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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비 몇 백억 나오면 월급 주고 횡령”

홍콩의 모뉴엘 ‘위장 공장’ 정문이 지난달 초 닫혀 있다. 모뉴엘은 은행 실사 때만 현지인 30명을 조립라인에 앉혀 정상가동되는 것처럼 꾸몄다. [사진 서울세관]


‘모뉴엘 사태’로 시장과 금융당국이 충격에 빠진 가운데 모뉴엘 전 직원이 입을 열었다.

모뉴엘 퇴직 간부, 중앙일보에 고백



 서류상으로 조작한 ‘가짜 수출’로 3조2000억원 규모의 사기 대출을 받아온 모뉴엘의 혐의는 지난달 31일 관세청의 발표로 사실로 드러났지만 회사에 몸 담았던 직원이 사기극의 전모를 밝힌 건 처음이다.



 로봇청소기 등을 만드는 중소 가전업체인 모뉴엘은 지난해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하며 ‘벤처 신화’로 불렸지만 지난달 20일 법정관리 신청 이후 사기 행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모뉴엘에서 5년 넘게 근무한 부장급 간부로 실적은 물론 자금의 출입을 모두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했다. 현재는 퇴사한 상태다.



 A씨는 “모뉴엘의 수출 사기극은 경영진에 의해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라며 “박홍석 회장 등 최고 경영진이 일명 ‘(매출) 1조원 프로젝트’의 주인공들”이라고 지목했다. 특히 그는 “2010년 이후에는 상당수의 직원도 허위 매출이 많다는 걸 알았고 공공연히 ‘우리는 산업은행(대출해준 은행 중 한 곳)에서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다’는 말까지 오갔다”고 전했다.



 -처음부터 계획된 건가.



 “3~4년 만에 매출을 1조원까지 키우려면 계획되지 않고선 불가능하다. 미국에 모뉴엘과 잘만테크(2011년 인수한 자회사)를 합쳐놓은 법인이 사실상 헤드(본부)다. 원제품은 부피도 크고 가격도 높으니까 주로 부품을 수출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했다. 그렇게 매출을 계속 일으켜야 신용대출을 받으니까. 경영진은 계획적으로 방만 경영을 했다. 여름만 되면 하와이를 경유해 해외로 여행 가고 벤츠·BMW 같은 고급차를 몰고 다녔다. 그 돈이 어디서 났겠나.”



 -해외에서 상도 많이 탔는데.



 “그게 일명 ‘미국식 플레이’라고 경영진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거다. 박 회장은 미국 시민권자이고 동생은 캐나다 국적이다. 해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가전전시회(CES)에 공을 제일 많이 들였다. 거액을 주고 부스를 산 다음 직원들을 모아서 6~7개의 ‘수상팀’을 만들었다. CES가 주는 ‘혁신상’은 아이디어만으로 받을 수 있 었다.”



 -로봇청소기는 TV홈쇼핑에도 많이 등장했다.



 “지난해 20회 이상 (방송) 탔는데 히트상품을 만들기 위해 홈쇼핑 시간대를 산 거다. 청소기 품질이 너무 안 좋은데 껍데기가 필요하니까 유명 탤런트를 동원해 3억원짜리 광고를 만들었다. 그러나 충격적인 것은 자체 기술이 없다는 것이다. 로봇청소기는 5~6명 있던 회사를 인수한 거고 홈시어터TV나 PC 모두 중국산이다.”



 -직원들이 알고 있었다고 했는데.



 “2010년 대다수 직원이 경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직원들도 ‘(매출) 1조원이 마지노선이다. 곧 둑이 터진다’고 수군거렸다. 회사가 불·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안 뒤로 적지 않은 직원이 저녁에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자기 개인 일을 하기 시작했다.”



 -왜 신고 안 했나.



 “양심적으로 (금감원에) 신고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바른 말 하면 자리 없애고 문제 제기하면 돈을 줘 입막음을 했다. 직원들도 생계가 달려 있는 데다 월급도 적지 않았고(부장급의 경우 월 500만~600만원) 실적 올리라고 다그치지도 않으니까 가만히 있었던 거다. 자녀들을 제주 국제학교에 보내면 3000만원까지 지원해주겠다고 하더라.”



 -정부나 금융권이 의심 안 했나.



 “의심은커녕 ‘히든챔피언’이라고 상 주더라. 신용으로 대출받으면 일부는 돌려 막고 나머지는 운영비로 하고. 국책 과제는 돈 빼먹는 채널이었다. 연구과제비로 몇 백억원 나오면 직원 월급 주고 경영진이 횡령하는 일이 되풀이됐다. 굴지의 이동통신사나 주방 가전업체에서도 같이 사물인터넷을 하자, 공동 마케팅을 하자, 벤치마킹을 하고 싶다 요청이 쇄도했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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