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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농업은 더 이상 사양산업이 아니다

이기원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
“MBA 대신 농업을 공부하라. 농학학위는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 줄 것이다.”



 미국 월가의 유명 투자가인 짐 로저스가 한 말이다. 그는 “금융은 지난 30년간 호황이었으나 그 전의 30년은 그렇지 못했듯이 향후 30년간은 하향세를 탈 것”이라며 “대신 실물 생산이 산업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30년은 고사하고 당장 3년 앞을 내다보기도 힘들다. 자녀에게 어떤 분야에 매진하라 조언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각 분야의 유명인들이 차세대 유망산업으로 농업을 지목하고 있다.



 지난해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전 세계 농산물의 수요 공급이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며 향후 10년간 가장 유망한 6개 투자 분야의 하나로 농업을 꼽았다. 사양산업으로 여겨져온 농업이 강력한 유망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지금 농업엔 다양한 분야의 신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노동에 대한 정직한 대가의 상징이었던 농업은 이제 첨단기술이 융합된 유망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종자 산업은 바이오 기술 발전을 이끌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농업용 로봇(Farmbot)으로 포도 농사를 짓는다. 미 MIT대에선 무인항공기(drone)로 재배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생산부터 판매까지 농업경영을 지원하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상용화되었다.



 농촌은 기술발전에 따른 성장 가능성뿐 아니라 행복한 삶의 터전으로서도 의미가 크다. 도시의 치열한 산업 현장과 달리 빠른 변화 속에 잃어버린 가치를 되찾는 건강하고 행복한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럽에서는 농업을 헬스케어와 접목하는 치유농장(care farm)이 발달했다. 유럽 전역에는 3000개 이상의 치유농장이 있다. 면적이 우리 국토의 절반인 네덜란드에만 1100개 이상이 있다. 네덜란드의 치유농장, 자연주의 농장 등 다기능 농장 각각의 평균 매출액은 411만 유로에 이르고 있다. 치유농장에서는 유기농 제품 생산과 사회적 돌봄 서비스를 결합해 스트레스가 심한 어린이 환자, 치매노인 등을 대상으로 간호사 등 전문 인력이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농장 연합이 건강보험회사나 정부 부처와 협력해 함께 정책결정을 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일본에서는 농업에 교육을 더한 교육팜이 있다. 어린이에게 올바른 먹거리 교육과 식탁 예절 교육을 함으로써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농촌 생활의 정신적인 행복감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더 나은 삶의 지수(The Better Life Index)’에서 우리나라는 34개국 중 25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경제적 지표보다는 정신적인 지표에서 약했다. 특히 공동체 지수는 34위로 꼴찌를 했다. 가장 전통적인 한국 문화인 어울림, 정, 나눔의 문화가 사라진 것이다.



 삶의 가치에 무게를 두는 사람들이 행복감을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눈을 돌린 장소가 바로 농촌이다. 그래도 아직 우리 농촌에는 훈훈한 인심이 있다. 이웃 간에 어울릴 수 있는 전통과 문화가 남아 있다. 농촌은 어울림의 문화를 바탕으로 다 함께 건강하고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 즉 한국형 웰니스(K-wellness)의 현장이다.



 우리 농촌은 공동체를 강조하는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각 분야의 융합을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가치를 적용하고 있다. 이제 농촌에서는 산야초를 재배할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이 직접 산야초를 뜯어서 향을 맡고 맛을 느껴볼 수도 있다. 또 산야초를 배합해 건강 음료와 화장품으로 개발하고, 이를 가을밤 재즈 음악회가 열리는 허브농원에서 판매하기도 한다. 이처럼 생산자와 제조업체가 어울리고, 예술인이 색을 입히고, 소비자가 직접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농촌이다.



 우리 농촌은 첨단 미래산업인 농업과 예술·문화가 융합돼 보다 가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행복하고 건강한 삶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이를 ‘6차산업’이라 부르며 적극 투자하고 있다. 이제 농업은 농림축산물 재배라는 1차산업과 특산물을 이용한 다양한 제품 생산(2차산업), 관광·교육·보건 서비스(3차산업)를 결합한 6차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일자리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지난 5년간 농업법인이 1.8배 늘면서 일자리가 1.5배, 특히 농업회사법인의 일자리가 3.3배로 증가했다.



 우리는 농업과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빅데이터·의료·교육·관광·게임·예술 등 비농업 분야와의 적극적인 연계를 추진해야 한다. 이는 결국 다양한 전공을 가진 젊은이들이 자신만의 비전과 행복을 농촌에서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제주도처럼 도농복합이 가능하고 매일 찾아갈 수 있는 농촌을 만들어야 한다. 농업과 다른 산업의 적극적인 융합을 통해 젊은이들이 농촌에서 미래를 찾고, 행복해져야 한국의 삶의 지수도 올라갈 것이다.



이기원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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