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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의 아하, 아메리카] “네가 이기면 나라 망한다” … 중간이 사라진 미국 정치

“첫 흑인 대통령을 지키느냐 마느냐는 당신의 투표에 달려있다.”(민주당) “민주당이 이기면 이슬람국가(IS) 같은 악의 세력이 매일 미국인들을 해칠 거다.”(공화당)



 4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양극화에 따른 지나친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확산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승리에 눈 먼 양당 후보들이 근거 없는 인신공격은 물론 사회적 금기인 인종 문제까지 서슴없이 부각시키고 있는 탓이다. 이로 인해 “미국 선거판이 어느 때보다 더러운 비방전으로 빠져들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표적 보수논객인 폭스채널 앵커 빌 오라일리는 “민주당이 도덕적으로 잘못된 사악한 인종 정치를 펴고 있다”고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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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에도 인신 공격은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보수·진보를 오가는 중간층 표심을 잡으려는 긍정적 슬로건도 적지 않았다. 자신이 이기면 사회를 이렇게 바꾸겠다는 미래지향적 메시지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완전 딴판이다. 너나없이 상대가 이기면 큰일 난다는 불안감 조성으로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네거티브 전략이 난무한다.



 이는 미국 정계는 물론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됐기 때문이다. 중간층 비율도 확 줄었다. 실제로 지난 6월 미 퓨리서치센터 조사 결과 20년 전보다 민주·공화 양당 지지자들의 성향이 보다 극단적으로 변한 것으로 조사됐다.



퓨는 1만명을 상대로 정부의 역할, 이민자 처우, 동성애 등 10개 항목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리곤 이를 보수와 진보 입장 사이에서 수치화했다. 이 결과 20년 전에는 민주·공화 당원들 간의 이념적 입장 차이가 거의 없었으나 해가 갈수록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특정 정당과 동일시하는 비율도 급격히 늘었다. 무당파가 줄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당적에 관계 없이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초당적 정책이 나올 여지도 확 줄었다. 다른 당 성향의 유권자들로부터 표를 얻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게다가 공략 대상인 중간층의 투표율마저 극히 낮아질 것으로 나타나 증오의 정치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 따르면 “이번 중간선거에 참여하겠다”는 비율은 전통적 공화당 지지자 중에선 73%,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 58%로 조사됐다.



반면 “투표장에 나가겠다”고 응답한 부동층은 25%에 불과했다. 양당 모두 온건파보다는 이념적 강성 후보가 많아져 부동층 유권자들이 외면하는 탓으로 분석되고 있다. 결국 부동층에 공을 들인들 별 소득이 없을 게 뻔하다는 얘기다. 이런 터라 양 당은 기존 지지층을 어떻게든 투표장에 많이 끌어내는 게 선거 승리의 관건이라 판단하고 있다.



 지지층을 불러내는 최선책은 불안심리 자극이라고 양당 선거전략가들은 판단하는 듯하다. 상대방이 잡으면 “미국이 침략 당한다.”, “일자리를 외국에 빼앗겨 실업자가 폭발한다”는 식으로 협박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중간선거가 집안 단속을 위한 ‘돈 선거’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선거자금 감시단체인 책임정치센터(CRP)의 로버트 맥과이어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번 선거 과정에서 최소 10억 달러(1조675억 원) 이상의 다크머니가 뿌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2년 대선 때보다 최소 3배, 2010년 상·하원 중간선거보다 무려 17배나 많은 수치다. 다크머니는 특정 정당 후보의 정책을 지지하고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선거광고 형식으로 간접 활용되는 출처 미상의 자금을 일컫는다.



 정치적 양극화는 과거 인물 중심이었던 선거 양태도 바꿔놓았다. 과거엔 소속 정당이 어디든 후보가 훌륭하면 뽑아줬다. 하나 이젠 정당을 보고 투표를 한다.



 대선 및 총선 별 정당 지지도 추이를 보면 알 수 있다. 1990년 의원 선거에서는 공화당 후보가 같은 당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승리했던 지역구에서 이긴 경우는 51%에 불과했다. 그러나 22년 후인 2012년 선거에선 공화당 후보는 직전 대선 때 자기 당이 승리한 선거구 중 98%에서 이겼다. 정당 별 지지도가 의원 선거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이로 인해 지역 민심을 대표하는 의원으로서는 보다 선명한 노선을 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정치적 양극화는 각종 후유증을 낳고 있다. 무엇보다 상대방 정책이라면 무조건 반대하는 ‘거부권 정치(vetocracy)’의 경향이 강해졌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상의료 혜택을 대폭 늘이자는 오바마케어를 놓고 벌인 민주-공화 양당의 갈등이 전형적인 사례다.



 또 외교정책처럼 초당적 전략을 지켜야 할 분야에서도 집권당이 바뀌면 노선 자체가 급변하는 일이 잦아졌다. 공화당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도 좋은 예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밝혔던 담대한 희망은 양당이 당리당략을 넘어 국익에 맞는 정책이라면 진정으로 힘을 합치는 것이었다. 하나 유감스럽게도 오바마가 꿈꿨던 이상향은 갈수록 멀어지는 느낌이다.



남정호 국제선임기자





◆중간 선거=미국은 2년마다 상원의원의 3분의 1(36명), 하원의원 전원(435명)을 선출한다. 4년마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는 같은 날 투표를 한다. 대통령 선거와 겹치지 않는 해에 치러지는 경우를 중간 선거라고 부른다. 중간 선거에서는 임기 4년인 주지사 36명도 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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