리는 사뭇 떨렸다.

  사선을 넘어 부푼 희망과 함께 왔지만 탈북민의 남한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다. 2013년 남북하나재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탈북민의 실업률은 9.7%로 남한 주민의 3.5배에 달한다. 탈북민의 고용률은 51.4%인데 이는 근로 가능한 연령대 중 절반 정도가 직장이 없음을 의미한다. 임금근로자로 취업한 탈북민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141만원으로 남한 주민의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 그 결과 탈북민의 76%가 자신을 남한 사회에서 하층 혹은 중하층으로 인식하고 있다.

  탈북민의 남한 사회 적응이 어려운 이유는 남한의 노동시장 구조와 복지제도, 그리고 남북한의 생산성 차이 때문이다. 현재 중국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이 700달러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탈북민의 생산성에 부합하는 적정 임금은 그보다 낮을 것이다. 그런데 돈으로 지급되는 2인과 4인 가족의 기초수급비는 각각 83만원과 132만원이다. 부양가족만 있으면 탈북민은 일하지 않고 기초수급을 받는 것이 유리한 현실이다.

더욱이 남한의 비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145만원으로 고용주는 이 인건비를 지불한다면 탈북민에 비해 생산성이 더 높은 남한 출신 지원자를 고용하려 할 것이다. 그 결과 전체 탈북민의 절반 가까이가 기초수급자다. 우려스러운 것은 경제활동 참가율에서 남한 주민과 가장 큰 격차를 보이는 연령대가 한참 일해야 할 30~40대라는 사실이다. 이들이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면 장기간의 복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탈북민의 남한 사회 적응을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중요한 장애 요인은 탈북민이 남한의 사회규범과 시장경제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필자와 서울대 이석배·최승주, 서강대 이정민 교수의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한 대학에 재학 중인 탈북 학생은 남한 출신 대학생에 비해 경쟁과 생산수단의 사유를 지지하는 정도가 각각 26%, 18% 낮다. 남한에 온 지 평균 5년이 지났고 남한 대학에 재학 중인 탈북민도 남한 출신 학생들과 비교하면 의식구조에서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또한 탈북민 고용 기업에 따르면 탈북민은 임금을 차등적으로 지급받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탈북민이 현재의 2만7000명 수준에서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면 이들이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고 계속 복지 혜택을 받아도 남한의 경제력으로 부양 가능하다. 그러나 탈북민이 수십만 명으로 늘어날 경우에는 수조원의 복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더욱이 갑작스럽게 통일이 되고 한국의 복지제도가 북한 지역에 적용된다면 그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통일대박의 가장 약한 고리는 북한 주민의 시장경제 적응 문제다. 통일대박론은 남한의 자본과 기술에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된 성장 모델에 기초한다. 그러나 북한 주민 다수가 일하지 못한다면 통일대박도 작동할 수 없다. 오히려 통일재난이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 주민이 시장경제에 신속히 적응하도록 자극하고 도와주는 것은 중요한 정책적 과제다.

  이런 면에서 탈북민은 신이 우리 사회에 보내 주신 선물이다. 독일과 같은 경제력이 없는 우리에게 통일을 미리 준비, 연습하도록 허락하신 기회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우리는 이 기회를 낭비하고 있다. 매우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심각한 문제는 탈북민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아직 모를 뿐 아니라 제대로 된 연구도 없다는 것이다. 학자를 자판기로 여기듯 번갯불에 콩 볶는 속도로 결과를 내라고 요구하는 정부 용역으로는 창의적인 연구 성과가 나오기 힘들다. 통일대박의 혜택을 가장 크게 누릴 기업들은 무관심이다. 그러나 어떻게 연구 없이 아프리카의 HIV 감염률을 60~70% 줄였던 콘돔 사용처럼 효과적인 탈북민 적응 정책이 나올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 우리는 남한 사회 적응을 힘겨워하는 탈북민의 눈물을 어떻게 닦아 줄 수 있을까. 과연 북한 주민이 남한과의 통일을 소망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우리는 한국의 노동시장과 복지제도를 통일친화적으로 개혁할 수 있을까. 여전히 잠 못 들게 하는 질문들이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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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