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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정보 유출 때 고생” 위로금 달라는 KB 노조





CEO 바뀌면 ‘습관성 실력행사’
10월 말 특별수당 요구 농성







지난달 30일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12층 은행장 집무실 앞. 20여 명의 국민은행 노동조합원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박지우 은행장 대행에게 “약속했던 ‘특별수당’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박 대행이 이를 거부하자 노조원들은 집무실 앞에 매트리스를 깔고 항의 농성에 들어갔다. 이후 노조원의 항의와 은행장 면담요구는 3일 오전까지 이어졌다.



노조가 특별수당을 달라고 나선 명분은 연초 터진 신용카드 정보유출 사건이었다. 당시 직원들이 사태를 수습하느라 잦은 초과근무와 야근을 했고, 쏟아지는 항의전화에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은 만큼 이를 돈으로 보상해 달라는 요구였다. 시간외 초과근무 수당은 이미 지급됐지만 그 위에 ‘위로금’을 얹어 달라는 얘기다.



 노조 측은 “특별수당은 전임 이건호 행장이 구두로 약속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성낙조 노조위원장은 “노조원들이 정보유출 때 고생한 데다 이후 (내분사태 때) 경영진 잘못 때문에 국민의 온갖 비난을 직원들이 받아야 했다”며 “이 행장과 사기 진작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고 자리가 잡히는 3분기께 주기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조의 갑작스러운 ‘점거 농성’에 사외는 물론 사내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졌다.



국민은행 한 차장급 직원은 “농성 소식을 듣고 ‘이건 아니다’고 말하는 직원이 많았다”며 “각종 금융사고와 내분사태로 추락한 은행의 이미지를 회복하고 고객의 신뢰를 되찾으려 힘을 모아도 시원찮을 판에 직원들이 ‘제 몫 찾기’에 나서는 모양새를 연출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안팎의 비판에 노조도 결국 3일 오전 행장실 앞 침구와 집기를 치우고 일단 물러섰다.



 국민은행에선 최고경영자(CEO)가 바뀔 때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됐다. 황영기 초대 회장 때부터 새로운 CEO가 내정되면 노조는 으레 ‘출근저지’ 투쟁에 나섰다. 명분은 ‘낙하산 회장·행장 저지’였다. 출근길이 막힌 KB금융 회장과 행장 내정자들은 사무실이 아닌 인근 호텔에서 업무보고를 받아야 했다. 그러다 정식 취임할 즈음이면 양측 간 타협이 이뤄졌다. ‘개혁’을 외치던 수장들의 입에선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아예 노조와 공식 협약을 맺기도 했다. 그때야 노조는 집무실 봉쇄를 풀었다. 출근저지의 명분이었던 ‘낙하산’ ‘관치’ 문제도 쑥 들어갔다.





 이런 관행이 되풀이되면서 낙하산 수장과 이를 고리로 실속을 챙기려는 노조 간 타협이 이뤄지는 기간은 점점 짧아졌다. 노조의 출근저지 기간이 황 회장은 45일, 어윤대 회장은 30일, 임영록 회장은 13일이었다. 첫발을 타협으로 시작한 수장이 이끄는 KB호는 임기 내내 ‘외풍’과 함께 ‘내풍’에 흔들렸다. 인수합병(M&A) 논의는 구조조정을 우려한 내부의 격렬한 저항에 번번이 부닥쳤다.



조직과 인원을 슬림화해 효율을 높이는 작업도 마찬가지였다. 그 사이 은행의 생산성은 추락했다. 국민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중 임직원(2만1225명)과 지점(1214) 수 등 덩치에선 1위 자리를 놓쳐본 적이 없다. 그러나 당기순이익, 총자산순이익률(ROA), 자기자본순이익률(ROE) 등 생산성과 효율을 나타내는 지표에선 신한은행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한 전직 국민은행 고위 임원은 “처음부터 기가 꺾인 수장들은 고질적인 국민-주택은행 출신 간 파벌 문화 등을 개혁할 의지를 접은 채 3년간 ‘떠다니는 배’처럼 지내다 다른 낙하산으로 교체되곤 했다”며 “윤 회장 내정자도 첫발을 어떻게 딛느냐가 향후 3년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일단 윤 회장 내정자의 출근은 막지 않았다. 노조가 요구한 ‘내부 출신’ 기준에 부합하는 만큼 명분이 없었다. 그러자 은행 안팎에서도 산뜻한 출발이란 평가가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노조의 돌발행동은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외풍’의 멍에를 벗은 윤 회장이 ‘내풍’에 어떻게 대응할지 금융권 안팎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금융연구원 손상호 선임연구위원은 “CEO가 임기 3년짜리 계약직이라면 은행은 노조원들에게 평생직장인 만큼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이익을 우선할 필요가 있다”며 “KB금융이 일신하려면 CEO와 금융당국, 사외이사는 물론 노조도 변화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민근·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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