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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맞벌이 엄마의 ‘오전 9시 등교’ 유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기환
사회부문 기자
“맞벌이 가정 자녀만 역차별하느냐.”



 지난 3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내년 1학기부터 서울에도 ‘오전 9시 등교’를 실시한다”고 밝혔다는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학부모들의 인터넷 카페에도 “맞벌이 부모는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 출근 시간은 같은데 등교만 늦추면 텅 빈 교실에 맞벌이 자녀만 덩그러니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지난 9월 먼저 오전 9시 등교를 시행한 경기도 학부모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만족하는 부모도 적잖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침밥을 거르기 일쑤였던 아이가 아침을 챙겨먹기 시작했다” “맨날 졸려 하던 아이가 잠을 더 잘 수 있어 좋다고 한다”고 했다. 대체로 전업주부이거나 가사도우미를 둔 엄마들의 반응이 그랬다.



 맞벌이 엄마는 달랐다. 초등학생 딸을 둔 맞벌이 엄마 김모(38)씨는 “일찍 학교에 나온 다른 반 친구들과 함께 독서실에 모아놓고 ‘이모’(학부모)가 돌아가며 책을 읽힌다더라”며 “안 나온 아이가 있어도 모른다고 해 불안하다”고 말했다. 출근을 늦추기 어려워 먼저 오전 8시쯤 출근하고 중학생 아들을 혼자 등교토록 한 맞벌이 엄마 정모(42)씨도 걱정을 털어놨다. “하루는 학교에서 ‘아이가 안 왔다’고 전화가 온 거예요. 놀라 달려가보니 집에서 게임을 하고 있더라고요.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고민입니다.”



 학부모 원성이 높아지자 경기도 내 일부 학교는 등교시간을 다시 앞당길 계획이다. 조 교육감의 ‘오전 9시 등교’ 실험의 문제는 이런 부작용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돌봄교실이나 독서실을 활용해 학교별로 대비하라”는 게 고작이다. 추가로 드는 예산·인력에 대한 지원책은 없다. 조 교육감은 “오전 8시40분인 등교 시간을 20분 늦추는 것은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20분 늦춰서 얻는 효과는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정책 추진 과정도 문제다. 학생·학부모·교사가 모여 토론한 뒤 학교별로 자율 시행하라는 식이지만 일선 학교는 강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인사권과 돈줄을 쥔 교육감이 권고하면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서울은 맞벌이 부부 비율(43%)이 높다. 통학거리가 짧아 등교 시간을 늦춰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오전 9시 등교는 시범학교를 운영하면서 부작용을 따져보고 대책을 마련한 뒤 자율적으로 시행해도 늦지 않다. 조 교육감이 학생을 위하기보다 진보 교육감의 어젠다를 지키기 위해 오전 9시 등교를 서둘러 밀어붙인다는 지적을 피하려면 이런 우려부터 귀담아들어야 한다. 맞벌이 엄마들이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김기환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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