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내 청춘의 OST였다
오늘 청춘리포트는 서둘러 우리 곁을 떠나간 ‘청춘의 OST’를 재생하려 한다. 나와 팀원들은 저 세 명의 음악을 들으며 저들에게 띄우는 편지를 함께 적었다. 어떤 음악은 우리를 특정 시간, 특정 장소로 데려간다. 유재하와 김현식의 음악이 그랬고, 신해철의 음악이 그러할 것이다. 그들의 음악 속에서라면 누구라도 청춘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남기고 떠났지만 우리가 받은 것을 되돌려줄 길은 이제 없다.
정강현 청춘리포트팀장

신해철 선배께.

선배의 음악을 들으면 최소한 두 가지에 대해 깊게 고민하게 돼요. 우선은 ‘나’에 대해서. 청춘의 때에 우리는 누구나 이런 질문을 붙들게 되지요. ‘나는 누구인가.’ 선배는 1991년 발매된 솔로 2집에 ‘My Self’라는 타이틀을 붙였습니다. 그 앨범에 수록된 ‘나에게 쓰는 편지’는 이런 노랫말로 돼 있습니다.
‘난 잃어버린 나를 만나고 싶어/(…)/넌 아직도 너의 길을 두려워하고 있니.’ 이런 선배의 음악은 나와 마주하는 나를 만나게 했습니다.
두 번째는 ‘우리’에 대해서. 언제부턴가 선배는 나를 넘어 우리에 대해 노래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아픔들이 선배의 노래 속에 녹아들었습니다. 선배가 세상을 향해 독설을 쏟아낸 것도 우리의 문제들 때문이었죠.

김현식 선생님께.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땅 위에 가왕 조용필이 있었다면 땅 밑(언더그라운드)에는 가객 김현식이 있었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렇습니다. 선생님의 음악은 가객의 음악입니다. 결연한 예술가의 풍모가 선생님의 음악에 있습니다. 매끈하지 않고 탁한 선생님의 목소리는 그런 풍모를 더 풍성하게 했습니다. 1980년대 TV 출연을 거의 하지 않고도 선생님의 음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주류에서 벗어나 있으면서도 주류를 넘어선 매혹적인 음악을 만들어낸 당신은, 어쩌면 성공보다는 실패에 가까운 삶을 견디고 있는 이 땅의 청춘들에게 꼭 필요한 선생님 같은 존재입니다. 선생님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긴 6집 앨범에는 이런 아름다운 노랫말로 된 음악이 실려 있습니다.

선생님이 우리 곁에 살아 있다면 올해로 쉰여섯의 어른 모습일 겁니다. 그랬다면 우리는 또 얼마나 더 깊고 아름다운 음악을 가질 수 있었을까요.
유재하 님께

당신이 세상에 남긴 앨범은 단 한 장입니다. 평단도 대중도 당신의 음악에 감전됐다는 간증을 쏟아냈습니다. 어떤 치들은 당신의 단명 덕분에 앨범이 과한 대접을 받았다고 시비를 걸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세상을 떠난 이후의 대중음악사가 저 시비의 무논리를 격파합니다.
지금 대중음악계에는 당신의 음악에 신앙 고백을 하는 뮤지션들이 적지 않습니다. 제 음악의 뿌리가 당신에게 있다는 고백 말입니다. 당신의 이름을 딴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올해로 벌써 25회째입니다. 유희열·조규찬·이한철·스윗소로우 등 이 대회 출신 뮤지션이 적지 않습니다. 이들과 같은 ‘싱어 송 라이터’ 계보의 맨 앞에 당신의 이름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당신의 이름은 대중음악의 한 장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이른바 ‘한국식 발라드’라는 장르의 기원이 당신의 음악이라는 데 이견을 낼 뮤지션은 없을 것입니다.
편지를 적으면서 청춘리포트팀에 당신이 세상을 떠날 때보다 어린 기자가 아무도 없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당신보다 더 어른인 채로 당신의 음악에서 많은 것을 얻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당신의 노랫말 덕분인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노래.

당신의 삶은 지난날에 사라졌지만 당신의 음악은 다가올 날에 영원할 것입니다. 당신의 음악들로 청춘의 시기를 견뎌냈듯, 당신의 음악 속에서 당신의 없음을 견뎌 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