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때 수반되는 세 부담도 없애
신사업 투자, 기업 구조 개편 활력
벤치마킹한 일본의 산업활력법
5년간 103개사 일자리 5만 개 창출
국내 제조업 전반으로 경쟁력 약화가 전염병처럼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원샷법’으로 불리는 산업경쟁력강화법을 서두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급부상, 미·일 등 선진국의 제조업 부활 등 글로벌 산업 판도 변화로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정보기술(IT)과 자동차는 물론 조선·중공업·석유화학 등 무기력증에 빠진 주력 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큰 틀에서 정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법은 투자와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기업이 신청하고, 정부가 승인만 하면 ‘원샷’으로 공정거래법, 상법까지 모두 해결하는 일종의 패스트 트랙이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직후 단행된 ‘빅딜(대기업 간 사업교환)형’ 사업재편이 정부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면 원샷법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사업구조 개편, 신사업 개척을 신속히 추진할 수 있도록 걸림돌을 제거해주는 데 주안점을 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부실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데 수반되는 세금 부담을 없애고, 계열사 공동투자와 공동 연구개발(R&D)이 가능하도록 ‘성역’처럼 여겨진 지주회사 관련 규제까지 완화하겠다는 게 원샷법의 핵심이다. 그간 경영 투명성과 재무적 안정에 무게 중심을 둔 기업정책을 투자와 경쟁력 찾아주기로 방향을 틀었다는 확실한 신호탄인 셈이다.
이에 따라 사업조정이나 신사업 발굴에 나선 기업들이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벤치마킹에 나선 일본의 산업활력법은 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정부는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장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3년 한시 특별법 을 제정했다. 각종 규제를 일거에 없애 투자와 일자리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경제산업성 주도로 만들어진 이 법은 큰 효과를 거뒀다. 무엇보다 법안 시행 이후 일자리가 크게 늘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산업활력법 적용(2003~2007년)을 받은 기업 103곳에서 4만9281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졌다. 반면 이 기간 해고자 수는 810명에 그쳤다.
기업의 합종연횡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신일본제철은 2011년 산업활력법의 지원을 받아 일본 3위 철강회사인 스미토모금속공업과 합쳐 세계 2위의 신일철주금을 탄생시켰다. 닛산 역시 이 법을 지금까지 다섯 번이나 활용해 52개 계열사의 사업을 정리했 다. 대기업만 효과를 본 게 아니다. 법 시행 후 2010년까지 이뤄진 총 542건의 사업 재편 가운데 48%가 중소·중견기업이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연구실장은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원샷법처럼 신사업 투자와 사업재편에 나설 수 있는 맞춤형 기업 정책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