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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누엘 칼럼] 창조경제, '구직 혁명'부터 시작하자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40년 전만 해도 스물두 살짜리 여성이라면 결혼 준비를 한답시고 화장과 함께 난생처음 값비싼 옷을 구입했으리라. 그러나 요즘 그들은 전혀 다른 ‘대사건’에 대비해 엄청난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결혼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 청년이라면 절대 피해갈 수 없는 ‘통과의례’를 위해서다. 바로 취업 면접이다(사실 이들 중 다수가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릴 수 있을지 미심쩍어한다).



 그렇다. 한때 결혼에서 비롯된 스트레스와 긴장감이 지금은 입사면접관과의 만남에서 비롯된다. 이 새로운 형태의 ‘의식’은 특히 지난 3년간 한국 경제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젊은이들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더 커졌다. 성형외과와 의류업체까지 가세해 광고에서 은근히 젊은 층의 마음을 부추긴다. 젊고 미숙한 이들은 갈수록 불확실한 세계에서 그나마 안정을 추구하려는 마음에 구직 인터뷰에 목을 맨다.



 교수로 재직하면서 이런 구직 문화를 실망스럽게 지켜봤다. 이 순간에도 수많은 졸업반 학생이 취업 인터뷰 준비와 이력서 제출용으로 멋진 사진을 찍는 데 엄청난 비용을 쓴다. 자신의 미래가 가장 피상적인 기준에 따라 결정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수업과 교우 관계는 뒷전으로 밀린 지 오래다. 대학도 이들에게 하계 인턴십 기회를 제공해 이력서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것을 제외하면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교수도 학생들에게 일생 동안 지속될 충고를 해주기보다 오늘 바로 취업에 필요한 서류나 제공하는 사람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슬프게도 많은 학생은 공부를 더 하면 좀 더 미래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대학원으로 몰려든다. 대학원조차 큰 도움을 주지 못할 뿐 아니라 한때 석·박사 학위 소지자에게 돌아간 연구직도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도 말이다.



 학생들이 끔찍한 취업 인터뷰 요건에 맞추려 자신의 삶을 ‘리모델링’하도록 강요 받는데도 교수로선 어쩔 도리가 없다.



 하지만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우리 자녀의 교육과 미래에 새로운 접근방법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가령 대학이 학생들을 졸업 후 냉혹한 세계로 내몰기보다 학위와 함께 일자리를 제공하면 어떨까. 언뜻 비현실적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교육의 본질을 생각할 때 실행 가능한 뭔가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서로 관심사가 같은 1, 2학년생에게 급우들과 벤처회사를 세울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이 자신의 전공과 강점을 살려나가게 도와주면 어떨까. 그렇게 된다면 학생들이 졸업 전에 이미 새로운 개념을 탐구하고 비즈니스, 생산, 또는 서비스 분야에서 창의적인 접근을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공공서비스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친구들과 함께 창의적인 NGO나 다른 소조직을 만들 수 있다. 학부 4년을 거치면서 이들은 자신의 전공과 더불어 자신이 직접 만든 소규모 벤처회사 운영법도 덤으로 익히게 된다.



 졸업할 때쯤이면 학생들은 학위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미래를 위한 벤처기업과 함께 교문을 나서게 된다. 물론 이들 벤처회사는 대학과 금융기관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요즘 기업들이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까다로운 기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이런 계획이 실현되려면 두 가지 한국 사회의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한국 사회가 학력보다는 개인의 기술과 축적된 경험을 더욱 중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학창 시절 자신의 회사를 창업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향후 채용 시 더 높이 평가돼야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성공에 이르는 길이 대기업에만 있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둘째 변화는 금융지원 방식이다. 많은 젊은이가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단이 없다는 데 좌절한다. 만일 은행으로 하여금 30세 이하 창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대출 혜택(예컨대 창업자금의 30~40%)을 제공하도록 하면 졸업생들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지 않을까. 이를 통해 20대 창업이 눈에 띄게 쉬워진다면 한국의 구직 문화도 크게 바뀔 것이다. 수동적으로 기업 문을 두드리기보다 능동적으로 자신의 회사를 세우는 일이니 말이다.



 30세 이하 층을 겨냥한 이런 변화야말로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실현할 절호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한국에서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교수들 잘못보다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없도록 만드는 사회적 여건 탓이 크다.



 1970~80년대 한국 경제의 성공비결을 자주 들었지만 이상하게도 연령 문제는 좀처럼 언급되지 않았다. 박정희 대통령은 61년 취임 당시 44세였고, 남덕우 재무장관은 69년 취임 당시 45세였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보다 훨씬 더 어린 관료들을 채용했다.



 창업과 대출 문화의 변화가 20대를 중심으로 일어난다면 한국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제 곧 교문을 나설 대학 졸업생들에게도 희망을 심어줄 것임은 말할 것도 없고.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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