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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미시 세계사] 만화가 주는 창조경제 힌트

내일(11월 3일)은 제14회 만화의 날이다. 2001년 정부가 공식기념일로 인정했다. ‘인정했다’는 말에는 원래 민간에서 치러지던 행사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 사실 11월 3일이 만화의 날이 된 데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1996년 바로 그날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만화인들이 ‘만화 심의 철폐를 위한 범만화인 결의대회’를 연 데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만화를 청소년 유해매체로 보는 정부 당국에 반발해 연 행사다. 만화인들은 이듬해부터 이날을 만화의 날로 기념했다.

사실 90년대까지만 해도 어두운 시절이었다. 문화는 특히 그랬다. 91년 당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그해를 ‘연극·영화의 해’로 지정하고 서울 대학로의 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기념행사를 했는데, 가관이었다. 문화 업무를 관장하던 체육청소년부 장관은 사회를 보던 연극인 손숙과 영화인 윤일봉이 한 말씀을 부탁하자 “본인은 연극을 본 적이 없습니다”고 운을 뗐다. 분위기가 차가워지자 “하지만 연극은 메마른 법학도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습니다”고 말하는 순발력을 발휘했다. 보지도 않은 연극으로부터 받은 꿈과 희망이 무엇인지 지금도 궁금하다.

같은 시절 DC코믹스와 마블코믹스가 양분하고 있던 미국의 만화 출판산업은 콘텐트를 영화 소재로 제공하면서 문화산업을 대표하는 창조산업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DC코믹스는 66년 ‘배트맨’을 영화화한 이래 각각 네 편으로 이뤄진 영화 ‘수퍼맨’ 시리즈(78~87년)와 ‘배트맨’ 시리즈(89~97년)를 내놓으면서 전 세계의 영화관 박스오피스를 뜨겁게 달궜다.

마블코믹스가 만화 콘텐트를 바탕으로 2000년 이후 내놓은 영화는 흥행기록을 온통 새로 쓰고 있다. ‘아이언맨’의 경우 2008년 개봉한 1편은 1억4000만 달러(추정)를 투자해 북미 시장에서만 3억1840만 달러를 벌었다. 2010년 개봉한 2편은 2억 달러를 투자해 북미 시장에서 3억124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2013년 개봉한 3편은 2억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미국 시장에서 4억900만 달러, 전 세계에서 12억1462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공전의 수익 기록이다.

영화뿐 아니라 콘텐트와 캐릭터를 활용해 광고·게임·뮤지컬 등 다양한 미디어에서 엄청난 수입을 추가로 올리고 있다. 2012년 만화에 등장했던 여러 수퍼 히어로를 결합해 내놓은 ‘어벤저스’는 15억 달러가 넘는 수입을 올리며 역대 전 세계 영화 순위 3위에까지 올랐다.

『삼국지』의 고우영 화백, 『까치』의 이현세 화백, 『아기공룡 둘리』의 김수정 화백 등 끝없는 스타 작가를 배출한 한국의 만화산업은 세계로 달려갈 잠재력이 충분히 있다. 한국의 웹툰은 이미 세계적인 문화상품이 될 조짐이다. 아이템이 파괴력 있는 산업이 되려면 ‘1유 1무’가 필요하다. 국제 마케팅 전문가가 있어야 하고, 정부 당국의 간섭이 없어야 한다. 한때 ‘한 수 아래’로 착각했던 중국의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이 비약적인 발전을 한 데는 정부가 정치적인 사안 말고는 전혀 간섭하지 않은 덕분이라는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지난 9월 19일 뉴욕주식시장(NYSE)에 68달러로 데뷔한 중국 ICT업체 알리바바의 주가가 지난주 장중 한때 100달러를 넘었으며 98~99달러의 종가를 오갔다는 소식이다. 자칫하면 배가 아픈 데서 그치지 않고 배가 고파질지도 모를 일이다. 제대로 규제를 혁파하고 산업을 융합해 창조산업을 키우지 않으면 말이다.


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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