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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태호 '미생' 작가 "장그래가 정사원 못 된 이유는…"

[앵커]

바둑판 위에서 의미 없는 돌은 없다. 바로 만화 미생의 한 구절입니다. 바둑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닮아 있다는 말이 있는데 그렇다면 세상이라는 거대한 바둑판에 놓인 우리의 삶은 비록 미생이라 해도 어떤 의미를 갖고 있고 또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 걸까요.

만화 미생의 작가 윤태호 씨가 지금 제 옆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안녕하세요.]

[앵커]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네.]

[앵커]

거의 한 2년 만에 뵙는 것 같은데 그때도 모자를 쓰고 계셨고 지금도 모자를 쓰고 계십니다.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계속해서 탈모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

[앵커]

그런가요. 대개 이제 텔레비전에 나오실 때 모자는 벗는 게 좀 좋다, 이렇게 얘기들 하시는데 좀 시청자 여러분께서 양해를 해 주셔야 되겠네요. 언젠가는 그냥 속 편하게 벗으시죠.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곧 때가 올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지난 주말에 밀리언셀러 100만 부를 돌파했습니다. 요즘 출판가에서 100만 부라는 건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거기 때문에 굉장히 기록적인 그런 내용이 됐습니다. 축하드리겠습니다.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감사합니다.]

[앵커]

기분이 좋으시겠습니다, 일단.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개인적으로는 빚을 다 갚아서 너무 다행스럽고요. ]

[앵커]

그런가요? 미생 발표하시기 전까지 빚이 좀 많으셨던 모양이군요.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네, 한 10년쯤 끌어오던 주택부금도 있었고.

[앵커]

그것도 축하드리겠습니다. 드라마로도 나가더군요, 최근까지.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지금 4화까지 나왔고요. 이번 주 금요일날 5화가 나올 예정입니다. ]

[앵커]

너무 다른 방송사 드라마를 몇 화까지 말씀하시면 제가 곤란하기는 합니다마는 그런 거 신경 안 쓰기로 하겠습니다. 드라마도 굉장히 반응이 좋다고 들었습니다.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굉장히 많은 분들이 봐주시더라고요. ]

[앵커]

책이 100만 부 팔린 거. 웹툰은 10억 뷰라고 들었습니다.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지금은 좀 더 훨씬 더 많이 뷰가 올라갔을 것 같아요. 드라마 나오면서.]

[앵커]

그러면 한 11억 뷰로 넘어갔을까요?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그랬을 것 같습니다.]

[앵커]

제가 이게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서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몇 뷰인가를 봤더니 21억 뷰더군요. 그런데 싸이의 21억 뷰는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것이기 때문에. 미생은 우리나라 독자들만 상대로 한 거잖아요. 그래서 더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특히 지금 유료로 전환이 돼 있거든요. 그런데 드라마 나오면서 굉장히 지금 폭발적으로 유료 독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앵커]

왜 이렇게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을 하십니까?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이런 류의 드라마나 내용을 본 적이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흔히 파티션 밑의 세계라고 할까요? 그러니까 보통의 드라마나 영화나
만화를 보면 파티션 위에서 굉장히 뭔가 액티브하게 뭔가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는 데 반해서 이 미생이라는 만화는 숫자 하나 때문에 울고 웃는 사람들. 그러니까 딱풀이랄지 이런 거 하나 때문에 뭔가 고민에 싸이고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니까 아무래도 나와 가장 근접한 이야기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앵커]

주인공이 장그래입니다, 만화 상에서의 이름이. 프로 바둑기사를 꿈꾸던 젊은이. 그런데 이제 바둑하고 직장생활. 이건 사실 공통분모가 별로 없어 보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아무튼 그걸 잘 조화시키신 그런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고 공통점이 있다면 뭐가 있다고 생각을 하셨습니까?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역시 바둑이라는 것이 은유적으로 이야기하지만 하나의 세상을 말하기도 하거든요. 그랬을 때 직장이라고 본다면 회사라는 곳이 자기의 세계 일부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 자체가 바둑에 빗대어져서 이야기가 충분히 될 수 있을 것 같고 바둑을 둘 때 1:1로 사람 대 사람이 바둑을 두지만 내가 회사라는 곳과 바둑을 한 판 둘 수 있는 것이고 나의 부서와 바둑을 한판 둘 수도 있는 것이고 나의 후배와 바둑을 한판 둘 수 있다, 이렇게 은유가 가능할 것 같아서요. 그런 지점 때문에 맞다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앵커]

그러면 윤태호 작가께서는 하여간 모든 걸 바둑에 비유하신다면 지금 저하고 인터뷰하시는 것도 저하고 바둑 한판 둔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군요.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굉장히 지금 엄청 어려운 바둑을 한판 두고 있는 거죠.]

[앵커]

그렇습니까? 몇 수 접고 두시는 것 같습니까?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100이신데 이미 다 깔아놓고 접바둑을 두고 있는.]

[앵커]

그런가요? 저는 오히려 그 반대로 생각하고 있는데. 아무튼 알겠습니다. 그런데 좀 궁금한 게 있습니다. 윤태호 작가께서는 바둑을 잘 두십니까?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그때 말씀드린 것처럼 10급 두고 있고요.]

[앵커]

10급이요?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네, 10급이라면 거의 못 둔다고 봐도.]

[앵커]

그러니까 아마 10급을 말씀하시는 거요?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그렇죠.]

[앵커]

그러면 사실 그렇게 잘 두시는 편은 아닌데.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형편없는 수준이죠. ]

[앵커]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좀 서운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거보다 급수가 낮기 때문에. 그런데도 잘 아실까요?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바둑을 실제 대국으로 많이 공부했다기보다 바둑 관련 책들 에세이랄지 유명 프로 기사들의 자전적인 글이랄지 이런 걸 통해서 많이 배웠기 때문에 바둑을 약간 문학적인 베이스로 좀 배웠거든요. 그래서 거기에 나오는 용어랄지 이런 것들이 좀 삶에 좀 은유가 되는 지점을 많이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앵커]

굉장히 대사들이 디테일하다, 이런 평가를 많이 받고 그렇기 때문에 더 좀 공감을 얻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해 보신 적도 없으시죠?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전혀 없죠.]

[앵커]

그러면 어떻게 다 그렇게 디테일한 대사까지 끌어낼 수 있었을까요?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직장 생활을 안 해 봤기 때문에 저 같은 경우 프리랜서였기 때문에 어떤 시스템화된 곳에 계신 분들의 삶이 굉장히 궁금했었고요. 그래서 어떤 합리성으로 저 조직은 움직이는 것인가, 이런 게 항상 궁금했던 부분이 있었고 그래서 취재를 굉장히 많이 했죠. 취재를 많이 해서 회사에서 일하는 게 도대체 왜 힘든 건지. 저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거든요. 상사가 시키면 그것을 하면 되잖아요. 그것을 왜 하기 어려운지 너무나 뻔한 것들까지 궁금했었고 회사에 처음 들어가면 노트북을 회사가 주는 건지 내가 사서 들어가는 건지. 그러면 갖다 준다면 누가 가져다주는 건지.]

[앵커]

그런 것까지도 다 취재를 통해서 알아낼 수밖에 없었다.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그분들은 어이가 없는 거죠. 너무나 당연하고 마땅한 걸 제가 자꾸 물어보니까. 그래서 어떤 분은 제가 하도 못 알아들으니까 자기 하루 일과를 제가 아침 6시에 일어납니다. 쭉 이야기해 주기도 했었고요.]

[앵커]

대사를 그대로 옮겨온 경우도 있습니까, 그러면?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네, 먼지 같은 일을 하다 먼지가 돼버렸어라는 대사가 있는데. ]

[앵커]

그렇습니다. 기억납니다.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그런 대사가 대개 그분들은 지나가는 이야기처럼 한 말인데 저한테는 그 말이 확 와 닿아서 그거 혹시 써도 될까요라고 물어봐서 썼던 대사고요.]

[앵커]

그러면 그 취재 과정에서도 예를 들면 오늘 저희가 앵커 브리핑에서도 다뤘습니다마는 비정규직 문제의 애환이랄까 비애랄까. 이런 거 좀 많이 좀 취재가 되셨겠네요.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주로 정사원분들하고 인터뷰를 했었기 때문에 비정규직에 딱히 조금 더 인터뷰를 더 심혈을 기울였다는 부분은 없고요. 대신 이제 주인공 자체가 고졸이면서 낙하산으로 이 회사에 들어온 사람이기 때문에 이 사람은 이 회사에서 어디까지 현실적으로 버텨나갈 수가 있는가. 이런 부분들을 많이 이야기를 했는데 많은 독자분들이 만화상에서 장그래라는 캐릭터가 정사원이 되기를 굉장히 많이 바라셨는데 그건 정말로 만화가 줄 수 있는 판타지가 아니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많은 비정규직분들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실제 삶이 바뀌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만화에서 장그래를 정사원 시키는 것은 어떤 의미도 없는 거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회사에서 계약직 사원으로 있다가 퇴사하는 걸로 마무리했습니다.]

[앵커]

상당히 작가의 시각이 냉정했다고 볼 수도 있겠군요.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그러니까 만화가 기여해야 될 낭만성은 그런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앵커]

매우 사실주의적 관점이랄까, 그렇게 봐야 될 것 같군요. 그런데 여기 보면 정말 장그래는 흔히 얘기하는 무스펙입니다. 그러니까 검정고시 고졸에 무스펙. 그런데 어디선가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미생을. 갑들의 전쟁터에 던져진 까마득한 을의 고군분투. 동의하시겠군요.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갑의 전쟁터라고 하는 건 그 고졸 장그래에게는 해당되는 말이지만 사실은 대부분의 회사원들은 다 을이라고 생각이 들고요. 특히 우리나라 환경에서의 기업체의 직장인들은 다 을이라고 생각하고 을 중에서도 병, 정 이렇게 가는 거겠죠. 그래서 장그래라는 사람이 을이나 될까. 을씩이나 될까 싶은 생각입니다. ]

[앵커]

알겠습니다. 좀 공감하는 바가 크네요. 저희도 관련된 이른바 갑을병이라는 얘기하는데 보도를 지속적으로 지금 해 드리고 있습니다마는 그래서 오늘 윤태호 작가와의 만남이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강풀 작가가 그런 얘기를 했더군요. 가난에 대해서 얘기를 하면 태호 형을 따라갈 수가 없다.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제가 묘사력이 뛰어나서 남들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정도지, 강풀 작가도 저 못지않더라고요.]

[앵커]

그런데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이제 100만 부을 넘기셨고 그동안 10년 동안 해결 못 한 빚까지 해결하셨으니 이제는 이런 표현은 안 들어도 될 것 같네요.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그런 표현은 안 듣겠죠. ]

[앵커]

미생 이후에 다른 작품은 어떤 겁니까?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지금 연재하고 있는 작품은 파인이라고 해서 촌뜨기들이라는 한자어인데요. 이끼라는 작품에 제가 어떤 악당을 한 명 그려냈는데 그 악당을 좀 새로운 악당을 좀 만들어보려고 했었어요. 그래서 70년대 산업화시대 때에 근면성실한 우리 아버지 세대의 근면성실한 악당. 그래서 꼼꼼하고 잠잘 것 줄여가면서 나는 도둑질을 하니까 내 자식은 잘 커야 되고 어떤 이런 악당들의 어떤 근면성실함을 지금 그리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가요. 한 2년 전에 만나뵀었는데 지금이나 굉장히 계속 진지하게 말씀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버틴다는 것은 완생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작품 속에는 이런 대사도 등장합니다. 이건 모든 독자들에게 던져주시고 싶던 그런 말씀인 것 같습니다, 그렇죠?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저 역시 만화를 포기하고 싶거나 그런 적은 없었지만 어마어마하게 힘들었던 적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그 시간 자체를 버텨내기만 한다면 뭔가 자기 자신에게 기회가 오지 않을까. 그래서 다른 강연 같은 데를 가보면 만화가가 되기 위한 재능은 뭐가 있냐라는 질문을 받게 되면 어려운 환경까지 버텨내는 것까지가 재능이다라고 이야기를 하거든요.]

[앵커]

알겠습니다. 그다음에 혹시 직장을 무대로 하는 만화를 그리실 기회가 있어서 직장을 취재하실 일이 있으면 JTBC에서 언제든지 받아들이겠습니다.

[윤태호 만화가/'미생' 작가 : 감사합니다. ]

[앵커]

고맙습니다. 미생의 작가 윤태호 작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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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