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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훈이 아니오, 박마에·박장군이오

박경훈 제주 감독은 성적·흥행을 모두 잡으려 체면을 내려놨다. 지난달 오케스트라 지휘자(위)로 변신한 것. [사진 제주 유나이티드]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의 박경훈(53) 감독은 축구인들 사이에서 ‘백발의 젠틀맨’으로 통한다. 일단 옷을 잘 입기로 정평이 났다. 몸에 착 달라붙는 드레스 셔츠와 노 타이로 군살 없이 탄탄한 몸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누구에게나 정중하고 친절한 성품이나 전주대 축구학과 교수 출신의 해박한 축구 지식도 신사다운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한 몫 한다.

“제주 팬들 위해 기꺼이 망가진다”
K리그 팀 연봉 9위, 순위는 4위
관중 12% 늘어 성적·흥행 다 성공



 그런 박 감독이 더욱 친근한 이유는 ‘감독의 품격’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이다. 때때로 예상을 뛰어넘는 기발한 모습도 주저 없이 보여준다. 최근 2년간 박 감독은 세 번이나 망가졌다. 지난해 5월 세 개의 별이 박힌 군복에 베레모와 선글라스까지 쓰고 등장해 ‘3성 장군 퍼포먼스’를 선보인 게 시발점이었다. 구단 마케팅실이 홈 경기를 앞두고 ‘탐라대첩’을 컨셉트로 정하자 흔쾌히 전투를 앞둔 군인으로 변신했다.



 지난 7월에는 ‘의리남’ 김보성을 패러디했다. ‘의리’라는 글자가 찍힌 언더셔츠에 가죽자켓을 입고 팬들 앞에 선 그는 주먹을 불끈 쥐며 “이기으리(팬들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이긴다는 의미)”를 외쳤다.



 지난달에는 마에스트로가 되어 나타났다. 올 시즌 슬로건 ‘오케스트라 축구’를 끝까지 지켜가겠다는 의지를 담아 턱시도를 입고 지휘자로 나섰다. ‘박 마에’는 제주도립 서귀포관악단원 42명과 호흡을 맞춰 제주 공식 응원가 ‘주황기(旗)’를 멋들어지게 지휘해 눈길을 끌었다.



‘의리남’(왼쪽)·‘3성 장군’ 등 기발한 퍼포먼스로 즐거움을 주고 있다. [사진 제주 유나이티드]


 지난 1일 제주국제공항 라운지에서 만난 박 감독은 파격적인 변신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로 ‘책임감’을 꼽았다. “프로팀 감독의 핵심 과제는 ‘성적’과 ‘흥행’이다. 두 가지 모두 투자와 성과가 정비례하진 않지만, 노력 없이는 열매를 기대할 수도 없는 분야”라고 언급한 그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구단이 마케팅 활성화를 위해 열심히 뛰는데, 감독이 망가지는 게 두려워 뒷짐을 질 순 없는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처음에 ‘감독의 체면이라는 것도 있는데 왜 스스로 망가지느냐’며 만류하던 지인들도 이제는 내 뜻을 알고 격려해준다”고 덧붙였다.



 팬들이 K리그를 외면하는 최근 상황에 대한 위기감도 박 감독의 파격을 부추겼다. 프로야구와의 흥행 격차가 심각한 수준으로 벌어졌는 데도 K리그는 2012년 도입한 ‘스플릿 시스템(시즌 성적에 따라 상위권(그룹A)과 하위권(그룹B)으로 나눈 뒤 잔여 경기를 치름)’의 틀에 갇혀 변화를 외면하고 있다. 스플릿 시스템은 우승을 다투는 그룹A 6팀 간 대결에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 ‘그룹B 6팀의 희생을 강요하는 제도’라는 비판을 받는다. 박 감독은 “전체적으로 리그에 생동감이 부족하다. 좋은 경기를 선보이는 게 우선이겠지만, 시스템 변화를 포함해 떠나간 팬들을 다시 불러모으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제주가 모범 사례다. 박 감독의 노력과 구단의 정성이 어우러져 올 시즌 성적과 흥행 모두 파란불이 켜졌다. K리그 클래식 12개 팀 중 4위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출전권(3위 이내)에 도전 중이다. K리그 구단 중 연봉 총액 9위(48억9300만 원)팀임을 감안하면 투자 대비 효율이 꽤 높다. 평균 관중 또한 7266명으로 지난해(6464명)와 견줘 12.4% 늘었다. 제주가 실관중 집계를 시작한 2010년 이후 평균 관중 7000명을 넘긴 건 올해가 처음이다. 홈 구장인 제주월드컵경기장이 있는 서귀포시의 인구가 6만 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의미 있는 숫자다.



 박 감독은 두 가지 꿈을 꾼다. 올 시즌을 3위 이내의 성적으로 마치는 게 먼저다. 아울러 ‘홈 경기에 2만 명 이상의 팬들이 입장하면 머리를 오렌지색으로 염색하겠다’는 공약도 가급적 올해 안에 실천하길 바라고 있다. 그는 “상위권 성적과 관중 2만 명은 모두 제주 감독으로서 반드시 이뤄야 할 숙제”라면서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 앞에서 주황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시원하게 승리하는 장면을 늘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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