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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진료기록, 검경 제공 적절한가



논쟁의 초점

최근 멀쩡하게 활동하던 가수 신해철씨가 위 수술을 받고 갑자기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수술병원의 진료기록을 압수 수색해 병원의 과실 여부를 가리고 있다. 이와 별도로 국정감사에서는 건강보험공단이 수사기관에 개인의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관행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더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를 제한하면 수사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양측의 의견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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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 수사 위해 반드시 필요



김근식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장
최근 국정감사에서 카카오톡 등 감청 논란에 이어 건강보험공단의 수사기관에 대한 개인 의료기록 제공이 문제가 됐다. 일각에서는 “지난 4년6개월 동안 총 435만1507건의 건강보험 의료정보가 검찰과 경찰에 제공됐다”며 심각한 개인정보 침해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호돼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권리라고 볼 수는 없으며, 신체자유권과 같이 필요한 경우 법률에 의해 제한할 수 있다. 수사기관이 범죄의 경중, 도주 우려 등을 고려해 영장에 의한 구속수사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사생활도 법률에 의해 제한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의 사생활 보호와 국가 형사사법권 실현은 균형 있게 조화돼야 하며, 어느 하나를 다른 것에 우선할 수는 없다. 경찰은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수사 목적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자료를 공문으로 건강관리공단에 요청하고 있다. 공단 역시 내부규정 등 자체 판단을 거친 후 의료기록을 경찰에 제공하고 있다. 그러므로 수사기관이 마치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하고 병원 진료기록까지 ‘사찰’한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건강보험공단의 의료기록은 살인·강도·납치 같이 특정범죄 용의자를 신속히 검거할 때 또는 보험사기 같이 병·의원의 진료기록이 수사상 중요한 증거자료가 될 때 활용되고 있다. 진료 받은 병원의 소재지를 파악하고 차후 방문에 대비해 잠복을 통해 범인을 검거하거나, 보험회사에 청구한 보험금이 적정한가 여부는 진료내역을 확인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서울 종암경찰서는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 42억원 상당을 불법 수령한 5명을 의료기록 확인 등을 통해 검거했다.



 결국 의료정보의 수사 목적상 활용의 논점은 그것이 적법한가 또는 필요한가의 문제가 아니라, 남용되지 않는가와 제공정보의 사후처리 등 수사 목적 이외의 사용제한 방안인 것이다. 먼저 경찰은 범인 검거, 증거 확보 등 수사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최소 범위 내에서만 의료정보 제공을 건강보험공단에 요청하고 있다. 범인 검거를 위한 진료기록 제공 요청은 병원 소재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범인 이외 그 가족의 진료기록을 요청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는 가족이 범인과 함께 있거나 범인을 은닉시키고 있다는 의심의 합리적 근거가 있을 때만 하고 있다.



 수사기관으로부터 정보제공 요청을 받은 건강보험공단은 반드시 제공에 응할 의무가 없으며, 내부적 판단을 거쳐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경우 경찰은 그 자료가 수사 목적상 반드시 필요하다면 법원의 압수영장에 의해 확보하는 등 다른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다만 경찰이 무분별하게 진료기록 등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앞으로 의료기관명, 진료일시 등 기본 정보 이외의 병명을 요청할 때에는 범죄와의 관련성을 더욱 구체적으로 소명할 방침이다. 또 범인이 아닌, 그 가족에 대한 의료기록 요청을 줄이는 방향으로 내부심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수집된 의료기록 등 개인정보의 관리에 관해 경찰은 수사를 종료한 경우 제공받은 자료는 규정에 따라 수사기록에 편철해 모두 검찰에 송치하고, 전자정보 형태로 받은 자료는 삭제하고 있다. 수사관이 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받은 의료정보를 유출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는 등 엄격한 형사처벌을 받는다. 또한 압수한 개인정보가 외부에 유출되거나 수사 외의 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경찰은 정기적 감사, 점검 등을 통해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수사기관에 대한 건강보험공단의 의료정보 제공은 사생활 보호와 형사사법목적 달성의 조화 점에서 검토돼야 하며, 제공을 금지하거나 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한다면 신속하고 정당한 법 집행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김근식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장





제공 절차·범위 엄격히 정해야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원장
국정감사에서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건강보험공단이 국민의 의료정보를 수사기관 등에 분별없이 대거 제공했다고 지적하면서 “수사 목적이라도 의료정보 제공은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중앙행정기관, 공공기관, 수사기관, 법원 등에 총 1억9000만 건의 개인정보가 제공되었다. 이 중 수사 목적을 위해 검경에 제공된 개인정보는 1%에 해당하는 187만 건이다. 논란의 초점은 검경에 제공된 정보다. 정보제공 절차 및 범위가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인지, 법에 위배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개인의 인권침해 요소는 없는지가 논란의 본질이다.



 요양급여 부정수급, 보험 사기, 병역 비리, 병원사무장 비리 등을 수사하기 위해 의료정보가 있어야 하고, 병원과 무관한 사건이라도 용의자 추적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 수사기관의 입장이다. 수사기관은 또 이는 적법한 절차에 따른 요청이며, 사건처리 건수에 비추어 정보 요청이 많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실제적으로는 피내사자의 회사 근무 경력이나 소득, 소재지 등을 파악하기 위한 용도로도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진료 목적을 위해 의료기록을 수집하는 경우 환자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 다만 진료기록 외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경우에는 정보 주체인 환자에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경우에도 청구·응급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환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법 체계는 비교적 잘 짜여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사회보험 간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또 사회복지대상자 선정을 위해 개인단위가 아닌 포괄 단위에서 정보가 이동되는 것은 국민의 편의 증진 측면에서 허용될 수밖에 없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개인단위로 요청되는 수사 목적의 정보 제공이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수사 목적을 위해서는 영장 없이 개인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공공의 목적을 위해 일정 부분 용인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종교적 신조, 육체적·정신적 결함, 성생활에 대한 정보와 같이 인간의 존엄성이나 인격의 내적 핵심, 내밀한 사적 영역에 근접하는 민감한 개인정보들에 대해 그 제한의 허용성은 엄격히 검증돼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환자의 진료정보는 그 어떤 이유에 앞서 보호돼야 한다. 특히 병력 관련 정보는 대단히 민감하게 취급돼야 한다. 지난해에는 철도노조 파업 관련 노조 간부의 진료내역, 간부 부인의 진료내역 등이 제공된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공공목적을 위한 예외조항이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막고 개인의 의료정보가 철저하게 보호될 수 있는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중앙행정기관에 집단적으로 제공되는 정보의 경우라도 개인 식별이 불가능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부득이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국가단위에서 상시위원회를 운영해 제공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둘째, 수사 목적으로 개인단위에서 의뢰하는 경우 구체적 사실을 적시한 질문지를 통해 “예, 아니오” 형태로 응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면 “홍길동이 모일 모시에 모병원에서 특정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 확인해 주세요”라는 요청이 오면 "있다” 또는 "없다”로 대답할 수 있다. 셋째, 개인단위에서 정보가 제공되면 사후적으로 당사자에게 통지를 의무화해야 한다. 최소한 무슨 목적으로 어디에서 나에 대한 정보 요청이 있었는지는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알아야 한다.



 개인의 의료정보가 유출돼 오·남용될 경우 사생활 침해의 문제를 넘어 개인의 직장생활, 취업, 보험 혜택, 금융기관 대출 등 개인의 경제생활에 직접적으로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 개인 의료정보의 유출은 명백히 헌법상 자기정보통제권을 침해한 것이다. 더욱 강하게 보호될 필요성이 있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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