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문용직의 바둑 산책] 고독한 승부사는 없다 … 바둑도 함께 공부해야 실력 늘어

2014 KB바둑리그 티브로드팀을 이끌고 있는 이상훈(9단) 감독. 티브로드는 정규리그 13전 9승 4패를 기록해 우승에 바짝 다가섰다. [박종근 기자]


바둑은 외롭고 토혈국(吐血局)은 비장했다. 1835년 명인 조와(丈和·1787~1847)에게 도전한 아카보시 인테쓰(赤星因徹·1810~35)는 패배 후 붉은 피를 토했다. 그러고 두 달 만에 세상을 등졌다. 1978년 조훈현(61) 9단은 7개의 도전기를 석권하며 반상(盤上)을 통일했다.

KB리그 선두 티브로드 이상훈 감독
대표팀·바둑리그에서 서로 배워
최근 한국 바둑 상승세에 큰 힘



 조훈현의 실전 스승이었던 후지사와(藤澤秀行·1925~2009) 9단은 “1년에 네 판만 이기겠다”고 호언하기도 했다. 최대의 기전 기성전(棋聖戰) 7번승부 도전기에서 네 판을 이겨 1년간 쓸 큰돈을 쥐곤 했다.



 전설 같은 일화다. 사정은 달라졌다. 2014년 한국에서 도전권전은 국수전 하나뿐이다. 기사들이 열망하는 기전은 바둑리그다. 과거엔 홀로 산사(山寺)에 가서 공부도 했다. 하지만 요즘엔 국가대표팀과 바둑리그팀 속에서 공부하고 연수도 함께 간다.



 바둑은 개인의 고독한 승부가 아닌 걸까. KB바둑리그 티브로드팀 이상훈(41) 감독을 만났다. 티브로드는 13전 9승 4패 69.2%의 승률을 기록하며 KB바둑리그 정규리그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총 규모 34억원의 바둑리그는 팀당 8명, 8개 팀이 8라운드 더블 리그로 우승팀을 가린다. 감독은 경기마다 5명을 선수로 낸다.



 - 바둑은 이제 단체전인가.



 “승부 방식과 정체성(正體性)이 많이 변했다. 요즘 기사들은 더 이상 당구공처럼 따로따로 노는 존재가 아니다. 공동으로 힘을 기르는 법을 배우고 있다.”



 - 예를 든다면.



 “지난 23~24일 농심배에서 강동윤(25) 9단이 중국과 일본에 한 판씩 2연승했다. 그러자 우리의 마음이 밝아졌다. 만약 졌다면 농심배를 떠올릴 때엔 뭔가 이미지가 어둡고 답답할 것이다. 밝은 마음이 승부에 유리할 것은 불문가지다. 김인(71·9단) 단장이 ‘초반 주도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이유다. ‘나’의 바둑은 이제 ‘너’와 함께한다.”



 - 기사들은 개성이 강하다. 팀 중심의 세계가 기사에게 맞겠나.



 “앞으로 변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팀에 김승재(22) 6단이 있다. 실력은 있었지만 그는 대표팀 선발전에 출전하지 않았다. 혼자 공부했다. 하지만 일단 팀에 속한 다음엔 공부를 함께하고 있다. 자발성이 있어야 한다. 개인의 적성을 무시하는 팀은 있을 수 없다.”



 - 지난해 한국은 모든 세계대회 우승을 중국에 내줬다. 올해는 막상막하다. 그 힘이 단체 연구에서 왔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나.



 “한국 바둑의 부흥에 대표팀과 바둑리그의 공동연구가 힘이 되고 있다는 배태일(69·미국 스탠퍼드대 물리학 교수 역임·한국기원 랭킹시스템 창안자) 박사의 논문을 최근 읽었다. 동감한다.”



 - 공동연구에서 중요한 것은.



 “리더십이다. 대표팀을 유창혁(48·9단) 감독님이 잘 이끌고 있다. 기사들을 격발시키는 데 성공한 것 같다.”



 이 감독이 제시한 자료를 보자. 지난 3년 동안 허리층(9200점대)이 튼튼해지고, 세계대회에 도전할 만한 실력(9400점)을 갖춘 기사가 증가한 게 눈에 띈다. 2012~2014년 3년간 15명(41→56)의 기사가 9200점대로 새로 진입했다. 다만 세계대회 16강에 들려면 점수가 9400점대는 넘어야 한다. 그것이 지난 1년 사이에 네 명(17→21)이나 늘었다. 이 감독은 “성장잠재력을 실제 힘으로 바꾼 것은 감독의 리더십과 기사들의 분발”이라고 분석했다.



 - 랭킹시스템은 믿을 만한가.



 “랭킹시스템은 추상이 아니다. 현실을 계량화한 것이다. 이제부터 랭킹시스템과 바둑리그, 대표팀의 경험을 기록하고 검토하면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으리라 본다.”



 - 너무 딱딱한 자료 아닌가.



 “아니다. 개인은 어림으로 할 수 있지만 사회는 다르다. 안목을 넓혀서 기사들의 발전을 도울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경영자들의 업무능력 향상이나 운동선수의 능력 계발 노하우가 기사들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 이 감독의 리더십이 궁금하다.



 “우리 팀의 전지훈련은 단합대회 비슷하다. 친밀도를 넓혀 연구 참여도를 높이는 게 목적이다. 내성적인 친구에게는 자유를 준다. 스스로 힘들면 참가하지 않아도 된다.”



글=문용직 객원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랭킹 점수=승률기대치를 점수 차이의 함수로 표시할 수 있다는 이론에 근거한 점수. 실제 승률과 승률의 기대치가 들어맞도록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한 기사가 한 달 동안에 기대보다 잘 두면 점수가 올라가고 기대보다 못하면 점수가 내려간다. 구체적인 계산법은 인터넷( www.baduk.or.kr/record/new_ranking.asp) 참고.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