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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치어리더·키스타임 … 한국 야구, 끝내줘요

한화의 열성팬인 루크 호글랜드(미국), 넥센의 ‘장외 응원단장’ 테드 스미스(캐나다), 한국 프로야구에 푹 빠진 로빈 데이아나(프랑스)가 포수·투수·타자로 변신해 멋진 포즈를 취해줬다. [강정현 기자]


“한국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우리가 비정상인가요?” 포스트시즌이 한창일 때 한국 야구를 즐기는 외국인 네 명이 모였다. 넥센 경기가 열리는 곳이라면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는 테드 스미스(27·캐나다), 만년 꼴찌 한화의 매력에 푹 빠진 루크 호글랜드(29·미국), 한국인들의 야구사랑에 깜짝 놀란 로빈 데이아나(24·프랑스), 야구선수를 꿈꿨던 미소년 데라다 다쿠야(22·일본)가 이들이다. 중앙일보 본사 1층 카페에 모인 이들은 두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야구 수다’를 떨었다. 네 명 모두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해 JTBC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서처럼 그들의 솔직한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프로야구판 비정상회담이었다.

외국 팬 4명이 본 그라운드





로빈: 야구는 미국·일본만 하는 줄 알았다. 프랑스에선 축구가 인기 1위 스포츠다. 2002 한·일 월드컵을 열심히 봤는데, 한국이 굉장히 축구를 잘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한국=축구’라는 인식이 있었다. 아버지가 이탈리아 사람인데 한국-이탈리아 16강전(한국 2-1 승)을 보고 한국 욕을 많이 했다. 나는 별로 안했다(웃음). 한국에 와서 보니 야구 인기가 엄청나더라.



 다쿠야: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야구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해 중학교까지 했다. 포지션은 좌익수였다. 중학교 때는 주장까지 했지만 고교 진학 후 그만뒀다. 일본 고교 야구부는 엄격하고 힘들다. 특히 머리카락을 빡빡 밀어야 한다. 그게 너무 싫어서 그만뒀다. 후회하진 않는다. 내 머리는 소중하니까(웃음).



 루크: 난 샌프란시스코 쪽에 있는 몬트레이에서 왔다. 알다시피 미국은 야구의 나라다. 어렸을 때부터 TV로 야구 중계를 많이 봤고, 리틀 야구도 했다. 한국에서 야구를 보는 건 당연했다.



 테드: 캐나다 국민스포츠는 아이스하키다. 캐나다 동부 토론토에 메이저리그 팀 블루제이스가 있다. 그러나 나는 캐나다 서부 캘거리 출신이어서 동부 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목동구장의 신나는 응원에 푹 빠졌다. 넥센 응원가는 다 외운다. (공식 응원단이 가지 않는) 원정경기 땐 응원단장으로 나서기도 한다.



 로빈: 한국 야구엔 아주 특별한 응원 문화가 있다. K-POP과 댄스가 신나게 섞였다. 특히 치어리더 응원에 깜짝 놀랐다. 프랑스에는 치어리더 응원이 거의 없다. 치어리더는 미국 문화가 아닌가? 그래도 한국 프로야구 치어리더가 최고다. 치어리더 응원은 거의 공연 같다. 꼭 야구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신나게 응원하러 갈 만하다.



 루크: 메이저리그 몇 개 구단이 치어리더 응원을 한다. 그러나 한국만큼 눈에 띄지 않는다. 치어리더 덕분인지 한국 팬들이 미국 팬들보다 더 열심히 응원한다. 응원하는 선수나 팀이 못해도 한국 팬들은 노래를 크게 부르며 열광한다. 그게 참 재미있다.



 테드: 한국 야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중 하나가 라이벌전이다. 넥센의 라이벌은 LG다. LG를 ‘엘쥐’라고 발음하며 몇몇 팬들은 쥐덫을 가져가기도 한다. 넥센과 플레이오프에서 만나 떨어진 LG의 명복을 빈다(테드는 정확히 이렇게 표현했다). 롯데의 대표적인 응원가가 ‘부산갈매기’ 아닌가. 롯데전에는 갈매기를 낚기 위해 새우깡을 미끼로 가져갔다. KIA와 롯데도 라이벌 관계다. KIA 전신인 해태와 롯데는 팬들끼리 자주 싸웠다고 들었다. 과거엔 서로 병을 던지기도 했다더라. 난 롯데 팬이 던진 닭다리에 맞아본 적이 있다.



 다쿠야: 롯데 연고지인 부산 팬들이 좀 세다고 들었는데 일본에선 한신 팬들이 그렇다. 예전에는 경기에 지면 병을 던지거나 욕을 했다. 도톤보리강 에비스 다리 밑으로 떨어지는 팬들도 있었다(1985년 일본시리즈에서 한신이 첫 우승을 한 뒤 생긴 세리머니). 다치는 사람도 있지만 한신 팬들은 그렇게 기쁨을 표현했다.



 로빈: 프랑스에서 유명한 축구 라이벌은 올림피크 드 마르세유와 파리 생제르맹이다. 두 팀이 경기하면 난리가 난다. 꽤 위험하다.



 루크: 난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팬인데, LA 다저스와 라이벌이다. 팬들끼리 크게 싸운 적이 있어서 선수들이 팬들에게 싸우지 말라는 캠페인도 벌였다. 한화 팬으로서 난 류현진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가 다저스에 가서 좀 아쉽다.



 로빈: 그래도 한국 야구는 전체적으로 재미있지 않나. 여성팬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예쁜 여자들이 많으니 남자 팬들이 점점 젠틀해질 것이다. 여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 건 남자의 본능이니까(웃음).



 테드: 아무래도 선수들이 잘 생겨서 여성팬들이 많은 것 같다.



 다쿠야: 한국에서 중계를 보면 여성팬이 참 많이 보인다. 내가 야구를 좋아하니까 야구 좋아하는 여자에게 호감이 더 간다.



 테드: 미국 야구장에 가면 예쁜 여자 옆에는 남자친구가 꼭 있다. 예쁜 여자 혼자 앉아 있어서 쳐다보면 “허니(Honey), 핫도그 가져왔어”하고 남자친구가 나타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여자끼리도 야구장에 많이 온다. 미국은 남자친구가 없으면 야구장에 안 온다.



 로빈: 아무래도 야구장이 새로운 미팅 장소 같다(웃음).



 루크: 한국에선 ‘치맥(치킨+맥주)’을 즐기며 야구를 본다. 미국은 맥주를 마시면서 핫도그·팝콘 등을 먹는다.



 테드: 미국도 치킨을 팔기는 하는데 인기가 별로 없다. 양키스타디움(뉴욕 양키스 홈구장)에 길이 30㎝가 넘는 핫도그가 있다. 정말 끝내준다.



 로빈: 프랑스에는 프라이드 치킨을 안 판다. 파리 전체에 치킨 파는 가게가 한두 곳 정도 있을 거다. 한국처럼 맛있지도 않다. 한국은 프라이드 치킨 말고도 종류가 많다. 프랑스에 치킨 가게가 생기면 인기 폭발일 것이다. 내년에도 치맥 먹으러 야구장에 갈 거다.



 다쿠야: 야구장으로 치킨이 배달도 된다고 들었다. 정말 신기하다. 좌석이 좁을 텐데 어디다 놓고 먹는 건가. 먹다가 야구공이 날아오면 어떡하나? 야구공 맞으면 정말 아프다. 중학교 때 타석에서 머리에 공을 맞은 적이 있다. 부드러운 공이어서 다치진 않았는데 깜짝 놀랐다.



 테드: 로빈은 야구장을 많이 안 가본 것 같다. 나는 넥센을 응원하기 위해 전국 야구장을 모두 다닌다. 올해는 (전체 128경기 중) 104경기를 현장에서 봤다.



 루크: 나는 올해 60경기 정도를 직접 봤다. 청주구장에서 테드를 처음 만났는데 한화가 지고 있었다. 기분이 안 좋아서 인사만 했다.



 로빈: 우와, 정말 열심히 본다. 나도 야구규칙은 어느 정도 안다. 그런데 점수는 무한대로 낼 수 있나? 100점까지도?



 루크: 당연하다. 한화는 NC에 9-23이라는 말도 안되는 점수 차로 패한 적도 있다.



 로빈: 정말?



 루크: 그렇다. 이츠 마이 팀(It’s my team).



 다쿠야: 한화는 엄청나게 약한 팀이라 들었다. 힘내라. 작년엔 일본의 만년 꼴찌 팀 라쿠텐이 일본시리즈에서 우승했다. 희망이 있다.



 로빈: 나는 두산이 좋다. 그런데 올해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하더라.



 루크: (송일수) 감독이 못했다. 결국 잘렸다.



 다쿠야: 일본도 성적이 안 좋으면 갑자기 잘린다. 그런데 요미우리 자이언츠 하라 감독은 워낙 우승을 많이 해서 (올해 일본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살아남았다. 대신 그의 코치들이 잘렸다.



 루크: 한화는 김성근 감독이 왔다. 김응용 전 감독은 선수들과 좀 불편했던 것 같다. 친절한 감독으로 바뀌었으면 했는데 김성근 감독이 잘해줬으면 좋겠다.



 테드: 한화는 이상한 팀이다. 유명한 선수가 많은데 에러가 많다.



 루크: 뭐? 한화가 못한다고?(웃음)



 테드: 김성근 감독이 온 게 한화에게 좋은 일이다. 김 감독은 한국과 일본에서 다 유명하다. ‘SK 왕조’를 만들지 않았나.



 루크: 맞다. 김성근 감독이 오셨으니 한화는 달라질 거다. 실책이 적어질 것이다. 언젠가 한화도 가을야구 하는 걸 보고 싶다.



 테드: 나는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넥센이 삼성을 이기고 우승하는 걸 볼 거다. 충분히 가능하다. 삼성은 ‘할아버지’다. 마무리 임창용부터 나이(38세)가 많지 않나.



 다쿠야: 야구선수의 꿈은 접었지만 시구자로서 마운드를 밟고 싶었다. 지금 연예인(아이돌 그룹 ‘크로스진’ 멤버)이 됐으니 한국 야구에서 시구를 꼭 해보고 싶다.



 로빈: 난 경기 중간에 하는 ‘키스타임’이 가장 신기하더라. 커플이라면 재미있을 것 같다. 가끔 남자 둘을 카메라에 잡던데 실제로 하는지 궁금하다. (상품이 걸려 있어 남자들끼리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자) 으악!



정리=박소영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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