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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도록 손을 덜 대는 것이 최선의 복원이다

사진작가 못지않은 촬영 솜씨를 지닌 이탈리아 건축가 마시모 카르마시. 31일 서울 통의동 재단법인 아름지기의 한옥 사옥에서 만난 그는 내내 사진기를 내려 놓을 줄 몰랐다.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이라는 그는 “더 젊을 때 왔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한국과 이탈리아의 건축계 협력을 약속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건축 문화유산을 어떻게 보존(保存)하고 어디까지 복원(復元)할 것인가. 600년 고도(古都) 서울은 최근 복원과 반복원(反復元) 사이에서 다양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옛 도읍이 남긴 여러 건축물을 보호하고 수리하고 재건하는 작업이 지닌 뜻을 오늘 우리 시각으로 뜯어보려는 일이다. 지난달 29~30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제3차 한양도성 국제학술회의 ‘도시성곽의 과학적 보존과 창의적 개입’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한양도성(SEOUL CITY WALL)을 ‘살아있는 기념물’로 만들기 위한 토론장이었다.

이탈리아 건축가 마시모 카르마시



 기조 강연자로 참가한 유적복원 전문가인 이탈리아 건축가 마시모 카르마시(71)는 특히 ‘복원과 개입 사이의 균형감’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피사의 사탑’으로 이름난 피사 시(市) 복원계획에 1974~90년 참여했던 경험을 들려준 그는 “기존 건축물에 되도록 가볍게(light) 얹힐 수 있도록 하라”고 말했다. 카르마시는 현대 건축술이 손을 덜(less) 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복원의 최선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자신이 총괄 책임자로 재생시켰던 피사의 옛 건축물들을 ‘그때 그 곳에 그대로’ 놓아두기 위해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과거의 모습을 되살리는 도면 그리기와 모형 만들기였다. 수만 점이 넘는 그 작업으로 지금 피사는 어떤 자연 재해를 당해도 도시 전체를 다시 복원할 수 있는 기본 자료를 확보했다.



 “제가 16년 동안 피사를 위해 했던 가장 보람찬 일은 실측 도면과 모형을 거의 완벽하게 남긴 거죠. 시민들이 자기가 사는 도시에 대한 건축 인식을 높이는데 좋은 방법입니다. 한양도성 복원의 첫 걸음이 실측 도면 작성과 큰 스케일의 모형물을 만드는 거였으면 합니다. 옛 모습을 담은 사진은 많은데 도면이 없더군요. 기본이 부실한 거죠. 도성 전체가 잘 보이도록 주변을 정리해 가시성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해요. 굳이 보호 시설물을 해야 한다면 그 자체가 예술품이 되도록 완성도를 높이세요. 이미 발굴된 건 원상 복구하지 말고 허물어진 그대로 뒀으면 좋겠어요.”



 그는 문화유산을 복원할 때 ‘최소한의 간섭’을 원칙으로 하라고 조언했다. 추측에 의한 복원은 피해야한다고 거듭 말했다. 원래 부재(部材)와 새로 투입한 부재를 구분해 시간 변화가 고스란히 드러난 과정까지 모두 어우러지게 한 복원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너무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돌아보는 비평적 복원, 창조적 복원의 자세를 주문했다.



 “한양 도성 벽체에 각 시대의 흔적이 남도록 하세요. 서울은 자연발생적 문화현상이 곳곳에 스며있어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그 생생한 자발성을 존중하고 관리만 해주면 서울은 세계인이 주목하는 도시가 될 겁니다.”



 올 3월 개관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둘러봤다는 그는 “마감이 완벽해 한국 건축기술 수준이 얼마나 훌륭한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요즘 건축가들은 자기 잘난 맛에 작품만 남기려 하지 주위와 어우러지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면서 “그렇게 세계를 돌아다니는 스타 건축가는 몇 명이면 된다”고 비판했다. 자기가 사는 지역의 땅과 역사에 깊숙이 개입해 그 맥락을 이해하는 일이 건축가에게 더 필수 사항이라는 얘기다.



 카르마시는 “이탈리아는 돌과 벽돌 연구가 뛰어나지만 한국 건축물에 많이 쓰인 목조 분야도 앞선 부분이 있다”며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글=정재숙 문화전문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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