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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보면 설렌다”던 문희상, 갑자기 “여보, 미안”

“지성적이고 우아하고 기품이 있어요. 또 예쁘시고, 가슴이 설렐 정도입니다. 여보, 미안해.”



“장비 닮았다” “소 잔치에 돼지 왔다”
자기 학대형 유머로 분위기 살려
푸틴 지난해 노벨 평화상 거론에
오바마 “아무에게나 주는 상” 조크

 지난해 4월 당시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현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인 문희상(69) 의원이 JTBC의 시사프로그램 ‘뉴스 콘서트’에 출연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추어올리던 문 위원장이 갑자기 “여보, 미안해”를 외쳤다. 스튜디오가 웃음바다로 변했다. 야당 지도자의 첫 종편 출연이었지만, 문 위원장의 유머로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2005년 4월 여당인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이 야당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당사로 찾아가 만난 이래 두 사람은 10년이 가깝도록 ‘유머’로 친해진 관계다. 두 사람은 지난주에도 만났다. 유머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국회 시정연설 직전 박 대통령은 문 위원장에게 “역량이 대단하신 것 같다”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문 위원장은 “역량보다는 내가 ‘비대’(肥大·살이 쪘다는 의미)해서 비대위원장을 또 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파안대소했다. 박 대통령은 “정치엔 유머가 반드시 필요하다. 여야가 웃어가며 정치하면 좋겠다”고도 했다.



 문 위원장은 2일 대한약사회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도 먼저 연설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축사를 조금 길게 하자 “‘무대’(무성대장이란 뜻의 김 대표 별명)가 (길게) 가면 ‘비대’가 안 갈 수 없다. 이게 숙명”이라고 해 사람들을 웃겼다.



 박 대통령의 말처럼 선진국 정치에서 유머는 빼놓을 수 없는 감초다. 한마디의 조크로 위기상황을 넘기고, 좌중을 휘어잡는다.



 연례 백악관 출입기자 만찬을 앞두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어떤 유머로 기자들을 웃길지 머리를 쥐어짠다. 그 정도로 유머감각은 미국 정치인의 중요한 자질이다. 올해 5월 백악관 만찬장에서도 오바마는 “푸틴이 지난해 노벨 평화상 후보에 거론됐는데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요샌 그걸 아무에게나 주니까”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그 자신도 2009년 노벨 평화상을 받아 논란이 있었다는 걸 염두에 둔 농담이었다.





 국내 전문가들도 “유머는 정치의 윤활유이자 조미료”(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라고 꼽는다. 하지만 한국에서 정치유머는 이미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극심한 대립 속에서도 촌철살인 유머로 분위기를 잡았던 ‘정치고수’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유머 불모지역이 된 국회에서 그나마 남은 인물들은 문 위원장 외에 과거 ‘엽기수석’으로 불렸던 유인태 의원 정도다.



 문 위원장의 유머 코드는 오바마 대통령과 비슷한 ‘자기 학대형’이 대부분이다. 특히 ‘장비를 닮았다’는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는 경우가 많다. 국회부의장 시절 한우시식회에서 “소 잔치에 돼지가 왔습니다”라고 축사를 하거나, 과거 “코디네이터를 따로 두고 있느냐”는 한 여성의 질문에 “그러면 얼굴이 이렇게 됐겠느냐”고 받아친 적도 있다. 비대위원장을 다시 맡은 뒤엔 “생긴 대로 산돼지처럼, 포청천처럼 뛰겠다. 필요하면 개작두를 치겠다”고 포부를 밝혔고, 기자들과의 식사 때는 “ 북한은 ‘장군님의 모습’이라며 나 같은 돼지형을 아주 좋아한다”고 말했다. 인기 탤런트 이하늬의 외삼촌인 그는 가끔씩 “닮은 구석이 있지 않느냐”는 ‘망언’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자기 비하가 전부는 아니다. 복잡한 상황을 날카로운 한마디로 정리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최근엔 “요즘 초·재선 중에는 너무 막 나가는 의원들이 많으니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 “지리멸렬한 당에서 쥐새끼처럼 빠져나갈 궁리만 하는 사람은 조직원의 자격이 없다”는 직설적 표현들로 당내 군기를 잡기도 했다.







 달변인 데다 다변으로 기자들에겐 인기가 많다. 회의 때 참석 의원들보다 기자들의 수가 더 많으면 “밥보다 고추장이 많다”며 친근감을 표시한다. 70세에 가깝지만 유머와 열정을 유지하는 비결을 궁금해하는 기자에게 문 위원장은 “열정이 없으면 정치를 그만두고 돈을 벌든지 해야 한다”며 “지도자는 주변 분위기가 활활 살아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지론을 밝혔다.



서승욱·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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