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뉴스클립] Special Knowledge<549> 영화로 재조명된 법정 실화

노진호 기자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1981년 부림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변호인’에서 송우석 변호사(송강호)의 대사입니다. 송 변호사의 항변에도 영화 속 피해자들은 실형을 선고받습니다. 33년의 시간이 흐른 지난 9월 25일 부림 사건 피해자들은 무죄를 선고받습니다. 영화로 재조명된 법정 실화와 그 후 펼쳐진 뒷얘기를 들여다 봤습니다.



영화의 힘 … 재수사 이끌어내고, 범죄인 송환 성사시키고



7번방의 선물(2013)

● 감독:이환경 ● 주연:류승룡




1972년 정원섭 목사 사건

2011년 무죄 확정됐지만

소송 열흘 늦어 보상 못 받아





관객 1000만이 넘는 영화가 두 편(‘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이나 나왔던 2012년에 이어 지난해도 한국 영화 돌풍이 이어졌습니다. ‘7번방의 선물’이 지난해 1월 개봉돼 1281만 명을 끌어 모았죠. ‘바보’ 용구가 경찰 간부의 딸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된 뒤 끝내 사형당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모티브는 1972년 정원섭(80) 목사 사건입니다. 당시 38세의 만화가게 주인이던 정씨는 춘천 역전파출소장 딸의 성폭행 살인범으로 지목됐습니다. 고문 끝에 허위자백을 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15년 만인 1987년 가석방됐습니다.



‘7번방의 선물’의 한 장면
 영화에서 용구를 만나기 위해 교도소에 숨어들어갔던 딸 예승(갈소원)은 용구가 사형당한 뒤 성장해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아버지의 무죄를 입증합니다. 현실에서 정씨도 억울함을 풀었을까요.



 그는 가석방된 뒤 두 차례의 재조사와 여섯 차례의 재판을 받은 뒤 지난 2011년 무죄를 확정받았습니다. 하지만 가혹 행위 피해와 15년간 억울한 옥살이에 대한 보상은 받지 못했습니다. 1심에서 26억원 배상 판결을 받았지만 지난 1월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로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무죄 확정이나 형사 보상을 받은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이 시한을 넘겼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정씨가 형사보상을 받은 때는 2012년 5월 18일, 소송을 낸 시점은 11월 28일로 ‘열흘’이 문제였습니다.





도가니(2011)

● 감독:황동혁 ● 주연:공유, 정유미




광주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

처벌 강화한 ‘도가니법’ 성과

피해자 손배소는 진행 중





‘도가니’는 2000년부터 5년간 청각언어장애 학생들이 다니는 광주 인화학교에서 일어난 학대와 성폭행 사건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학교 관계자 5명이 기소됐지만 대부분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습니다. 영화 속에서도 이들은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납니다. 영화가 여론을 들끓게 하면서 경찰은 재수사에 들어갔고, 정치권은 장애인 대상 성폭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일명 ‘도가니법’을 마련했습니다. 재수사 결과는 어땠을까요.



 이후 법의 심판을 받은 사람은 사건 당시 행정실장 김모(65)씨 뿐이었습니다. 교장은 영화 개봉 전 암으로 사망했습니다. 김씨는 18세 여학생을 묶어놓고 성폭행을 한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징역 8년이 확정됐습니다. 영화 속에서 ‘세탁기 폭행’을 했던 것으로 표현된 A(31·여)씨도 재판에 회부됐지만 일부 혐의만 인정돼 징역6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풀려났습니다.



 도가니 사건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은 진행 중입니다. 지난해 11월 광주지법은 피해자 7명이 학교 법인과 교사 7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학교 측과 행정실장만 피해자 3명에게 각 20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나머지 피해자 4명은 ‘증거 부족’과 ‘소멸시효(소송을 낼 수 있는 시한)가 지났다’는 이유로 기각됐습니다. 국가와 지자체의 관리책임도 묻기 어려워졌습니다.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은 역시 “소멸시효가 지났고 ‘국가와 지자체가 관리감독의무를 다 하지 못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변호인들은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진단이 뒤늦게 나와 소멸시효는 아직 지나지 않은 상태”라며 항소할 뜻을 밝혔습니다. 영화는 종영되고, 학교도 문을 닫았지만 피해자들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에린 브로코비치(2000)

● 감독:스티븐 소더버그 ● 주연:줄리아 로버츠




법률사무소 말단직원이

대기업 상대로 벌인 소송전

주인공 삶도 180도 달라져





할리우드 영화도 한 편 소개할까요. ‘에린 브로코비치’입니다. 2001년 아카데미상 5개 부문 후보에 오르고 줄리아 로버츠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영화입니다.



영화는 로펌의 사무직원 에린 브로코비치(줄리아 로버츠)가 대기업 PG&E를 상대로 벌인 소송전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법률지식도 별로 없던 이혼녀 에린이 우연히 발견한 의료기록에서 사건은 출발합니다. PG&E의 공장에서 유출되는 크롬이 인근 주민들을 병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그는 마을주민을 설득해 4년간 소송을 벌입니다. 그리고 1996년 3억3300만 달러(3500억원 상당)의 배상 판결을 받아냅니다.



‘에린 브로코비치’의 실제 주인공
 영화 개봉 이후 에린의 삶은 180도 바뀝니다. 2001년 미국 ABC 방송의 ‘에린 브로코비치와 도전 아메리카’라는 프로그램 진행자로 발탁돼 뉴욕 맨하탄의 버려진 공원 개선 운동을 벌였습니다. 같은 해 그가 쓴 책 『내 말은 믿어도 돼(Take It From Me)』는 그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현재 각종 환경 소송과 운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법률사무소 말단직원에서 ‘브로코비치 리서치 앤드 컨설팅’의 대표가 된 에린 브로코비치는 영화가 만들어낸 미국 여성 성공스토리의 표본으로 남게 됐습니다.





부러진 화살(2011)

● 감독:정지영 ● 주연:안성기




전직 교수의 석궁테러 사건

항소심 재판 의혹 집중 제기

국민의 사법부 불신 보여줘





‘부러진 화살’은 성균관대 수학과 김명호(57) 전 교수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김 전 교수가 학교를 상대로 낸 교수지위 확인소송에서 연달아 패소하자 재판장의 자택을 찾아가 석궁을 쏜 사건입니다. 이 사건으로 김 전 교수는 징역 4년의 확정판결을 받았죠.



 영화는 석궁사건의 항소심 재판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법원이 김 교수의 정당한 의혹 제기를 이유 없이 기각하는 장면이 관객들의 공분을 끌어냈습니다. 실제 사건 때 제기됐던 수사상 의혹들이 오버랩되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졌습니다. 석궁테러 사건이 여론에 의한 ‘4심 재판’을 받는다는 논란까지 있었습니다.



 현실에서 김 전 교수는 1심 초기 “석궁을 쏘았지만 고의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다 항소심에서 “담당 재판장이 자해했다”고 주장을 바꿉니다. 당시 사건 목격자는 재판장의 피를 봤다고 진술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와이셔츠와 속옷 등에 남은 혈흔은 동일한 남성의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놨습니다.



1심에서 이를 부인하지 않던 김 전 교수는 항소심에서 재판장의 자해를 주장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혈흔일 수 있다”며 재분석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유 없는 요청”이라며 기각했습니다.



 분명한 건 영화를 통해 국민이 사법부를 불신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입니다.



영화가 종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60대 남성이 대법원 현판을 망치로 내려치는 사건도 일어났습니다. 법원은 이때부터 국민들과의 소통을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김 전 교수는 출소 후 『판사, 니들이 뭔데』라는 책을 내고 블로그에 ‘대법원 규탄 일지’를 올리며 사법부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태원 살인사건(2009)

● 감독:홍기선 ● 주연:정진영·장근석




1997년 대학생 피살 사건

영화 개봉 후 재수사 탄력

피의자 미국서 송환될 예정





1997년 4월3일 서울 이태원의 한 햄버거집에서 대학생 조모(당시 23세)씨가 살해됐습니다. 용의자는 미국 국적의 아서 패터슨(35)과 에드워드 리(35). 둘은 서로가 범인이라고 주장합니다. 살인 혐의로 기소된 에드워드 리는 2년에 걸친 재판 끝에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확정 받습니다. 친구인 패터슨은 증거인멸 및 불법무기 소지 혐의로 기소돼 1998년 장기 1년6월, 단기1년형이 확정되지만 같은해 8월15일 광복절 특사로 석방됩니다. 유족들은 그해 11월 패터슨을 진짜 범인이라며 고소합니다. 하지만 패터슨은 검찰이 출국정지 기한 연장을 소홀히 한 틈을 타 99년 8월 미국으로 출국해 버렸습니다. 바로 이태원 살인사건입니다.



미국에서 송환될 예정인 패터슨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에서도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습니다. 이 사건은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영화 개봉 후 재조명됩니다. 검찰은 2009년 12월5일 여론에 등 떠밀리 듯 미국에 범죄인 인도요청을 합니다. 미국 검찰은 2011년 5월 패터슨을 구속했고 범죄인 인도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로스앤젤레스(LA) 연방법원은 2012년 10월 패터슨의 한국 송환을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패터슨은 이에 불복해 인신보호청원 소송을 냈고 지난해 6월 패소했습니다. 패터슨은 항소심 절차가 끝나는 대로 송환될 예정입니다.





노진호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